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안진의展 / AHNJINEE / 安眞儀 / painting   2017_0211 ▶ 2017_0315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캔버스에 석채, 혼합재료_53×45cm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1207d | 안진의展으로 갑니다.

안진의 블로그_blog.naver.com/jineeahn

초대일시 / 2017_021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소피스갤러리 SOPHIS GALLERY 서울 강남구 역삼로 218 (역삼동 770-6번지) 재승빌딩 B1 Tel. +82.(0)2.555.7706 www.sophisgallery.com

꽃이 아닌 곳에서도 꽃을 보다-화가 안진의가 초대하는 '꽃의 시간' 속으로 ● 지구상에 꽃이 출현하기 전까지, 육지는 온통 칙칙한 잿빛과 흙빛으로 가득한 무채색의 세계였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만발하기 시작한 순간, 대지에는 온갖 빛깔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꽃이 출현하는 순간, 지구는 진정한 색채의 온기를 지니게 되었다. 소리나 무게 같은 것과는 달리 오직 색채만이 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꽃은 품어 안고 있다. 결혼식과 입학식 같은 인간의 중요한 통과의례에 꽃이 꼭 빠지지 않는 이유도, 단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자칫 무채색으로 뒤덮일 수 있는 우리의 각박한 삶을 온갖 꽃들의 빛깔로 촉촉하게 물들이기를 바라는 집단적 염원 때문은 아닐까. 오직 꽃만이 뿜어낼 수 있는 색채, 그리고 향기. 안진의 작가는 바로 그 색채와 향기를 자신의 그림 속에 따스하게 녹여낸다.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캔버스에 석채, 혼합재료_53×45cm_2016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캔버스에 석채, 혼합재료_53×45cm_2016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장지에 석채, 혼합재료_130.3×162.2cm_2016

안진의 화가의 작품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면, 어떤 꽃이 더 예쁘고, 어떤 꽃은 덜 예쁘다는 우리의 편견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의 화폭 위에서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속삭임을 듣다 보면, 꽃은 그 종류와 형태를 막론하고 그저 꽃 그 자체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안진의 화가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꽃들의 향연으로 보이는 것 같다. 꽃이 아닌 것들도, 그에게는 꽃으로 보인다. 꽃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삭막하고 각박한 존재들조차도, 그의 눈에는 마음 깊숙이 꽃의 가능성을 품어 안고 있는 존재로 보인다. 꽃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어 보이는 것들,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든 버림받은 존재들조차도, 그의 붓끝에서는 놀라운 꽃의 시간을 굽이굽이 펼쳐낸다. 세상 모든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움을 틔우고, 자라나고, 피어나고, 스러져가니까. 그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존재들 속에 숨어 있는 꽃의 시간을 발굴해낸다. 그의 작품을 오래오래 감상하다가 문득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그동안 세상을 너무나 어둡고 메마른 황무지로 바라본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게 된다. 그 쓸쓸한 황무지 위에 이미 저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아우성을 치며 피어나고 있는 것을, 우리의 무딘 감성은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장지에 석채, 혼합재료_72.7×60.6cm_2016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장지에 석채, 혼합재료_116.8×91cm_2016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장지에 석채, 혼합재료_130.3×162.2cm_2016

안진의 화가에게 꽃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그의 붓끝은 피어나고 차오르고 물들어가는 꽃의 싱그러운 움직임을 포착한다. 평범한 전구 한 알도 수많은 꽃들의 잔치를 잉태하는 따스한 자궁이 된다. 매일 앉는 의자에서도, 커피를 마시는 머그컵에서도, 온갖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나 만화방창한 별천지를 이룬다. 그리하여 꽃의 시간은 정지된 세련됨이 아니라 움직이는 역동성이며,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서 변신과 포용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화가의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세상이 험난할수록, 사회가 각박할수록, 우리에게는 꽃이 아닌 곳에서도 꽃을 보는 마음의 눈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꽃을 닮지 않은 곳들, 모두가 미워하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짜증내는 곳에서조차도, 꽃의 온기와 꽃의 밝음과 꽃의 향기를 끌어내는 힘이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향해 꿈꾸는 무엇인지도 모른다.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장지에 석채, 혼합재료_72.7×90.9cm_2016
안진의_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_장지에 석채, 혼합재료_162.2×97cm_2015
안진의_빛의 정원(The Light of Garden)_장지에 석채, 혼합재료_90.9×60.6cm_2015

앨런 긴즈버그의 시 『너무 많은 것들』에서처럼 "너무나 많은 철학/너무나 많은 주장/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공간" 속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화가 안진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너무나 부족한 꽃들의 시간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꽃들의 시간처럼, 오직 피어나고, 오직 향기를 뿜으며, 오직 열매를 맺는 일에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뽐내고 경쟁하고 미워하고 짓밟지 않고, 오직 나 스스로 피어나는 일에만 집중하는 꽃들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닮을 수 있다면. 꽃들의 시간처럼, 나무에서 분분히 꽃잎을 떨어뜨리는 순간조차, 떨어진 꽃들이 흙 속으로 스며들어 또 다시 새로운 흙으로 부활하는 순간조차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안진의 화가가 1년 365일 매일매일 주최하는 꽃들의 잔치에는 슬픔조차도, 분노조차도, 아픔조차도 모두 꽃들의 천진난만한 미소 속으로 스며들어 그 어둠을 씻어내고, 마침내 환하게 피어오를 것이다. '결국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믿었던 괴테의 어법을 빌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국 꽃을 닮은 그 무엇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꽃을 닮은 싱그러움, 꽃을 닮은 향기로움, 꽃을 닮은 따사로움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정여울

Vol.20170211a | 안진의展 / AHNJINEE / 安眞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