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백승호展 / BAIKSEUNGHO / 白承昊 / sculpture.installation   2016_1118 ▶︎ 2017_0226 / 월요일 휴관

백승호_과정의 다리_나무, 밧줄_가변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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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진천종박물관 JINCHEON BELL MUSEUM 충북 진천군 진천읍 백곡로 1504-12(장관리 710번지) Tel. +82.43.539.3847

성찰, 비움을 채워가며 만나는 시간들 ● 한동안 작업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했다.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 마음 조금은 짐작이 갔다. 작가들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듣는 이야기들이 있다. '에휴~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살아갈 생각하면 지치기도 하고요..', '좋은 작업을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되니 답답하네요.' 큰 유명세를 누리려고 작가의 길은 선택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한참을 하다보면 답답하고 먹먹할 때가 왜 없을까. 뒤틀리는 마음이 왜 없겠는가. 백승호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백승호_과정의 다리_나무, 밧줄_가변설치_2016
백승호_과정의 다리_나무, 밧줄_가변설치_2016

"지난 시간 작가로 살면서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10년 남짓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시의 목표의식보다는 그 시간의 과정들만이 가슴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현실은 항상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간은 그런 긴장을 항상 해결해주었다." (작가노트 중) ● 그렇다. 삶은 늘 줄타기같이 아슬아슬하고, 곧 떨어져 죽을 것만 같지만, 그 또한 지나간다. 버텨내면, 지나가는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그리고 훌쩍 커져있는 자신을 본다. 오랜만에 다시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나면서, 백승호는 이런 이야기를 관객과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백승호_과정의 다리_나무, 밧줄_가변설치_2016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튼튼한 듯 보이지만, 밧줄과 몇 개의 버팀목으로 서 있는 다리위에 올라서면 위태위태하다. 떨어진다고 크게 다칠 만큼 높다거나 위험하지 않아도, 삐걱거리는 다리 위를 걷는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작가는 작품을 돌아보는 동선에 일부러 삐걱거리는 다리라는 장치를 두었다. 편히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작품을 바라봐도 될텐데, 굳이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뻑뻑한 나무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러 관객이 불편하게 작품을 둘러보게 하였다.

백승호_성찰展_진천종박물관_2016
백승호_성찰展_진천종박물관_2016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백승호의 작업은 와이어 프레임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가옥의 지붕구조를 만들어 설치하는 작업이다. 입체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조각이라 부르기에도 멋쩍다. 작가도 언급하듯, 그의 와이어-프레임 설치작업은 드로잉에 가깝다. 5미리 내외의 철 와이어들을 합쳐 두꺼운 와이어를 만들기도 하고, 와이어와 와이어를 용접하여 한옥 지붕의 유려한 선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붕들이 수직으로 쌓으면 건축물의 형상이 되고, 수평으로 펼쳐져 가옥들로 구성된 마을의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백승호_성찰展_진천종박물관_2016
백승호_성찰展_진천종박물관_2016

그가 만든 건물에는 벽이 없다. 그저 선만 있을 뿐. 텅 빈 공간에 와이어를 가지고 건물을 만들어 낸다. 빈 벽은 관객이 상상으로 채워 넣는다. 굳이 상상으로 채워 넣지 않더라도, 공간의 벽이 들어와 벽을 만들기도 하고, 조명이 들어가 빛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벽과 만나 그림자라는 또 다른 드로잉을 그리는가 하면, 구름을 담은 영상을 바닥에 프로젝션하여 구름이 가득한 건물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작가가 만든 와이어프레임 설치에서가 아니라, 주변과 만나면서 완성된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주변의 환경을 빌린다는 의미에서 '차경'이라 불렀고, 우리 건축물을 짓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차원을 겹쳐 복합적으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백승호의 「Dimension complex」는 일종의 '차경'의 현대적이고 작가적 활용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백승호_무제(성덕대왕 신종 명문中)_스틸_가변설치_2016

확실히 백승호의 작업에는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어떤 조명이 어떤 각도에서 들어오는지, 어떤 공간에 놓여지는지에 따라 지붕들은 그림자들을 만들면서 또 다른 구조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관객의 움직임이 가해지면, 설치는 고정된 설치가 아니라 조금씩 변화하는 구조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시선의 위치, 방향. 작품의 완성은 거기에서 이루어진다. 완성이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 주관적이고, 개별적이며, 일시적이다. 게다가 한옥의 지붕은 고즈넉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작품 앞에서는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된다. 한 눈에 작품이 다 들어오지만, 절대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

백승호_空, 有, 景_스틸_410×450×450cm_2015

문득, 전시 제목이 다시 마음에 들어왔다. '성찰' ● 사전은 성찰을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사실, 바삐 사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늘 쫒기고 늘 분주하다. 어딘지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일상에 익숙하다. 백승호의 작업은 그런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한다. 와이어-프레임으로 그려진 한옥 지붕의 유연한 곡선을 감상하고, 빛과 만나 만들어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시간. 한 바퀴 휘 돌아보는 데 채 몇 분이 안 걸리는 작은 전시공간이지만, 그리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삐걱이는 나무다리 위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전시장 공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은 작지만 소중한 성찰의 시간임을 작가는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 신보슬

Vol.20161128i | 백승호展 / BAIKSEUNGHO / 白承昊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