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박물지

지은이_안지미, 오사라, 이부록

지은이_안지미, 오사라, 이부록 || 디자인_안지미 || 분류_예술 || 판형135×210mm 면수_148쪽 || 발행일_2017년 2월 17일 || 가격_13,000원 || 출판사_그림문자

후원 / 경기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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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늪에 대해서, 우리가 이렇게 무신경하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다. 그걸 우리는 잊고 있으며, 그런 무사태평함이 우리의 ‘명징한’ 태도에 거짓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_조르쥬 바타유, 『불가능』) ● 하나님의 복을 누리며 천년만년 함께 살고자 했던 지상천국 프로젝트, 신앙촌이 건설되었다. 뱀골이었던 황무지가 금새 장미꽃이 만발한 최신식 마을로 변모 되었고, 천년성이라 불리었던 이곳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1년 새 만 명에 달했다. 우후죽순으로 증가하는 입주자들로 천년성은 농지나 가축 사육지였던 주변 땅으로 급하게 확장되어 갔고, 닭장을 개조한 3.5평에서 6평에 달하는 작은 집에라도 입주할 수 있는 것은 마치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천국의 입성을 방불케 했다. 교육, 복지, 경제 등 삶의 제반 조건들을 갖추어 갔고, 각종 신상품들이 이곳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종교적 상징들은 감각화되었고, 종교적 신화들이 가시화되었다. 천년성은 반세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생명수로 만들어진 캬라멜보다 더 달콤한 자본은 천년성의 꿈속에 깊이 잠든 이들을 흔들어 깨웠고, 최신식 마을이 다시 황무지로 변해 있음을 확인케 했다. 곧 개발의 기세 등등한 기동력 속에서 천년성의 일부는 매끈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되었고, 개발 진공청소기가 더디게 움직인 계수동은 빛바랜 천년성의 거친 흔적으로 남겨져 있다. 계수동의 길게 줄지은 빈 주택들 사이사이 골목들은 깊이조차 헤아릴 수 없는 어둠으로 덮여갔고, 쓰레기들로 가득 찬 빈 집들과 주저앉은 잔해들 사이로 남은 이들의 삶이 무덤덤하게 지속되고 있다. 벽들마다 휘갈겨진 낙서들은 사나운 소유욕의 흔적을 드리우고, ‘함께’라는 꿈을 쉽게 버리지 못한 계수동 주민들이 그토록 수호하고자 했던 할미산 중턱부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낡은 흔적으로만 남겨진 천년성의 최근 과거와 신도시라는 가까운 미래가 혼재된 계수동은 희미하게 일그러진 꿈의 형상을 띠고 있다.

박물지Natural History ● 집단화 된 꿈은 상호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시공간 속에 표현된다. 이러한 집단적 꿈이 표현되고 형상화된 현상들을 수집해 갔고, 그 꿈의 내용들을 구성하는 ‘꿈의 박물지’를 기획했다. 계수동이라는 공동의 지역 공간에서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기억들을 이야기로 수집했고, 계수동과 연관된 여러 자료들을 주어 담았다. 주민들의 이야기들은 수집된 여러 현상들을 구성하는 매개가 되었고, 수집가들은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계수동의 꿈의 파편들을 섬세하게 이어 붙이며 하나의 작은 꿈의 역사를 구성해 갔다. 박물지의 수집대상은 이미 관찰된 것들을 모아 분류하는 작업이 아닌 새롭게 관찰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지니기에, 기존에 부여된 의미에 규정되지 않고 수집가에 의해 새로운 존재론적 의미들이 생성된다. 수집한 파편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며 수집가들이 이룬 형태는 맞붙은 조각들의 이음새들, 그리고 아직 주어 담지 못해 숭숭하게 빈 구멍들 사이사이로 기존의 의미들이 다시 미끄러져 나가고 또 다른 의미들이 새롭게 생성된다. 따라서 늘 미완의 형태를 지닐 수밖에 없는 ‘꿈의 박물지’는 끊임없이 현재라는 시작의 지점에 다시 서게 되고, 이는 새로운 의미의 생성을 보장한다. 

나오며 ● 무정형의 꿈은 삶의 유형들 속에 표현되고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잠재체이다. 집단에 잠재된 공동의 꿈은 현실을 극복하고 개선하는 역동의 잠재력임을 계수동의 사례가 보여준다. 물론 지속적으로 좌절되고, 허물어지고 또 다시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마주하게 되지만, 그러할지언정 현실의 변화를 주도하는 집단의 꿈은 늘 존재한다. 그렇게 삶은 꿈과 깸의 모호한 경계지대를 오가며 유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사이비 종교집단, 판자촌 등 계수동에 붙여진 기존의 수식어구들은 종교성, 경제성 등에 기반한 가치 판단에 함몰되어 있다. 더불어 한 집단의 수장에게로만 쏠린 시선을 빗겨가 이 지역에 입주하고 거주해 온 수많은 주민들을 바라보고자 했다.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 직접 마을을 일구어낸 공동의 꿈, 함께 빠져든 잠의 깊은 늪, 잠과 깸의 반복 속에서 지속적으로 ‘연대’된 집단의 꿈이 출렁이며 흘러온, 그 표현된 현상들을 담아 보고자 했다. 이로써 계수동이라는 한 마을의 유기적인 자연사가 구성되었다. 잠의 깊은 늪을 부정하는 명징하다는 착각의 시선을 피해 그 잠든 시간들이 이룬 꿈의 지층은 우리가 서 있는 현재를 무의식의 심연에서부터 다시 바라보게 한다. ‘꿈의 박물지’는 박물지의 성격이 그러하듯 완결을 부정하고 늘 시작의 지점에 다시 서게 한다. 보유와 공유, 그리고 소통에 기반 하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의식의 망각에 가라앉은 더 많은 기억들이 상기되고, 공유되고, 소통됨으로써 박물지는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끊임없이 흐르는 현재의 시각 속에서 새로운 의미들이 생성되어 갈 것이다. 따라서 ‘꿈의 박물지’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진행의 과정 속에서 켜켜이 쌓인 꿈의 지층을 통해 새로운 깸의 자각을, 그리고 그 공동의 꿈이 지닌 새로운 잠재력의 현재적 출몰을 기대해 본다. ■ 오사라

지은이 소개_UPSETPRESS+오사라 UPSETPRESS+오사라는 새로운 선택에 의해 낡고 불편한 것으로 배제된 무수히 많은 것들,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두려움과 강박증, 개발논리가 우선한 정책에 의해 빠르고 급하게 소비되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오마주, 탐사와 기록 및 제작, 참여와 공유, 퍼포먼스와 전시, 그리고 이 모두를 담는 출판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뉴이즘 운동 Newism Movement’이라 한다. 『Newism Movement』는 특정 지역 사람들의 유입-동선에 의해 양산된 노동의 구조와 사회적 매뉴얼들을 찾아내고, 재해석하여 오늘의 시각으로 재현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행된 자료는 다시 아티스트북으로 재구성, 사라진 시공간의 기억들을 진술한다.

목차 꿈의 박물지 계수동 계수동 신앙촌 계수동 소멸과 생성의 경계지대 천년성 할미산 노구산 천년성 신앙촌의 삶 천년성의 신화 출천년성 꿈의 문지방

Vol.20170217f | 꿈의 박물지 / 지은이_안지미, 오사라, 이부록 @ 그림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