수염 난 피터팬 Bearded Peter Pan

2016어린이교육체험展   2016_1118 ▶︎ 2016_1225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1117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다영_김선태_김소리_김택기_유영운 유의정_윤민섭_윤현선_임승천_최승준

주최,주관 / 성남문화재단

관람료 성인,대학생 7,000원 / 중고생 6,000원 / 초등생 5,000원 24개월 이상~취학전 아동 3,000원 / 24개월 미만, 65세 이상, 장애2급 이상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SEONGNAM ARTS CENTER_CUBE ART GALLERY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성남대로 808(야탑동 757번지) Tel. +82.(0)31.783.8146 www.snart.or.kr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세포의 크기는 같다. 다만 그 수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중 기억세포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고, 사멸하더라도 이전의 항원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성숙한다고도 한다. 여기서 성숙한다는 것은 기억이 쌓여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등 인간의 모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이는 곧,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발생되었다 멈추는 것이 아닌 그대로의 상태 혹은 성질로서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즉, 어른은 아이의 완성체가 아닌 여러 겹으로 중첩된 아이의 발현체(發顯體)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새겨지는 아이의 기억은 현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쌓이고 단단한 토대가 되어 어른이 되어가는 필연적 조건이자 과거이며 미래다. ● 이번 『수염 난 피터팬』展은 어린아이가 만들어가고 있고 어른이 쌓아왔던 기억을 서로 공유하려는 시도다.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기억의 잔상은 누구에게나 잔재하고, 선명하지 않아도 예상치 못한 시간과 공간, 상황 등으로부터 번득이듯 출현한다. 그 기억의 저장소는 무한한 상상요소들과 재결합하며 다른 이미지, 새로운 세계를 생성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현실을 넘나들며 그 생성공간을 자유로이 주조하고, 어른들은 현실에 차츰 젖어들면서 기억저장소의 깊이는 깊어진다. 마치 웬디(Wendy)가 발견한 피터팬과 그가 살고 있는 네버랜드(Neverland)가 점점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과 같이. 피터팬의 그림자를 찾아준 웬디는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매년 피터팬을 보기위해 네버랜드로 향한다. 어쩌면 피터팬은 자신을 기억해주는 그 기운으로 늙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한참을 찾지 않은 네버랜드에서 피터팬은 수염이 가득 난 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우리는 어릴 적 상상만 했었던 미래의 시대와 같은 21세기라는 현재를 고스란히 체감하며 살지는 못한다. 빠르고 편리한 세상, 고도화된 지식과 방대한 정보의 방출은 '아는 것'을 위한 수단일 뿐, '기억하는 것'에 대한 활동을 저감시켰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 지나간 노래의 제목,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의 이름, 불과 얼마 전에 다녀온 소문 난 레스토랑 이름을 상기(想起)할 때, 스스로 떠올리려 하기보다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먼저 켠다. 이러한 행위는 순간적 호기심을 해결할 뿐, 그것이 지니고 있는 추억과 감정을 함께 '기억하는 것'을 오롯이 재생시키지 못한다. 하루가 멀게 다닌 학교 앞 문방구의 물건들, 학창시절 늘 붙어 다녔던 옛 친구의 집 전화번호, 첫 사랑의 생일날짜는 10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억한다. '기억하는 것'은 감관(感官)을 통하여 발생한다. 이것은 직접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점차적으로 색을 띄며 반응하고, 향이나 촉감을 생성시키며 다른 감각을 깨우고, 때때로 소리를 내어 메아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또, 하나의 기억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오기도 하며, 묻혀있던 시간과 지금의 연결고리로서 삶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험을 지닌 이것은 '지식'이 아니라 '기억'으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각한다.

수염 난 피터팬 Bearded Peter Pan-2016어린이교육체험展_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_2016

전시가 시작되는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풍성한 향이 맞이한다. 언제 맡아도 기분 좋은 향들은 추워진 날씨로부터 이질 된 공간을 생성한다. 이끌려간 곳에서는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에 등장하는 소년들의 기밀장소에 온 것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생기 있는 꽃들 위에 조심스레 놓여있는 분절된 건담의 부분들은 하나가 되었을 때 보다 더 강한 생명력과 존재감을 드러낸다. 차가운 물성을 가진 스테인리스에 악기, 생화에서 분파되는 비가시적인 감각과 감정을 불어 넣는 김택기는 재료와는 전혀 다른 온화하고 아련한 기억을 만든다. 오래 전 장인(匠人)이 만든 것과 같은 아우라 또한 그의 단단하고 견고한 담금질과 두드림의 손맛에서 만들어졌다. ● 전시실에 들어오면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쫓는다. 윤민섭의 '사람들'이다. 드로잉을 보는 듯하지만, 객체 사이사이에서 자리 잡은 무게 있는 공간감은 입체감을 나타내며 시선을 끈다. 지금 이순간도 누군가가 나의 뒷모습을 '사람들'과 중첩시켜 바라보고 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모습, 무리와 섞여 있는 현실의 나는 작품과 동화된다. 절대적으로 개인이 될 수 없는 인간은 사이사이의 공간감을 보호막 삼아 관계를 형성한다. 관계는 사건을 만들고, 기억은 사건을 저장한다. ● 김선태의 건담은 단단한 듯, 뚜렷한 듯, 부서질 듯, 멀어질 듯 말로 다 할 수 없는 다양한 형상을 가진다. 온 몸에서 뿜어내는 영적인 기운은 존귀감을 드러내고, 흐릿한, 혹은 선명한 윤곽은 기억의 경계를 나타내는 듯하다. 그곳에는 개인적인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다. 작가는 개인의 기억을 통해 객관적 사건을 투영시킨다. 사회-개인 사이의 관계를 쟁점화하거나 잃어버린 개인의 기억을 숙고하도록 유도한다. 우뚝 서 있는 건담은 뒤편에 혼재되어 있는 기억을 투사(投射)하며 수호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수염 난 피터팬 Bearded Peter Pan-2016어린이교육체험展_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_2016

윤현선은 가상현실(Matrix)에 다양한 오브제를 장치하여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만든다. 커다란 스토리 안에는 간혹 상상해 볼 법한 작은 이야기들이 이어져 있다. 로봇이 지키고 있는 거대한 아이스크림 산에서 바이크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스파게티로 만들어진 협곡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별이 가득 박힌 밤에 미나리 수풀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서커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식(食)'은 그중 가장 소모적이고 소비적이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욕심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욕구와 본능의 공간을 익살스럽고 풍자적으로 재배치함으로서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 누구나 아는 인물에 대한 또다른 초상화를 제시하는 유영운은 현대 사회를 그 인물에 사영(射影)하며 표현한다. 전단지, 잡지, 이면지 등의 폐지를 그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가 고안한 방식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를 현대 사회로 전파하여 이동시킨다. 손오공은 오바마로, 사오정은 슈렉으로 재변용되어 시공간을 넘나든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기억을 변환시켜 재해석하였다. 넘쳐나는 이미지와 함께 더덕더덕 붙어진 매스미디어의 흔적들은 현대사회의 현태(現態)를 기억과 혼용시킨다. ●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형성된 피규어 작업은 김소리에게 많은 고민이었다. 흔히 모델러로서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을 창조하는 작가로서 접근하고 싶었다. 딱딱하고 틀이 정해진 부속품들, 얼마나 더 완벽하게 재현하는가의 문제는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의 의미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까'였다. 어린 시절, 특히 남자아이라면 어떤 것을 조립하고 수리하는 등의 '작업'을 분명 경험했을 것이다. 김소리의 작업은 어린 시절에 만들었던 오브제의 소유 차원이 아닌 시공간을 역행하여 이끌어낸 지난 기억과 감성을 공유하고, '작품'으로서 승화된 가장 트렌드한 문화를 제공한다.

수염 난 피터팬 Bearded Peter Pan-2016어린이교육체험展_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_2016

반짝반짝한 전구들은 풍부한 시각적 충족감을 가져다준다. 시선을 떼지 못하고 다다른 몽환적인 공간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묘연하고 아름다운 투명한 공간은 김다영이 옮겨놓은 하나의 또 다른 세상이다. 주관적이지만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작가가 재생(再生)한 좁지만 자유로운 세계이다. 등두(等頭)한 전구를 통해 바라보고 끄집어내는 세상의 크기는 그것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확장 되어 보인다. 마치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의 크기만큼 말이다. ● 핑크빛의 공간은 마치 지금 가장 핫한 제품을 진열해놓은 편집샵에 들어온 인상을 준다. 현대적인 분위기에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는 묘하게 한국적이다. 이곳은 유의정의 소요호(燒窯戶)를 축소해 놓은 곳이다. 전통적 기법과 기술을 전승하며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는 도자기가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관념에 대한 다른 해석은 제시한다. 가마에서 구어 낸 커다랗고 장엄한 도자기에 다양한 부조(浮彫)를 정갈하게 구조적으로 올려놓았다. 자신의 작업이 미학적 측면 뿐 아니라, 동시대흐름을 농축하여 발현하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전통이 가지는 절대적 미(美)의 유효함과 당대의 삶의 풍경을 은유적, 상징적으로 아이러니컬하게 삼투한 현실주의적 바니타스다. ● 어두운 공간에 굴절되어 비치는 붉은 빛은 입구에서부터 긴장감을 준다. 공간에 들어서면, 어릴 적 몇 년에 한 번씩 동네를 찾아왔던 서커스장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들어가던 장면이 겹친다. 상징과도 같은 빨간 천막은 호기심을 자아내고 눈앞에 펼쳐질 쇼를 기대하며 숨죽여 시선을 고정시킨다. 임승천은 애니메이션의 기본 원리인 조이트로프(zoetrope)를 원용하여 잔상을 만든다. 자본주의사회의 계급적 층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탑에는 각 층의 현실의 형상을 구동력을 이용하여 만든 대표적 행위들이 작동하고 있다. 작가가 손으로 하나하나 빚어낸 조각상들이 만들어 내는 비경(祕境)은 기대감을 충족시키며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 마지막 공간은 최승준의 '반딧불이의 숲'이다. 형형색색의 빛들은 신비롭고 따스한 풀숲을 연쇄적으로 만들어내고, 작은 빛의 반딧불이들은 움직임에 반응하며 신호를 보낸다. 이 공간에 머물다보면 작가가 창안한 가상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언젠가 와본 듯 편안하고 안온(安穩)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시선과 몸짓으로 옮겨지는 빛들의 따스한 환영인사와 보이지 않지만 자연스레 연결되어 일체되는 평온한 감성 덕분이다.

수염 난 피터팬 Bearded Peter Pan-2016어린이교육체험展_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_2016

이번 전시는 어떤 표상이 떠오르지만 감히 확신이 서지 않는, 안개처럼 부옇게 표면에 떠 있는 듯한 감감한 기억을 되살려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오랜 기억 뿐 아니라,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며 생성되어지는 감정들의 반로(返路)를 작가 저마다의 자전적인 작품을 통해 공유하려 한다. 내가 가진 기억이 아니더라도, 파생된 상념으로부터 회상되어 중첩되는 일말의 여러 기억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한다는 것, 기억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이며 감사이고, 다시 회생(回生)할 수 있는 근원인 된다는 것을 다시금 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전시에 참여하는 10인의 작가는 저마다의 방식은 다르지만 기억과 잔상의 이미지를 주관적 경험을 모티프로 변조하여 작업하는 특징을 교집합으로 갖고 있다. 작품으로 가시화된 이들의 기억을 통해 관람객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을 재생(再生)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팽창하는 시대의 환경과 호흡으로부터 벗어나 기억의 공간에서 잠시 머무르는 휴식 같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송의영

Vol.20161118k | 수염 난 피터팬 Bearded Peter Pan-2016어린이교육체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