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민재영展 / MINJAEYOUNG / 閔才暎 / drawing.wall painting   2017_0103 ▶ 2017_0115 / 월요일 휴관

민재영_무제_종이에 수묵담채_72×140.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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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0)2.733.0440 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twitter.com/sarubiadabang

SO.S는 사루비아다방이 2015년부터 새롭게 시도하는 중장기 작가지원 프로그램이다. 작품, 전시와 같은 창작의 결과물 이면에 감춰진 작가들의 수많은 시간과 노력, 과정 속에 큐레이터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그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창작의 조력자이자, 작가의 고유한 언어를 복원시켜주는 매개자로서 사루비아는 대안의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 작년 6월 공모를 통해 ABC 그룹 총 6명의 작가를 선정하였고, 2년간의 진행 과정을 전시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피드백을 구하는 자리이다.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유 작가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SO.S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민재영_무제_종이에 수묵담채_드로잉 20점, 가변크기_2016

민재영의 관심은 줄곧 특정한 환경 속에 있는 사람, 혹은 사람들이었다. 때때로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황급히 떠밀려가는 아비규환의 모습으로, 한 무리이지만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실 소재의 측면에서 그의 작품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포커스가 다른 시대가 아닌 현재, 다른 어디인가가 아닌 여기, 집 밖을 나서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작품이 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그의 작품에서는 도시적 삶의 분주함과 각박함, 고독 등의 감정이 저변에 깔려 있다.

민재영_무제_벽면에 수묵담채_가변크기_2017

그런데 그러한 소재 자체가 일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쩐지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의 독특한 기법이 그러한 느낌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그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천착해 오고 있는 자신만의 기법, 그것은 마치 티비나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이차원의 화면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선의 활용이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대체로 익명의 군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그가, 화면 전체를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균일한 선으로 메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역설로 읽혀진다. 일획의 점이나 선으로도 표현될 수 있을 법한 군중들 개개인이 대단히 정교하고 꼼꼼한 터치로 구현되어 있는 것이다. 티비나 컴퓨터 화면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민재영 이외에도 여럿 있지만 대개는 디지털 시각문명에 대한 함의가 짙은 반면, 그의 작품은 소재에서 비롯된 정조와 세부를 치밀하게 메워나가는 붓질의 방식으로 인해 이차원 화면의 차가운 거리감이 덜 느껴진다.

민재영_무제_벽면에 수묵담채_가변크기_2017
민재영_무제_벽면에 수묵담채_가변크기_2017

대신에 그의 작품 전체를 일별하고 나면 어떤 의문이 생성된다. 그가 실제로 티비나 컴퓨터의 화면을 연상했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의미의 층위를 한 겹 덧씌우는 역할을 해 왔다. 그것은 왜 시작되었고, 어떻게 십여 년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작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민재영_무제_벽면에 목탄_가변크기_2017

민재영이 동양화를 전공한 이래 전통적인 매체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해답의 일단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의 선으로 화면을 메우는 기법은, 전통적인 매체를 현재의 시점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의 일부였다. 수묵 뿐 아니라 유화와 그 어떤 매체도 발생의 연원과 형성과정이 있고, 활용기법들이 정착되고 운용되어 온 역사가 있다. 유화와 더불어 생성되었던 원근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난 세기 초 많은 화가들이 고심하고 몸부림쳤던 과정은, 민재영이 균일한 선이라는 기법을 일종의 전략이며 무기로 고수해온 것과 비견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에는 도사연하는 일필휘지보다는 노작(勞作) 취향의 기질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된다.

민재영_무제_벽면에 수묵담채_가변크기_2017

그러나 2017년 초에 그가 선보이게 될 작품들은 그가 십여년간 고수해 왔던 균일한 선의 화면을 잠시 내려놓는다. 오래 다듬어져 이제는 자신만의 브랜드가 된 기법을 의도적으로 멀리 하고, 손과 붓에 익숙치 않은 자유를 부여하는 과도기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이 작품들은 아마도 민재영의 다음 행보에 계단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책의 한 챕터가 넘어가고 다음 챕터가 시작될 때 중간의 빈 종이 한 장에 '다음'의 의미가 담겨 있듯이, 그리고 그 다음이 원래의 기법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전혀 새로운 무엇이 펼쳐질 것인지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채로 잠시간의 자유를 맛보는 그의 성긴 드로잉들을 바라본다. ■ 이윤희

Vol.20170103e | 민재영展 / MINJAEYOUNG / 閔才暎 / drawing.wall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