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사람들의 불투명한 내역서

박송이展 / PARKSONGEI / 朴송이 / painting   2016_1202 ▶ 2017_0104 / 일요일 휴관

박송이_3500원의 위로_종이에 유채, 영수증 콜라주_50×31cm_2016

초대일시 / 2016_1202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터테인 스테이지 ARTERTAIN stag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17-14번지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풍요로운 삶은 가난하다 ● 아터테인 스테이지는 생에 첫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들을 지원해 주고 전시하는 작가들의 전업적인 활동을 위해 다방면으로 프로모션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이 프로젝트의 브랜드가 '출전'이다. 매년 10여명의 신진작가들이 이 출전을 통해 미술시장에 데뷔하게 된다. 오직 작품내용과 작가들의 작가노트만을 통해 선정되는 아터테인 스테이지 출전 첫 선정작가는 박송이작가다. ● 거칠지만 자신감 있는 붓놀림, 독특한 컬러,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 여러가지 자기 정체성이 명확하게 보였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내면을 바라보고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시각이 꽤 참신했다. 자화상과 같이 인물을 주제로 작업하는 것은 자칫 자기중심적 시각이 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 인물들을 여러가지 회화적 요소들을 통해 객관화 시키면서 왜 인물을 그려야만 했을까에 대한 질문에 강렬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음의 주제인 가공(인공)의 풍경들은 작가의 또 다른 세상읽기를 보여준다.

박송이_월 32만원짜리 존재_종이에 유채, 영수증 콜라주_48×38cm_2016
박송이_빛을 끊으면 빚을 어떻게 갚아요_종이에 유채, 전기세고지서 콜라주_60×48cm_2016
박송이_5천원짜리 하루,종이에 유채, 영수증 콜라주_29×24cm_2016

박송이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민중미술과 공공미술이다. 물론, 그의 작품을 어떠한 범주속에 놓고 바라보는 것 자체가 아주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앞으로 전업적인 그의 활동에 나름대로 자양분이 될 듯 한 미술사적 정보이니 간략하게나마 그의 작품을 놓고 그 개념들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우선, 작가의 인물 작품들은 영수증이라든지 사채나 전단지 등으로 콜라주하고 강렬한 터치와 컬러로 인물을 그렸다. 사회적 관계를 놓고 그는 "작업을 하면서 고민하는 철학적 생각들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맥락의 염려들은 그것들(영수증)에 하나도 적혀있지 않다. … 그것들을 (영수증).. 들여다보고, 나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버린다면 어떨까. (작가노트 中)" 라고 질문한다. 소비사회에서 느끼는 일종의 소외다. 또한, 사회적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다. 민중미술은 1980년대 저항문화와 민주화 운동을 기반으로 모더니즘을 기저로 심미주의와 형식주의에 빠져있던 미술계 새로운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지 민중미술은 모더니즘에 반하는 미술흐름이 아니라 한국 미술이 처음으로 민중들의 삶과 시대를 반영하고 현실을 바로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이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민중미술은 판화라든지 콜라주 또는 걸개그림 등 다양한 공간에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민중미술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의적 명분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슈로 바뀌게 되고 형식적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서 그 맥을 잃었다. 그러나 박송이 작가와 같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와 우리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작가만의 메시지를 찾는 작가들의 생각 속에서 다시 한번 그 맥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굳이 민중미술의 맥이 아니더라도 미술이 가지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젊은 고민과 운동이 시작되지 않을까.

박송이_결혼하기 좋은나이_종이에 유채, 전기세 고지서 콜라주_33×21cm_2016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의 축적이 곧 거대한 권력을 만든다. 거기엔 그 권력을 비호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다양한 패러다임이 생겨난다. 윤리와 사회적 판단기준이 오직 그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자본은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분배되어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사고들이 무척 와 닿지만 한번 축적된 자본은 현실을 너무나 꽉 틀어쥐고 있는 터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박송이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연의 풍경 조차도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빼곡히 들어서는 아파트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던 산과 들을 파헤치고 아파트 거주자들만을 위한 정원을 만들어 놓는다.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가 거대 건축회사들의 배를 불리고 편리한 생활패턴을 사고 싶은 이들에 의해 사라진다. 처음 미국에서 공공미술이 성행하게 된 계기 역시 바로 이러한 인간들의 욕망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대체하고자 생겨난 것이 공공미술 즉, 조형물들이었다. 아예 건축법에 미술장식품을 제도화하여 일정 정도의 규모의 건축물에는 법적으로 공공을 위한 미술장식품을 세우게 되어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에 대한 인공의 보상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 되었든 이러한 공공미술은 자기 반성을 통해 지역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연계를 통해 결과물들을 도출하는 새장르 공공미술로 확장해 왔다. "나와 너와 우리가, 서로의 가격을 책정하고 만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생각 되는 게 두렵다.. (작가노트 中)" 솔직한 작가의 고백이다. 이 두려움은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위한 고민의 시작이다. 내 주변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 작가는 자연이 자본에 의해 난도질 당하고 있는 도시의 삶이 어떻게 회화적으로, 시각적으로 보여지게 될까 고민한다. 또한, 한편으로 자본의 시스템에 의해 나도 모르게 구현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작가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박송이 작가만의 공공을 위한 작업들이 발전되어 갈 수 있겠다.

박송이_투명인간-존재하지 않는 사람들1_캔버스에 유채, 콘테_116×72.7cm_2016
박송이_투명인간-존재하지 않는사람들2_캔버스에 유채, 콘테_116×72.7cm_2016

미술은 그 누구보다도 아주 예민하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얼마나 예민하게 세상을 느끼고 바라 보느냐 하는 것이, 물론 타 장르의 예술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미술에 있어서는 생명과도 같다. 박송이 작가의 시선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또한, 그 상상력이 예민하다. 작가는 화려한 꽃무늬 이불을 덮고 자는 우리들을 마치 자본의 화려함 속에 그 모습을 상실해 가는 투명인간인 것처럼 현실의 우리를 표현했다. 어디에도 존재감이 없이 살아가는 현시대 우리 젊음의 모습이다. 뭔가 가슴이 먹먹하다는 생각도 잠시 그의 작품에서 자고 있는 인물들에는 적어도 힘있게 다시 깨어날 수 있는 강인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작가는 그가 그릴 수 있는 범위에서 만큼은 솔직하고 자신이 겪은 경험에서는 자신감 있게 표현한다. 어쩌면 그것이 현재, 아니 앞으로 작가가 활동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확실한 자양분이 아닐까 싶다. ■ 임대식

Vol.20161203g | 박송이展 / PARKSONGEI / 朴송이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