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하는 빛 The Resonating Light

박부곤展 / PARKBOOKON / 朴富坤 / photography   2016_1228 ▶ 2017_0131 / 일요일 휴관

박부곤_트래킹(Tracking)-23_C 프린트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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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7_0116_월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수요일_02:00pm~07: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 & 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0)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시선의 진화, 혹은 어둠을 감싼 빛(明) ● 이 글은 장자 기론의 관점에서 박부곤 작가의 작품을 독해하려는 한 가지 시도다. ● 있는 그대로 보기 작가는 작품을 통해 대지로 대표되는 자연의 파괴와 훼손의 대가로 찬란한 도시 문명이 건설되고 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여기서 자연의 파괴를 통해 도시가 건설되어 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표현 기법은 작품에서 작가의 주관적 해석을 배제함으로써 관객이 예술 작품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작가의 해석'이라는 '제한적 선입견의 창' 없이 작품과 직접 만나고 자신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해석의 자율성을 관객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그의 작가 정신은 뛰어나다. ● 사태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작품들은 자연에 대한 인간 지배를 정당화하지도, 생태주의를 옹호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특정한 입장에 대한 편들기를 배제한 작가의 시선은 특정 이론이나 가치관에 기대어 변화하는 사태를 시비(是非), 선악(善惡), 호오(好惡) 등의 인간적 가치관으로 재단하려는 욕구를 넘어선다. 이러한 시선은 자연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처음부터 자연의 관점에 이른 것은 아니다. 작업 초기에 작가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파괴되고 상처입은 대지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이 때문에 초기 작품들은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 대지의 희생을 대가로 건설된 화려한 도시 건축물들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야만적 폭력'의 결과로 고발한다. 이것은 세계의 변화 양상을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만, 빛과 어둠, 삶과 죽음, 건설과 파괴 등의 특정 이분법으로 가르고, 그중 한 쪽을 편드는 시비(是非)관에 사로잡힌 인간적 관점의 반영이다.

박부곤_트래킹–공전(Tracking- Revolution)-20_C 프린트_2013

시선의 진화 ● 어떻게 작가의 시선은 인간적 관점의 제한성을 벗어나 자연의 관점에 선 것인가? 문명과 야만, 인간과 자연, 빛과 어둠 등의 대립적 현상의 다양성이 사실 인간, 문명, 자연을 하나로 관통하는 거대한 힘의 반영임을 작가는 어떻게 깨달았는가? ● 작가는 도시 문명의 '건설과 파괴' 현상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과 밤, 낮의 주기적 변화로 지속되는 자연의 순환과 같은 차원에서 본다. 이것은 세계 변화를 선악, 시비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인간적 관점의 한계를 벗어나 '스스로(自) 그러한(然) 자연'의 관점에서 통찰한 것이다. ● 이처럼 작가의 시선은 자연의 편에서 도시 문명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인간적 관점'을 벗어나 자연의 파괴가 도시 문명의 창조로, 새 문명의 창조가 또 다른 생성을 위한 소멸로 변화되는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는 '자연의 관점'으로 승화되고 있다. 이것은 기(氣)라는 물질적 생명 에너지의 취합과 분산이라는 차원에서 만물의 생멸변화를 통찰하는 장자의 통찰을 닮았다.

박부곤_Mechanical City-10_C 프린트_2012

기(氣) 에너지 ● 장자는 지속적으로 변하는 세계를 시비, 선악 등의 이분법적 가치관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다만 기라는 물질적 생명 에너지의 취합과 분산 과정을 통해 세계가 생멸존망의 현상적 변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직시한다. 장자에 따르면 인간의 생사, 세계 변화, 자연의 순환은 기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차원에서 하나로 통한다. 또한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만, 건설과 파괴, 빛과 어둠 등으로 표현되는 현상적 이중성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동등하게 긍정된다. ● 작가의 자연적 관점 역시 자연의 파괴와 문명 건설, 또는 문명의 쇠락으로 인한 자연의 또 다른 생성이 거대한 기 에너지의 순환 과정이라는 차원에서 동등하게 긍정되는 것임을 통찰한다. 이러한 통찰은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의 관점으로의 진화이며, 적대의 관점에서 포용의 관점으로의 전환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둠을 감싼 빛의 시선(明)'이다.

박부곤_Mechanical City-9_C 프린트_2013

길은 그곳을 걸어서 생긴다(道行之而成) ● 시선의 진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은 작가의 트래킹 작업을 통해서다. 작가의 트래킹 작업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을 지닌다. 하나는 목적없이 걷기, 둘째는 직선으로 걷기, 셋째는 원환적 걷기다. 작가는 인적없는 깊은 밤 폐허 같은 대지 위를 랜턴을 들고 배회한다. 여기서 특정한 목적이나 방향없이 걸었던 소요(逍遙)의 빛은 어느 순간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고정된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 직선 걷기를 고집했던 작가의 열망은 직선 걷기의 불가능성과 어긋남을 통해 원환적 걷기로 승화된다. ● 목적없이 거니는 장자의 소요는 경쾌한 놀이(遊)로 승화된다. 노니는 걸음은 가볍고 경쾌하며 즐겁고 유쾌하다. 그러나 작가의 트래킹은 이같은 긍정으로 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트래킹은 직선 걷기의 열망에 대한 끊임없는 좌절을 수많은 빛의 균열과 어긋남의 흔적으로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트래킹은 매끄러운 직선 걷기에 집착하는 그의 열망을 담고있다. 여기서 그는 다시 인간적 관점에 제한된다.

박부곤_Mechanical City-4_C 프린트_2011

원환 걷기는 좌절된 직선 걷기로의 열망을 치유하려는 작가의 기도나 의례같다. 원환 걷기는 균열 간 직선들의 흔적들을 이어 거대한 빛의 원환을 완성한다. 균열의 흔적들로 완성된 빛의 고리는 수많은 생멸을 내포한 장자의 기 에너지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직선 걷기의 불가능성이 야기한 좌절감은 원환 걷기라는 제례를 통해 위로된다. 목적없는 걸음으로 시작된 작가의 트래킹은 직선 걷기로의 열망이 좌절된 자리에서, 치유를 위한 기원을 담은 원환 걷기로 승화된다. 이를 통해 폐허의 대지는 원시적 생명 에너지를 회복한다. ● 작가의 트래킹 작업은 인간적 관점에서 자연의 관점으로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 트래킹은 그의 몸이 직접 땅과 만나 대지의 기를 받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트래킹은 직선 걷기라는 특정 가치를 고집하는 작가의 인간적 한계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은 개체적 몸을 지우고 몸의 궤적들을 이어 거대한 원환의 빛을 완성한다. 이 개인이 사라진 자리에 우주의 원시적 생명 에너지는 상징적으로 부활한다. 기 에너지의 차원에서 인간과 자연은 하나다. 인간적 관점을 벗어난 인간은 이미 자연이다.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지만 자기 소멸의 방식으로 그렇다. 개체적 몸을 지운, 혹은 인간적 가치관이 사라진 자리에서 인간과 자연, 문명과 자연이라는 대립각은 해체되고 인간은 하나의 기 에너지가 되어 만물과 소통한다. ■ 곽소현

박부곤_트래킹-공전(Tracking-evolution)-7_C 프린트_2016
박부곤_트래킹-공전(Tracking-evolution)-10_C 프린트_2016
박부곤_트래킹-공전(Tracking-evolution)-2_C 프린트_2016

Evolution of Perspective, Or the Light Enveloping the Darkness ● This essay is one attempt to interpret artist Bookon Park's works from the perspective of Zhuangzi's theory of qi (氣). ● Looking at things as they are Artist Bookon Park reveals through his works the subject matter "as it is." By showing in a straightforward manner the process by which our cities are being built, he invites spectators to communicate directly with the artwork. His unadorned style, juxtaposing human creations against vast expanses of land, might be taken as a statement that the cost of our illustrious urban civilization is the destruction of nature. Yet, as an artist, Park withholds judgment. In so doing, he removes the "limiting window of prejudice"—that is, his own subjective interpretations. He can be regarded as exceptional in that he grants spectators complete autonomy with regard to interpretation. ● The works, which convey the changing state of things as they are, neither justifies the domination of nature by humans nor advocates an ecological stance. This apparent neutrality from the artist—his refusal to espouse a position—reflects a perspective much like that of nature herself. Nature is beyond judgment, beyond human likes and dislikes, beyond human perceptions of right and wrong or good and evil. ● However, the artist did not hold that perspective at the outset. In the early stages of his work, Park heard the screams of an Earth being hurt and plundered in the service of development. In his early works, he made it clear that this magnificent urban architecture carried an unacceptable price—the sacrifice of Mother Earth, the giver of life. He spoke of the "savage violence of humans inflicted upon nature." ● His work at that time reflected a human perspective, one that viewed the world in black and white and adhered to one side of a "debate." It was a view that dichotomized the changes occurring in the world, placing them into categories: human vs. nature, civilization vs. savagery, light vs. darkness, life vs. death, construction vs. destruction. ● Evolution of perspective So how did the artist free himself from the limitations of his human perspective and take on the perspective of nature—or, to put it in Daoist terms, the perspective of "self so (自然)"? How did he come to realize that dualities such as civilization and savagery, human and nature, light and darkness were reflections of a greater force, one that defied artificial boundaries? ● Park views the "construction and destruction" cycle, upon which urban civilization depends, to be on the same dimension as other natural cycles such as changes of season or transitions between night and day. Construction and destruction are unceasing processes that move in cycles, just like the seasons of the year. He gained this insight by looking at the changes in the world from what is reminiscent of the Daoist perspective mentioned above. He moved beyond the limitations of his human perspective, one that had been constraining him and leading him to judge the world in terms of false dichotomies. ● In this way, the artist's perspective came to transcend the human and reflect that of nature, to offer a view of reality "as is." The destruction of nature means the creation of urban civilization, and the eradication of a civilization clears the way for further acts of creation through natural processes. This recalls the insight of Zhuangzi, who viewed birth and death, change, and the transformation of myriad things in terms of the collection and dispersal of material energy or life force, called qi. ● Qi, the material energy or life force Zhuangzi did not judge the constantly changing world from the binary thinking of right and wrong or good and evil. He merely looked straight at the reality: The world is always going through phenomenal changes, births and deaths, existence and annihilation, endless phases in which qi builds up and is dispersed elsewhere. For Zhuangzi, human births and deaths were connected with other changes in the world and with the cycles of nature. All were part of the energy flow, the flow of qi. Phenomena that manifested dualistically as human and nature, civilization and savagery, construction and destruction, light and darkness were part of this flow too. Zhuangzi affirmed both parts of each dualism equally as necessary to sustain human life. ● The perspective the artist has adopted leads him to affirm the destruction of nature and the construction of civilization, to put this on equal terms with the restoration of nature as civilizations decline. All this is part of the larger cyclic process of qi. This insight represents an evolution on the part of the artist, a shift from antagonism to magnanimity. This is the perspective of "the light enveloping the darkness." ● A path is created by walking it (道行之而成) Park achieved this evolution through his tracking practice. His practice consisted of three aspects: walking aimlessly, walking in straight lines, and walking in circles. In the dead of night, the artist wandered about the untrodden land in ruins with a lantern in his hand. The trajectory of the light, without any specific aim or direction at first, suddenly became fixed toward a goal. The artist's desire to walk in straight lines toward a goal later dissolved as he realized the impossibility of walking in a straight line, and at last he found himself walking in circles. ● The aimless wandering of Zhuangzi turned into cheerful play. The playful steps were light, lifting, pleasant, and joyful. However, the artist did not progress to that stage, to that sense of affirmation and positivity, with ease. His tracking practice reveals a failure to fulfill his desire to walk straight—it produced numerous ruptures and dislocations of light. We can see traces of his stubborn desire to walk in smooth, straight lines. Here, he is once again limited by his human perspective. ● Walking in circles, as Park did, can be likened to a ritual or prayer. Park's circles form a great circle of light, one that connects the traces of his ruptured straight lines. The loop of light that emerged out of the ruptures is reminiscent of Zhuangzi's idea of qi, which contains numerous births and deaths. The ritual of walking in circles eventually extinguished the frustration caused by the impossibility of walking in straight lines. The artist's tracking practice, which started with aimless steps, evolved into circles with the hope of being cured after his attempts to walk in straight lines had failed. Through this ritual, the land in ruins regained its primitive life force. ● The artist's tracking practice made possible the evolution from the human perspective to that of nature. It was a process in which he became one with nature through his direct encounter with the land, when he received the energy—that is, the qi—from the earth. However, his original desire to walk in straight lines also reflects his limitations as a human. Nonetheless, his works erase the individual body and complete a great circle of light by connecting the trajectories of his body's movements. Where the individual vanishes, the primitive life force of the universe is revived symbolically. In terms of qi, nature and human are one. A human who exists beyond the perspective of the human is already one with nature. The artist appears in his works, but only in a way that signifies self-annihilation. At the site where his individual body has been erased, where his human values have vanished, the confrontation between human and nature or civilization and nature is dismantled, and the human becomes a part of the flow of qi that communicates with myriad things. ■ Gwak S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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