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

김기수_권홍 2인展   2017_0105 ▶︎ 2017_0114

김기호_벽_종이에 연필_29.7×21cm_2016

초대일시 / 2017_0105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cafe.daum.net/gallerybresson

'시절인'(時節人)으로 사는 법-권홍 김기호 이인전에 부쳐 ● 역사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한 시대가 가고 또 다른 시대가 오고 있다. 역사를 살아가는 일상인들에게 '시대'라는 개념은 거시적인 시간 분절의 기준을 제공한다. 삶은 그렇게 분절되고, 우리는 그 분절 단위가 갖는 이데올로기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삶의 밑바닥으로부터 본다면, 시간은 이렇게만 분절되지 않는다. 인간 개개인은 그의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나온 각기 다른 시간의 분절 또한 갖고 있다. 이러한 분절은 너무나도 미시적이어서 자세히 공들여 들여다보지 않고는 포착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시대라는 거창한 개념보다는 미시적인 시간의 기미들로 이루어진 '시절'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한다. 거기에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기억들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 추구하는 형상성은 무릇 이러한 시절이라는 개념에 더 부합하는 듯이 보인다. ● 시절은 시간의 단편성을 부각시킨다. 시간이 단편화되면, 서사가 해체되는 대신 묘사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어느 한 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이미지들은 즉발적이고 생산적이다. 조형예술가들에게 이러한 즉발성과 생산성은 곧 예술적 에너지를 말하는 것이니, 시절을 사는 시절인으로서의 자기 인식은 예술가들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 이러한 시절을 사는 예술가 둘이 의기투합하여 전시회를 연다. 한 명은 드로잉으로, 한 명은 사진으로. 다른 매체가 한 공간에서 만남으로써, 두 매체는 서로 충돌하고 또한 화합한다. 시절의 느낌으로 화합한 이들 매체는 서로 다른 경험과 인식을 통해 다른 형상을 생산해낸다. 예술의 이상적인 소통은 이와 같이 다른 것이 만나야 이루어진다.

김기호_축배를_종이에 연필_19.7×8.5cm_2016
김기호_혀_종이에 연필_19.7×8.5cm_2016
김기호_안거_종이에 연필_21×29.7cm_2016

김기호는 주로 연필로 한 드로잉 작업을 보여준다. 작은 화면에 매일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그린 것들이다. 드로잉은 모든 조형작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드로잉을 보는 재미는 미완결된 것처럼 보이는 작업 앞에서 앞으로 펼쳐진 수많은 조형적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따라서 드로잉은 그 자체로 '날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친 가공을 거치지 않은 날 것의 상태는 전문적인 기법이나 기교 이전의 것으로 삶의 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작가는 지금의 기록이다'라고 외치는 드로잉 작품은 마치 시절인으로서의 자기선언처럼 보인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일상적 사물들은 그가 살고 있는 현재 속에서 교묘하게 뒤틀려 제시된다.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많은 것을 말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권홍_잉크젯 프린트_18.8×29.7cm_2016
권홍_잉크젯 프린트_18.8×29.7cm_2016
권홍_잉크젯 프린트_26×40cm_2016
권홍_잉크젯 프린트_26×40cm_2016

권홍은 사진작업을 보여준다. 일상생활 속에서 포착된 형상들을 단지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그때그때 떠오른 정서에 따라 적절히 가공한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다중노출의 패닝 기법은 있은 그대로의 형상에 마치 수묵과도 같은 번짐과 모호함을 주어, 시간 속에서의 기억을 축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풍경은 지금의 풍경이기도 하고, 또한 바로 이전의 풍경이기도 하다. 우리의 느낌이 시간의 기억을 토대로 하듯, 권홍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형상은 이러한 기억을 불러일으켜 현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촛불광장을 그려내는 방식 또한 사실적 제시를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그것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광장의 촛불은 시절인으로 그가 경험한 매우 사적인 것이며, 그래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 이들 두 작가는 격변의 시대를 사는 시절인으로서의 삶의 체험을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낸다. 시절인으로서의 관객이 이들 작업을 통해 예술적 열락에 쉽사리 감염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송효섭

Vol.20170105b | 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김기수_권홍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