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지나간

김연수展 / KIMYEONSOO / 金娟秀 / painting   2016_1130 ▶ 2016_1218

김연수_스쳐지나간 in Seoul_작업과정_보스토크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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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21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12: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카페 보스토크 1층 Tel. +82.(0)2.337.5805 www.facebook.com/cafevostok

얼마 전 신문에서 읽은 논평에 '좋은 예술작품은 시대를 품어야한다'는 글을 읽었다. 예술가도 사람이다 보니 시대와 분리되어 살수 없듯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직-간접적으로 작품 속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여기 김연수 작가는 지금껏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가 작품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2016년은 작가도 어쩔 수 없이 정치적 블랙홀에 같이 빨려 들어갔다. 독일과 한국의 해상운송을 책임지던 한진해운이 이번 사태로 더 이상 운송업을 하지 않았고, 작가는 한국 전시를 위해 준비한 그림을 독일에서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개인전을 위한 그림은 독일 작업실에 그대로 두고, 작가는 보스토크 1층 전시공간에서 캔버스 틀을 만들고 프라이머를 바르고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가는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에서 내내 그림을 그릴 예정이며 전시가 시작된 뒤 몇 주 뒤에 그녀의 제대로 완성된 작품과 공간을 감상할 수 있다. ● 그녀는 지금 풍경화가다. 독일로 유학가기 전에 그녀는 인물에 관심이 많은 한국화전공의 학생이었다. 작가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와 분위기(아마도 성격)을 담은 인물화를 그려왔다. 그러나 독일에 도착한 뒤, 그녀 주변엔 사람은 없고 온통 나무와 풀 뿐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인물,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꽉 찬 사회에서 살았다면 반대로 독일은 자연이 꽉 찬 도시임이 분명하다. 낯선 나라에서 친밀한 관계의 사람이 없기도 했지만,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있는 한국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느긋한 시선으로 그녀가 보기 시작한 것은 자연이었다. 생경하거나 아름다운 주변 환경을 그녀는 기억 속에 잘 간직하다가 하나씩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했다.

김연수_스쳐지나간_캔버스에 유채_180×900cm_뮌헨_2016
김연수_스쳐지나간_캔버스에 유채_230×580cm_뮌헨_2016

김연수 작가의 풍경은 어디에도 없다. 독일임에는 분명하지만 특정 지을 수 없는 곳을 머릿속에 기억하다가 공간에 캔버스를 세워놓고 이미지가 아닌 분위기로 묘사한다. 어두침침한 침엽수와 말라버린 덤불, 오름처럼 보이는 둥근 언덕들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분위기다. 마치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의 배경인 프라이부르크의 검은숲(Schwarzwald)처럼 보인다. 독일 남부에 거주하던 작가가 베를린을 기차 왕복하면서 자주 지나갔던 장소가 '검은숲'이라하는데, 아마도 그 풍경이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그림은 마녀사냥을 하던 중세 영화의 분위기 같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기억되는 장면과 분위기를 관객을 위해 화면에 묘사한다고 한다. 항상 웃는 얼굴에 발랄한 김연수 작가는 생각보다 어두운 구석이 많은 작가인 듯하다. 작가가 인물화를 많이 그리던 시절에도 인물을 미화해서 그리기 싫었다고 한다. 미술전공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시달려온 환경미화에 대한 무의식적 반항일 수 있다.

김연수_스쳐지나간_캔버스에 유채_230×580cm_뮌헨_2016
김연수_아름답지만 불편한_캔버스에 유채_230×150cm_뮌헨_2016

그녀의 작품은 한국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니다. 한국에서 쉽게 구하던 종이, 붓, 먹 등은 독일에서는 구하기 힘든 재료다보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유화와 캔버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기법은 아직 먹의 농담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녀가 독일에서 가져온 물감은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커다란 검은 물감통과 기름, 대여섯 개의 색깔 튜브가 전부였다. 한국화 하듯 검은 유화물감에 기름을 부어가며 그림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작가를 보니 독일 풍경만큼이나 생경했다. 독일 친구들은 이 기법을 어떻게 평가 하냐고 물어보자, 회색을 만들기 위해 검정에 흰색을 더하는 유화기법과 반대로 검정에 기름을 더하여 검정을 덜어내는 것을 신기했다한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독일에서 꽤 좋은 반응을 보이며 내년에도 몇몇 전시회에 초대되어 전시할 예정이란다.

김연수_스쳐지나간 in Seoul_캔버스에 유채_150×250cm_서울_2016

보스토크에는 멀리 호수가 보이는 풍경이 선보인다. 오랜 기간 필자와 알고 지내며 보스토크 공간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다른 작품에 없는 호수를 그린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는 시멘트와 철골이 들어난 네모난 전시공간에 원경의 풍경을 그려 그림에 전혀 관심 없는 카페 손님들이나 윈도우만 슬쩍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속 시원한 공간을 선사하고 싶다했다. 기법이니 주제니 이런 것을 너무 따지는 것도 현대미술을 재미없게 하는 주범이니 이제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시원스러운 400호 사이즈 풍경과 그녀의 필력을 즐기며 작품을 감상하기 바란다. 보기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닌가. ■ 임성연

Vol.20161129k | 김연수展 / KIMYEONSOO / 金娟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