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d

김영수展 / K-Soo / 金瑩洙 / photography   2017_0213 ▶ 2017_0301 / 목요일 휴관

김영수_Monad 8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16

작가와의 만남 / 2017_021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9:00pm / 목요일 휴관

사진공간 배다리 BAEDARI PHOTO GALLARY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로51번길 19-1 (북성동3가 9-6번지) 까페 헤이루체 Tel. 070.4412.0897 www.photobaedari.com

"세상의 시작을 상상하여 본다. 세상의 마지막을 여행하여 본다. 그 두 개의 세계는 하나의 공간이였다." (김영수) 전시의 타이틀인 '모나드'는 모든 존재의 기본 실체로서 단순하고 불가분(不可分)한 것이며, 원자와는 달리 비물질적인 실체로서 그 본질적인 작용은 표상이다. 표상이란 외부 것이 내부의 것에 포함된 것으로, 모나드는 이 작용에 의해 자신의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외부와 다양성에 관계를 갖는다. 『모나드』展은 현시점에 외부로 표상된 이미지를 통해 내부의 것, 다시 말해 세상의 본질을 상상해 보려는 시도이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현상계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의 형상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는 것인데, 군집된 이미지들을 비틀림을 통해서 형체는 없애고 그 흔적(느낌) 인 색채만 남기는 방식이다. 색채작업은 작가만의 독특한 디지털 이미징 프로세스인 「ORE Method」 을 적용한다. ● 『모나드』 展'에서는 色, 易, 空 의 3가지 테마로 나뉘어 전시된다. '色'공간은 세상의 시작, 물질적 세계, '易' 공간은 세상의 구성요소들의 충돌에 따른 변화하는 세계, 마지막 '空' 공간은 비가시적, 상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16동강사진전에 전시했던 2작품을 포함하여, 30여 점의 신작이 소개된다. ■ 사진공간 배다리

김영수_Monad 4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16
김영수_6 Days_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16

이-미지(未知)의 이미지"단순한 가상이 되지 않는 이상, 또한 예술 작품이기를 멈추지 않는 한 어떤 예술 작품도 완전히 생생하게 나타날 수 없다." (발터 벤야민) ● 김영수는 신작, 「모나드Monad」에서 이미 있는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을 '설계'하고 있다. 재현의 세계에서 원본을 본 뜨는 것이 중요하다면, '설계'는 원본이 없이도 가능하거나 형식에 맞지 않으면 계속 변형시킬 수 있는 차원이다. 사진을 대개, '세계의 재현'이거나 '세계의 해석', 혹은 '흔적'이라고 정의한다면, 김영수의 사진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텍스트로 직조된 상형문자와 같은 '기술적 형상'(빌렘 플루서의 용어)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픽셀로 채워진 이 사진을 읽어내려면 그 밑에 전제된 프로그램과 숫자와 문자코드를 함께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을 통해 가상이 현실이 되고 가상과 현실이 구별이 되지 않는 시대에 김영수는 가상의 잠재성을 추상적으로, 이미 추상적인 것을 더욱 추상적으로 표상한다. 그렇기에 그의 사진은 벤야민의 "언어는 자신을 전달한다"는 명제처럼, 결국 이미지 스스로 자신을 전달하고 있는 마술적 이미지인 셈이다. 이미지가 전달 매체로서 단순히 사물이나 세계를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지 스스로 발화하는 것. 상(像)은 사라지고 점, 선, 면만 겨우 드러내고 있는 김영수의 사진은, 관객의 혼선을 덜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마다 명기한 캡션이 없다면 읽기(보기)에 난해하기만 하다. 인식론적으로 재현을 포기한, 다만 알파벳과 숫자와 프로그램으로 세계를 형식적으로 구성한 이 사진들은 기술적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우리가 사진에 그동안 기대어 왔던-사진의 사실성, 기록성-것을 포기하지 않고는, 미지(未知)의 세계일뿐이다.

김영수_3 Hrs-U_피그먼트 프린트_90×60cm_2016

『모나드Monad』展은 크게 세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창세기 6일간의 세상 창조 이야기', '주역의 8괘 이야기', '별의 탄생과 우주 이야기'로, 이 세 개의 테마는 각각 '색(色)', '역(易)', '공(空)'으로 이뤄진다. 세계의 시원에서부터 상상의 세계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스인 「ORE Method」를 적용한 것이다. 「ORE Method」는 구글링에서 다운로드한 수많은 이미지들에서 형(形)을 없애고, 색(色)만 남기는 방법으로, 컴퓨터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탄생한 작가만의 프로세스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평균 한 달여의 시간이 요구되고, 수 천 컷에서 수 만 컷에 이르는 사진들을 조합하여 만들기에 이미지의 용량도 10기가바이트에 이르기도 한다. 이미지의 설계에서부터 구현까지의 과정을 추체험해보니, 상상력과 수고로움으로 점철된 작업시간이었을 것 같다. 빌렘 플루서는 그의 미디어 이론에서 가상과 실재의 차이는 질적 차이가 아니라 양적 차이, 즉 밀도와 해상도의 차이라고 언급했는데, 김영수는 「ORE Method」를 통해 치밀하게 기획(project)된 가상을 높은 해상도와 밀도로 표상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가상이 실재보다 더 구체적인 잠재태로 형성되어 있다면? 그것이 또한 하나이면서 여럿이 동시에 가능한 '모나드monad'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 모나드들이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처럼 수많은 변수에 따라 변동하고 결합하고 이동하고 조직되며 그 때마다 다르게 결정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의문과 함께 김영수의 작품을 다시 보니 보이지 않았던 '퍼텐셜' 운동 에너지가 희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유일무이하고 환원 불가능한 '단 하나의 이미지'로 완결된 김영수의 「모나드」는 추상이지만 구체적인 것을 넘어서는 퍼텐셜한 이미지이다. 브라이언 마수미는 그의 책 『가상과 사건』에서 속속 출현하는 새로운 기술적 형상의 상황에서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제시하며, 예술의 역능(puissance)을 사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김영수의 작품을 보면서 부딪치는 혼돈은 새로운 사진의 가능성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모나드는 그렇게 자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수_37 Hrs_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6
김영수_건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16

실질적인 숫자의 발명가이기도 한 라이프니치는 17세기에 단자(單子)라는 스토리를 쓴다. 단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원자도 아니고,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단순한 물질이지만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한 단자는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부분이면서 동시에 어느 곳에나 편재한 것이다. 개별적이면서도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단자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라이프니치는 중국의 『주역』을 번역하고, 주역을 통해서 이분법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가 쓴 단자에 관한 짧은 에세이는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 "가장 높은 곳에서, 모나드는 장조이면서 완전한 화음들을 생산 한다. 바로 여기에서 동요의 작은 외력들은 사라지기는커녕, 다른 화음들 안에서 연속, 연장, 갱신, 다수화될 수 있고 증식되고 반영되는 하나의 즐거움 안으로 통합되며, 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을 언제나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 즐거움은 영혼에 고유한 '지복(至福)'이고 조화의 전형이며, 또 순교자의 기쁨과도 같이 최악의 고통들에서조차 입증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완전 화음은 정지가 아니라, 그 반대로 역동적인 것이며, 이것은 다른 화음들로 이행할 수 있도록, 다른 화음들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무한하게 다시 나타나고 재결합 될 수 있도록 해준다." (질 들뢰즈, 이찬웅역,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문학과 지성사, 2004, p.239.)

김영수_리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16
김영수_진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16
김영수_37.2_피그먼트 프린트_200×145cm_2016

'완전한 화음, 연속, 연장, 갱신, 다수화, 증식, 반영, 즐거움, 지복, 조화, 역동, 이행, 재결합…'되는 단자의 무한한 유희들은 기술적 형상이 구현되는 과정처럼 아름답다. 라이프니츠가 발명한 숫자를 통해 자연을 극복하려한 인간의 욕망은 이제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모니터 위에 0과 1로 유영하는 그림을 그린다. 그 옛날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에서부터, 우주 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원리를 음과 양이란 부호로 표시한 주역, 그리고 처음 세상을 창조한 창세기의 이야기가 세계와 인간을 매개하는 하나의 '상징형식'이었다면, 이제 기술적 형상은 도래할 세계를 꿈꾸게 하는 이미지이다. 이미지로 범람하는 '이-미지(未知)'의 세계에서 김영수가 『모나드Monad』展을 통해 설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확인 불가능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단자(monad)들의 '자발성'과 '합주'를 굳게 믿고 있는 이 작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 최연하

Vol.20170213a | 김영수展 / K-Soo / 金瑩洙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