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림이 아니다

빅터조(조경훈)展 / Victor Cho / 趙慶勳 / sculpture   2016_1126 ▶︎ 2016_1202

빅터조_견체도_폴리에스테르_100×10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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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안젤리코 춘천시 중앙로67번길 54 Tel. +82.(0)10.8760.5186

역설만이 진실인 인생 ● 청동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각 작품의 주 인공은 불테리어 종의 개'바우'이다. 엽기적일 만 큼 익살맞게 생긴 그 품종의 개는 그 자체가 약간 만화처럼 생겨서 별다른 변형 없이도 캐릭터로서 의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의 취향에 맞는 품종개량 및 선택이 거듭되다 보면 인간 주변에는 온갖 종류 의 살아있는 인형들이 존재하게 된다. 인간 대 자연의 대결을 넘어서, 인간들 간의 경쟁에 지친 현 대인들에게 주변 동물의 역할은 커진다. 반려동물 은 자연을 넘어서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 속하게 된 다. 작품 속 주인공 이름도 만화 [바우와우]의 캐릭터와 많이 닮아서 바우라고 지었다고 한다. 인간 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 더구나 그 사랑스런 반려견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면, 작품 소재의 1순위가 되기에 충분하리라. 예술이 재현하는 것이 잃어버린 시공간이라면, 개 뿐 아니라 개와 함께 했던 시간들 역시 작품화될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개 가 주인공으로 전경화 되어 있는 빅터조의 작품들은 예술이 사랑이자 기억, 그리고 상처이자 치유라 는 것을 일깨운다.

빅터조_국제결혼_폴리에스테르_55×40cm_2016

'인간의 본성은 원래 하나의 전체, 이 전체성을 갈망하고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플라톤)이라는 사랑에 대한 고전적 원 리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화해시키려는 정신분석학의 목적과도 겹쳐진다. 이상, 승 화, 억압, 합일, 합리화 등등의 개념은 서로 반대되어 보이는 두 사상, 즉 태양빛 가득한 플라톤과 어둠 속의 프로이트를 동일한 계열의 세계관으로 연 결시킨다. 작가는 상실의 어둠 속에서 바우와 함께 했던 햇살 가득했던 추억을 떠올린다. 작업실의 말썽꾼이었던 바우의 얼굴에는'늘 온갖 문장부호들 과 글씨들이 보였고, 머리 위에는 늘 말풍선과 전구가 떠있었다'고 작가는 회고한다. 빅터조의 작품 속 바우의 눈매는 매우 인간적이다. 인간처럼 정면 을 바라보고 그래서 인간적인 얼굴 표정이 가능하다. 하얀 부분이 많은 피모는 털이 없는 분홍빛 피부의 인간을 연상시킨다. 인간에 대한 과학을 자부하는 정신분석학이 인간만의 특징으로 꼽는 것은'추상적인 사고, 가치의 수용, 예술적 창조성, 생물학적인 생존을 넘어서는 목표 설정'등이다.

빅터조_글리코_폴리에스테르_65×45cm_2016

무엇보다도 인간처럼 직립하고 가장(假將)하고 놀이하는 모습은 인간적이다. 정신분석학은 주체도 대상도 아닌, 허구도 현실도 아닌 중간영역을 설정하여 놀이하고 학습하는 것은 인간의 특징으로 지적한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바 우는 그 중간 영역에서 예술작품으로 환생한다. 바우는 스파이더맨(2014)이나 세일러문(2014), 체게바라(2013), 자유의 여신상(2014) 등으로 분장한다. 캐릭터는 또 다른 캐릭터로 변모하는 것이다.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은 파생을 거듭할 수 있다. 바우는 여러 인간 유형의 역할을 맡아서 또 다른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투견 목걸이하고 붉은 색 권투 글러브를 낀 비장한 표정의 바우는 작품 [남자이기 때문에!](2013)에서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가혹한 게임에 임해야 하 는 불행한 남성적 정체성을 풍자한다. 작품 [카톡~](2014)에서 원래의 개가 그렇듯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채 몸을 배배꼬고 웃음 을 흘리는 암캐는 유혹자의 역할을 자임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남성은 강해야 하고 여성은 그런 남성의 선택받기 위해 예뻐야 한다 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대중문화를 동종 어 법으로 풍자한다.

빅터조_멍!_폴리에스테르_50×3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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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조_선물_폴리에스테르_35×30cm_2016

여성과 남성 모두를 질곡에 빠뜨리는 그러한 현실은 만화처럼 단 순화되는 순간에야 빈약하면서도 폭력적인 이분법의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품 [멍!](2012)에서는 불테리어의 생김새에 일조하는 한쪽 눈의 검은 얼룩이 계란으로 달래야 하는 시퍼런 멍처럼 변모한다. 입가와 이마에는 개체의 상태를 알려주는 문장과 기호가 떠 있다. 그림이 아닌 조각이기에 따로 말풍선을 띄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개체의 상황을 설명하는 사물들에 기호들을 새겨 넣는다. 바우는 카톡(2014)부터 국제결혼(2015)까지, 그리고 애견인으로서는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보신탕 문화(2015)까지 전 방위적인 풍자에 개발에 땀이 날 정도로 바쁜 몸이다. 빅터조 의 작품은 만화나 인터넷에서 인기 코너인 동물관련 유머 란의 게시물처럼 경쾌한 부분이 있지만, 그 시작이 커다란 상실로부터였음 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작가 자신이나 인간에 대한 비유 인한, 인간의 비극적 실존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그의 작 품을 보면 인생에 관한한 역설만이 진실인 듯싶다. 캐릭터 화 된 바 우는 모체로부터 멀어진 최초의 상실 이래 작가의 잃어버린 부분의 하나이며, 그것이 예술작품으로 재현된 것은 일종의 소망 성취이다.

빅터조_어린왕자_폴리에스테르_65×55cm_2016
빅터조_이런 개뿔!_폴리에스테르_50×40cm_2016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캐릭터 바우는 작가의 지각적 동일성(per\-ceptual identity)이 담긴 환각적 재창조이다. 빅터조의 작품에서 눈앞에 실감나게 현전하는 잃어버린 대상은 예술이 '쾌락원리와 현실원리를 화해'(프로이트)시킨다는 점을 알려주는 예다. 제이 그린버그 & 스테판 밋첼은 [정신분석학적 대상관계이론]에서, 지각적 동일성을 보다 이전의 만족스런 상황이 현실이나 환상 속에서 재구성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바우는 다름 아닌 작가가 동일시하는 중요한 타자인 것이다. 동물이나 동물성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기 위해 오래 전에 떠나왔다고 간주되는 그 타자였다. 인간 안의 동물성은 억압되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으며 무의식과 몸에 내장된 채 언제나 회귀될 기회를 노린다. 산업이나 문화에서 생명공학이나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은 다시금 동물과 인간을 근접시킨다. 빅터 조의 작품에 가장 선명한 타자의 이미지는 동물이다. [정신분석학 적 대상관계이론]에 의하면, 여러 학파의 정신분석학자들은 타자 에 대한 이미지를 '내적 대상, 환상적 타자(illusory others), 내사 (introjects), 인격화(personification), 그리고 표상적 세계를 구성 하는 요소 등으로 다양하게 불러왔다.

빅터조_진화과정_폴리에스테르_가변설치_2016
빅터조_플러버_폴리에스테르_가변설치_2016

동물은 타자지만, 그러한 타자가 다가오는 것은 또 다른 타자들과 의 갈등에 따른 보상, 또는 도피의 성격이 적지 않다.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타자들은 생존과 적응이라는 운명의 고단함을 알려준다. 정신분석학은 정체성이 타자와의 동일성과 이질성 모두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정신분석학은 건강하든 병리적이든 정신적 삶 은 관계적 끈들로 복잡하게 짜여 있음을 강조한다. 이 관계의 연결망을 구성하는 것은 현실과 상상 속에 존재하는 타자와 자기 사이 의 만남이라고 지적된다. 빅터조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는 투사적 동일시의 예이다. 그것은 상실--실제로 사랑하는 개를 잃어버렸다 는 것 뿐 아니라, 그로 대표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상실--이라는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타자를 자신의 일부로 경험하는 것 이다. 투사와 동일시를 함께하는 투사적 동일시라는 심리적 과정은 자기 이미지를 대상 이미지와 닮게 하는 동시에, 대상 이미지를 자기 이미지와 닮게 한다. 타자인 바우에게 투사된 자아는 자기애의 대상으로 표상화 되는 것이다. ■ 이선영

빅터조_한반도_폴리에스테르_90×50cm_2016

바우 이야기 ● 학교를 졸업하고 선배들과 작업실에서 함께 지내던 시절,, 어느 날 형들이 작업실에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왔어요. 품종은 불테리어. 만화 "바우 와우" 의 캐릭터와 많이 닮아서 이름을 바우라고 지었습니다. 귀엽고 우스꽝스런 외모와는 달리 성격이 거칠고 늘 말썽을 부려 어떤 면에서는 악마 같은 개였습니다. 불테리어의 악명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 정도로 말썽견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동선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부수고 물어뜯고.. 그래도 그런 바우가 밉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의 소유견이었네요. 바우 덕분에 청소하고 정리해야 하고 하는 등의 허드렛일들은 많이 늘었지만, 그의 엉뚱한 행동은 늘 저에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바우의 얼굴엔 늘 온갖 문장부호들과 글씨들이 보였고 머리 위에는 늘 말풍선과 전구가 떠있었죠. 함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덕분에 웃을 일도 많았는데.. 어느 날 바우는 돌연 사라져버렸어요. 동네를 샅샅이 찾아다녔지만 끝내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바우를 잃어버리고, 한동안 슬픔의 나날을 보내다가.. 지난 일을 그리워하는 주제로 작업을 하던 중, 그 그리운 대상을 바우의 모습으로 시각화 하였습니다. 그 때 처음 지금의 바우 캐릭터를 얻게 되었고 이후, 많은 인생 이야기들을 바우 연작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빅터조

Vol.20161127d | 빅터조(조경훈)展 / Victor Cho / 趙慶勳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