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e and Penetrate

김윤경展 / KIMYUNKYUNG / 金潤卿 / installation   2016_1202 ▶ 2017_0115 / 월요일 휴관

김윤경_Viruscape_4 Windows_디지털 프린트, 아크릴, 철, 내화학성 장갑_173×75×35cm×4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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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202_금요일_04:00pm

제13회 김종영조각상 수상자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김종영미술관 KIM CHONG YUNG SCULPTUER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동32길 30 신관 제1,2,3전시실 Tel. +82.(0)2.3217.6484 www.kimchongyung.com

관념에서 생활세계로-뒤집으며 이해해가기. 김윤경의 이번 전시 타이틀은 『Reverse and Penetrate』이다. Reverse는 '뒤집다', '(입장을)바꾸다', '후진하다' 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Penetrate는 '관통하다', '간파하다', '이해하다', '삽입하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번 전시는 두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생겨 관객에 따라 다르게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그녀가 중층적인 의미를 내포한 전시로 기획한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필자는 대략 '뒤집으며 이해해 가기'라는 과정의 의미로 해석하고자 한다. ● 김윤경은 이번 전시에 Virus와 Scape를 합친 「Viruscape」, 즉 「바이러스풍경」 (제1전시실)과 「Skin-Clothing」, 「피부-옷」이라는 제목의 설치작품 (제3전시실), 그리고 2011년과 2007, 2008년에 실행한 퍼포먼스 작업 「Reverse and Penetrate」의 기록영상물을 선보인다. (제2전시실) 각각의 작품 제목을 듣는 순간 각 작품 간의 어떤 연관성이 있을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전시된 작품을 보는 순간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에 실행한 퍼포먼스의 기록 영상을 제외한 두 작품 모두 제작 연도는 2016년이지만 「피부-옷」은 그녀가 2005년에 제작 전시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라는 작품을 확장 발전시킨 것이며, 「바이러스 풍경」에 상영하고 있는 비디오 영상 「Live Blood」는 1999년 작품이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작품이 외형상 단절 된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17년이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러하다면 김윤경은 김종영조각상 수상 기념전에 어떤 의도로 이와 같이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윤경_Viruscape_Penetrataion_가변적 설치, 폐 문짝, 디지털 프린트, 호스_185×73×3.5cm×6_2016

. 김윤경의 초기 작업은 옷에서 출발하였다. 그녀의 작업에서 옷은 피부의 확장으로 사람을 의미한다. 더불어 안과 밖을 구분 짓는 경계이기도 하다. 경계는 이후 집이라는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그녀에게 집은 옷의 확장이다. 이런 사유의 결과가 2007년과 2008년에 실행한 '입을 수 있는 집'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 작업인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는 작품 제목을 「Reverse and Penetrate」라 하였다. 초기에 그녀는 작품에 필요한 옷을 직접 만들었다. 그 옷들은 옷이지만 실제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었다. 그러다 2005년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를 발표하면서부터 누군가 입던 실제 옷을 기증받아 사용하였다. 기증받은 옷을 해체한 후 다시 조합하여 마름질하지 않은 상태의 소가죽 형상을 만들어 허공에 매단 작업이었다. ● 김윤경은 이번 전시에 나무로 만든 캐비닛-앞뒤에 갈비뼈와 척추의 형상을 투각하였고 양 옆으로 소매가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몸통을 상징하는 거 같다-안에 옷에서 띄어 낸 상표로 신체 장기를 해부학적으로 거의 정확하게 만들어 놓았다. 캐비닛 아랫부분에서 조합된 천이 퍼져 나와 2005년 작품과 같이 옷을 해체해 만든 소가죽 형상의 펼쳐진 형태로 바닥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배설물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벽에도 소가죽 형상이 걸려있다. 라벨로 만든 장기는 아마도 현대인들의 물질적 욕망을 상징하는 거 같다.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없이 소비를 해도 궁극에는 의복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역할 이외에는 다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는 태어날 때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손을 꽉 쥐고 태어나지만 삶을 마감할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기에 손을 펴고 임종을 맞는다는 어른들의 말을 연상시킨다.

김윤경_Isolated Cell_디지털 프린트, 알루미늄 패널, 내화학성 장갑, 의료용 침대 등_ 405×484×230cm, 160×240×203cm_2016
김윤경_Mers_Blue Door1_라이트패널, 폐 문짝_213×97×18cm_2016

이번 전시작품 「피부-옷」은 초기의 옷을 소재로 한 작업과는 개념상 많은 변화가 있다. 옷을 만드는 작업의 출발은 반反조각적인 개념, 즉 중력과 공간에 대한 재고였다. 작업이 지속되면서 차츰 옷의 의인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그녀는 점차 만든 옷을 뒤집기 시작하였다. 옷을 경계로 내부는 신체와 맞닿은 매우 사적인 공간이다. 그녀에게 옷을 뒤집는다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남에게 드러내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그녀는 옷들을 다양한 형태로 연결하여 개인이 착용 불가능한 옷을 만들었다. 사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에서 사회 속 인간의 관계를 되새기는 작업으로, 작품 소재로서 옷의 지평이 확장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 작품에 이르게 되었다. ● 약 20년간 김윤경의 옷을 소재로 한 작업의 여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물론 옷 작업 이외에도 그녀는 다양한 작업을 발표하였다. 한 예로서 인간의 숙명에 관심을 가지고 수상학 手相學을 공부하며 손금을 수놓은 장갑을 만든 『Gloves of Fate』 연작을 제작하였다. 거의 같은 시기에 개인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의미로 가족의 피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Blood Sampling』 연작을 발표하였다. 이 두 연작은 옷 작업을 해오던 그녀이기에 약간은 의외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동안 옷 작업을 통해 그녀는 인간사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으나 '손금'과 '피'라는 색다른 소재를 통해 '숙명'과 '정체성' 같은 특정한 주제를 다룬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작업들은 그녀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이라 사료된다. 달리 말하면 관념적인 작업에서 구체적인 작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작업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사람들 관계에서 비롯된 삶의 문제에 대해 성찰해 왔다.

김윤경_Zika_Red Window1_라이트패널, 폐 창문_104×130×16cm_2016 김윤경_Zika_Red Door1_라이트패널, 폐 문짝_205×91×18cm_2016 김윤경_Zika_Womb_라이트패널_101×127×7cm_2016 김윤경_Zika_Baby_비닐에 프린트, 알루미늄 패널, 스테인리스 스틸, 라이트패널_ 183×120×110cm, 80×45×50cm_2016
김윤경_Zika_Baby_비닐에 프린트, 알루미늄 패널, 스테인리스 스틸, 라이트패널_ 183×120×110cm, 80×45×50cm_2016_부분

. 제1전시실은 제3전시실의 「피부-옷」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장 벽면에는 반쯤 열린 문들과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문들이 벽면에 설치되어있다. 문과 창문으로 인해 전시장은 가상의 생활공간이 된다. 문과 창밖으로는 일정한 패턴의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보인다. 그러나 매우 화려한 색상의 특이한 이미지들이다. 특히 전시장 한쪽에는 격리된 병실같이 보이는 공간이 있다. 메르스 창궐 당시 언론에서 자주 본 음압 병실 같이 보이는 공간이다. 병실 침대 시트와 담요는 창밖에 보이는 이미지 중 하나로 덮여 있다. 그리고 침대 옆 옷걸이에는 각종 약 상자의 이미지로 뒤덮인 환자복이 걸려있다. 그러나 병실에 환자는 부재한다. ● 한편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인큐베이터같이 보이는 것의 바닥이 창밖 이미지들로 씌워져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 앞에는 몇 개의 문이 세워져 있는 데 그 이미지로 뒤덮인 원통 관이 그 문들을 관통하고 있다. 이 작품 뒤에는 창밖에 보이는 이미지로 만든 커튼이 드리운 공간 안에서 1999년 작 「Live Blood」 (3분 3초)가 상영되고 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김윤경 자신의 혈액샘플에 클로즈업한 자신의 얼굴 중에서도 특히 눈이 잠깐씩 겹친다. 그리고 우주의 빅뱅과 같은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인체는 소우주라는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 마지막으로 「Live Blood」 옆 공간에는 신생아의 이미지가 모기 망의 보호를 받으며 모기떼에 감싸여 있다. 최근에는 아기와 모기 하면 리우 올림픽 때 부각된 지카 바이러스가 연상된다. 그녀는 제1전시실에 전시된 이 모든 작품의 제목을 바이러스 Virus와 풍경 Scape 이 합쳐 친 「Viruscape」라고 명명하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일정한 패턴의 알 수 없는 화려한 색상의 이미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온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확대한 것이다. 관객들은 바이러스로 둘러싸인 이 가상의 실내공간을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중략...)

김윤경_Skin-Clothing_헌옷, 의류 라벨, 합성가죽, 나무_ 175×60×40cm, 약 300×400cm×2_가변설치_2005, 2016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김윤경 작업에서 옷은 중력과 공간에 천착하는 전통조각에 반한 작업을 위해 선택되었고 차츰 의인화되어 집까지 확장되었다. 옷이라는 소재는 그렇게 자신의 의미를 찾아 나간 것이다. 한편 손금과 혈액을 통해 숙명과 정체성이라는 문제에 천착하다 미물인 바이러스로부터 나약한 인간임을 깨달은 것과 같이 그녀의 작업은 '관념에서 구체적인 것'으로의 이행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초기의 옷 작업부터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까지 그녀의 작업에 주된 주제는 인간에 대한 이해해 가는 것으로 일관된 것이다. 마치 특수한 경우를 성찰하여 보편적인 이론을 도출해내고자 성찰하는 연구자의 태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 글 모두에서 김윤경의 이번 전시 제목은 중층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녀가 전시 제목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을 통해 그녀가 언어적 사유에 상대적으로 좀 더 비중을 두지 않나 싶다. 직관(이미지적 사유)보다는 논리(언어적 사유)에 좀 더 치중하는 것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초기 작업부터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러나 방법적인 면에서 변화가 생겼다. 초기의 작업이 시적인 방법으로 중층적인 의미를 옷이라는 소재에 함축적으로 담아내고자 하였다면, 점차 그녀의 작업은 서술적인 방법을 통해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그녀의 작업은 옷을 소재로 출발한 작업이 점차 설치작업으로 전개되었고, 퍼포먼스까지 확장되었다.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그 정점은 이번에 전시하는 「Viruscape」가 아닐까 싶다. 개별 작품들이 모여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녀는 설명과 암시의 경계에서 많은 고민을 하며 작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김윤경_Reverse and Penetrate展_김종영미술관_2016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김종영조각상이 올해 제14회부터 미술상으로 개편되었기에 김윤경은 김종영조각상으로는 마지막 수상자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번 수상 기념전을 개최하며 약 20년간의 작업 여정을 뒤돌아보며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녀는 '무엇을 위해 작업을 하는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 물론 이 질문은 어느 작가든 일생동안 되새김질해야 할 질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 그녀가 17년 전 작품을 가장 최근 작품과 함께 한 공간에 전시한 것을 보며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이번 전시를 보며 고갱이 타이티에서 그린 그의 최대의 역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가 떠오른다. 왜일까? ■ 박춘호

Vol.20161212j | 김윤경展 / KIMYUNKYUNG / 金潤卿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