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육면체는 두툼하기도 납작하기도 합니다

노수인展 / NOSUIN / 魯琇粼 / installation   2016_1126 ▶︎ 2016_1216 / 주말 휴관

노수인_너무 깊잖아_미니어쳐 캔버스, 페인트, 줄자, 스티커_가변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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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125_금요일_05:00pm

2016 홍티아트센터 입주예술가展 『독:Dock Gate 6』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 휴관

홍티아트센터 HONG-TI ART CENTER 부산 사하구 다산로106번길 6(다대포동 1608번지) Tel. +82.(0)51.263.8661 www.bscf.or.kr www.facebook.com/Hongtiartcenter

관계의 확장 가능성에 대하여 ● 노수인의 작업은 개별자의 연결과 분절을 반복하는 형식 실험이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범위의 재료를 통해 시행되고 있는데, 하나는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이며 다른 하나는 기호화된 언어이다. 이 때 개별자의 기준은 전자의 경우 내부와 외부를 구분 짓는 경계가 스스로에서 완결되는 하나의 원자적 개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후자의 경우 스스로 기능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최소 단위, 이를테면 한글에서의 자음과 모음의 결합 혹은 문장 부호 등이 해당된다. (...)

노수인_너무 깊잖아_미니어쳐 캔버스, 페인트, 줄자, 스티커_가변설치_2016_부분
노수인_띄어쓰기_미니어쳐 캔버스, 라인 테이프, 시트지, 목탄, 종이_가변설치_2016
노수인_띄어쓰기_미니어쳐 캔버스, 라인 테이프, 시트지, 목탄, 종이_가변설치_2016_부분

개인전 『하얀 육면체는 두툼하기도 납작하기도 합니다』(홍티아트센터, 2016)는 미술을 상징하는 실재하는 사물인 화이트 큐브, 가벽, 캔버스 등이 공간 내에서 차지하는 부피의 문제로 이어졌다. 캔버스는 평면으로 여겨지지만 근원적으로는 부피가 있는 육면체, 즉 입방체이며, 화이트 큐브 역시 그 이름에서처럼 입방체를 뜻하지만 이것이 결코 완벽한 큐브의 형태를 띄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착안하여 작가는 이 전형적인 미술의 상징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조형 실험을 시도했다. 특히 화이트 큐브 내에서 간과하기 쉬운 들보나 기둥, 전시를 위해 설치되는 가벽의 모서리 등에 점선을 이어 붙인 작업 「모서리」(2016)와 벽에 걸리는 캔버스의 위치에 해당하는 사이즈만큼 벽의 페인트를 긁어낸 「-(마이너스) 캔버스」(2016) 의 경우 그것들이 공간 내에서 차지하는 값을 음각과 양각의 부피로 조회하는 동시에, 전시라는 일회적인 이벤트에 한해서만 존재하는 방식을 작가의 수행적 형식 실험을 통해 드러낸다.

노수인_맹커버_맹커버_가변설치_2016
노수인_모서리_라인테이프, 페인트_가변설치_2016

이 같은 수행적인 태도가 가장 두드러지게 전제된 것은 「퍼즐」 연작일 것이다. 작가는 「퍼즐(1)」(2015)에서 일정하게 면을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손으로 그렸기 때문에 균일하지 않은 퍼즐 조각들을 최대한 비슷한 동일면적에 따라 다른 색의 테두리로 분할했다. 같은 평면을 공유하고 있는 이 조각들은 각각의 개별 개체가 그 자체로 완결될 수 있는 독립자인 동시에, 스스로를 완결 짓는 테두리가 다른 개체와 접합되어야만 다른 연결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하다. 작가는 「퍼즐(3)」(2016)에서는 이처럼 손수 그린 가로세로 1cm 가량의 퍼즐 모음이 그려진 종이를 찢어 전시장 공간의 벽면에 부착한 뒤 각 종이들 사이를 이어주는 다른 퍼즐 선들을 그려냈다. 여기서 특기할만한 점은 이처럼 개별의 원자적 요소들이 이합집산에서 생겨나는 일시적으로 묶이거나 연결되는 지점을 작가가 '관계'라고 칭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수인_-캔버스_페인트 제거, 크레파스, 미니어쳐 캔버스_가변설치_2016
노수인_-캔버스_페인트 제거, 크레파스, 미니어쳐 캔버스_가변설치_2016_부분

더군다나 이 관계들은 각각의 전시를 위한 설치를 통해서만 가변적으로 생겨났다가 전시가 끝나고 해체되면 남는 게 없어지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 퍼즐은 우연과 필연 사이의 경계에 걸쳐 있다. 각각의 퍼즐 자체는 우연적이지만, 그것이 이어지게끔 하려는 작가의 의지는 그것의 필연적 만남을 예고한다. 각각의 개별 퍼즐의 존재는 독립적이지만 그것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유기적으로 다른 퍼즐 조각들과 관계 맺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수행적 태도 및 방법론은 개별 퍼즐 조각에서부터 각각의 전시까지 확장된다.

노수인_퍼즐_캔버스, 종이, 네임펜_가변설치_2016
노수인_퍼즐_캔버스, 종이, 네임펜_가변설치_2016_부분

이처럼 노수인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관습적 체계가 우리의 인식의 확장 가능성을 얼마나 가두어 두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러한 경계의 배후에 있는 것들에 닿을 수 있도록 테두리의 저변을 넓히고자 한다.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개별자들을 단절시키고 이를 재배열해 서로 작용 및 반작용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유연한 혁명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 임다운

Vol.20161128j | 노수인展 / NOSUIN / 魯琇粼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