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의 길 Savior's Road

최성록展 / CHOISUNGROK / 崔成綠 / animation.installation   2016_1105 ▶ 2016_1124 / 월요일 휴관

최성록_Operation Mole-Endgame_4K HD 디지털 2D 애니메이션, 사운드_00:08:46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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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홈페이지_sungrokchoi.com

초대일시 / 2016_1105_토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_서울시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XX SPACE XX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B1 www.facebook.com/spacexx

In Panoramic View : 세계의 구원자는 누구인가? - 파편적 지각의 차원으로 드러나는 세계 ● 가로로 긴 스크린 왼쪽에서 까마귀 한마리가 날아가다 나무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 과정을 스크린 오른쪽에 위치한 거대한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 중계가 이뤄진다. 화면 중앙으로 이동하는 석탄 채굴기는 지하의 세계를 탐색하려고 하는지 깊이 땅을 판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찰나에 총소리와 비명 소리가 혼재한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들은 너무 부조리해서 그것을 부정하고 싸워보려는 이성에 어떤 빌미도 제공하지 않는 듯이 비현실적이다. 이미지안에서의 개별적 사건들은, 그들 사이에서 어떤 주어진 힘처럼 작용하는 인접성과 유사성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 최성록의 『Operation Mole』은 8개의 채널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1970년대 북한의 남침용 땅굴 사건, 70년대 한국의 반공 교육, 일본 공상과학 만화에 등장하는 두더지 탱크, 구제역 파통 등의 현실의 정치적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은 동시대 사건들과 다양하고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작가의 개인적인 비망록(agenda)을 시작으로 몇몇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들을 파노라마화 한다. 우리 현실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야만과 부조리의 장면들과 기억들을 개별적 관점의 순서에 따라 공간을 분활하면서도 종합하여 하나의 파노라마안에 나열하고 혼합시킨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기존 2012년의 작업에서 새로운 이야기들과 장면들이 몽타주적 연결성을 가지고 확장되어 새롭게 선보인다. 『Operation Mole–End Game』(2016)은 작가의 상상이 한 층 더해진 파노라마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와이드한 스크린 세계의 개별적인 개체들은 독립적인 채널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고, 생성되고, 파괴되거나 소멸하지만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서 하나의 거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다. 이러한 채널의 다양성은 시간의 축과 게임의 형식을 타고 교묘하게 배합되고 재구축된다. ● 영상예술에서의 내러티브 구조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다음 장면의 움직임을 통해 인식된다. 특히 몽타주의 자유로운 방식을 사용하여 사고의 토대 - 관객들에게 강렬한 감정이나 새로운 지각방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Operation Mole–End Game』에서 보여지는 가상과 실재, 현실과 비현실로 부터의 경계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대신하고자 하는 이러한 전략은 스크린을 재생산하게 하고, 상상력이 현실의 경험을 초월하는 데서 오는 새로운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러한 지각은 우리가 대상이나 세계와 마주한 각각의 경험적 환기를 제공한다. 때론 공간의 동질성을 뚫고 새로운 공간으로 - 상상적 세계에 현실을 통합시킴과 동시에 그 현실을 대치시키는 것을 가능케 한다.

최성록_구원자의 길_2채널 HD 디지털 애니메이션, 사운드_00:05:00_2016
최성록_구원자의 길_2채널 HD 디지털 애니메이션, 사운드_00:05:00_2016

횡스크롤 vs. 파노라믹 뷰 ● 원래 파노라마의 전체주의적 시선은 수많은 파편적 상들이 인지적으로 재조합되어 상상적 통합체를 구성하게 될때 비로소 펼쳐지는 환영의 구조에 기대어있다. 그 어떤 방해물 없이 온전히 펼쳐진 무한의 세계, 확장된 시야, 전지전능한 시선과 유토피아의 메타포다. 이런 확장된 시야가 초래하는 감각의 과부화는 자기 규율과 의지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최성록이 제시하는 파노라믹 뷰는 전지적 조망을 제시하면서도 전통적인 개념의 파노라마와는 달리 또다른 피로감을 일루전이 아닌 내러티브의 파편화에 의해 가속화시킨다. 전통적으로 파노라마의 취지는 좌에서 우로 시선을 움직여 전경을 두루 살피는 효과인데, 최성록의 파노라마는 좌측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분산되었다가 우측에서 진행되다 다시 중앙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다발적 사건들로 인해 시선이 좌우로 분산되었다가 중앙으로 환원되는 과정, 그리고 정중앙의 괴물과 좌우 개체들 사이의 긴장을 통해 통합체로서의 시선이 아닌 분산적이고 파편적인 지각과정의 반복으로 충돌한다. ● 최성록의 연출 방식은 관객의 시각체계를 의도적으로 파편화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서사구조를 해체하여 제시하고 있다. 스크린속 공간과 장소, 사건들은 종국에는 단일한 통일체로 등장하지만 와이드한 화면에서 관람자는 통합체적 시각을 이루지 못하고 다양한 분열과 파편으로서 장면을 인식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파편으로서, 그리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과정으로서 파악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관객은 스크린 속 이미지들을 관찰하고 내러티브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물리적으로 어려움을 가진다. 인간의 기본적인 물리적인 시각장에 다 들어오지 않는 여러 채널들을 통해서 여러 시퀀스를 이루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불연속적으로 개입하게 하여 관람자들의 지각경험은 분산적이고 능동적인 시각 편집 기능을 하게 된다. 파편화된 각각의 이미지는 나름의 각기 다른 스토리와 해석을 가지게 되며 그 몫은 관객의 시선으로 다양해진다. ● 세계가 단번에 파악되는 파노라마의 거대한 원환은 결국엔 이질적인 것 그대로를 유기적으로 엮어야만 하는 지각을 통해 통합체로서의 세계로 표상될 수 있다. 이러한 파노라마적 풍경 이미지 안에 인위적인 사건들의 삽입은 하나의 장면 안에 다른 시간과 공간, 혹은 동시다발적 사건들의 병치를 통해 각각의 유희할 수 있는 새로운 판타지의 공간을 보여준다. 시각체계 속에서 분산적이고 불연속적인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충돌시키는 등 논리적인 비약은 이질적인 관계 맺기 과정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하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낸다.

최성록_room-xx_단채널 디지털 애니메이션_00:02:39_2016

괴물의 정체, 파괴와 생애주기 그리고 구원 ● 최성록의 작품에는 많은 개체들이 등장한다. 군인, 노동자, 과학자, 까마귀, 돼지, 사슴, 유전자 조작을 통한 괴생물체 외에도 기술력으로 표상되는 버스, 트럭, 비행물, 전투기, 미사일 등의 기술체들의 등장이다. 한 쪽에서는 기술 실험이 이뤄지고 변이되는 과정에서 괴생물체들의 탄생의 과정을 목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석탄 채굴 기계를 통해 지하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마치 놀이기구가 움직이듯이 리드미컬하지만 실재는 인간과 동물의 피를 기술의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생체실험이 속행된다. 중앙의 구덩이에는 시체들의 무덤이 된다. 이러한 참혹한 현실의 이미지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차원으로 표상되어 마치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다. ● 사실 모든 생물은 생물학적 시계와 같다. 개별적이건 종과 연관되었건 혹은 심지어 우주적이건 생물학적 리듬이 존재하고 언젠가는 소멸하기 마련이다. 최성록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여러 개체들의 노동적 리듬은 하나의 네트워크 사회의 욕망이 가득한 이미지들의 관계를 드러낸다. 각각의 개체들은 그들 사이에서 인접성과 유사성의 관계로 생애주기 패턴이 존재한다. 생물의 피를 기술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듯이 결국 질서정연한 듯 보이는 생애주기 패턴은 파괴를 통해 다른 질서로 대체되고 반복, 재생산 되면서 결국엔 그 논리에 의해 자멸한다. 끊임없는 수정과 실험을 통해 개조되어 소멸하지도 못하는 인간 욕망 내부의 괴물성을 타자로 남긴채, 결국 세상은 구원받지 못한다. 괴물은 살아남고 언젠가 존재했던 것들의 흔적만이 남았다. 미답의 영역으로 남은 세계의 구원자는 누구일까. 모든 것이 허무하다. ■ 정세라

Vol.20161124d | 최성록展 / CHOISUNGROK / 崔成綠 / animation.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