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길, Trail

최정원展 / CHOIJUNGWON / 崔貞園 / painting   2017_0302 ▶ 2017_0330 / 주말,공휴일 휴관

최정원_길 위에서-바우길_캔버스에 연필, 유채_38×38cm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이랜드문화재단 7기 공모展

주최,기획 / 이랜드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0)2.2029.9885 www.elandspace.co.kr

사유의 길 위에서 ● 순간의 사건과 감정, 그리고 생각을 영원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최정원의 예술세계는 그가 길을 걸으며 느꼈던 감동과 철학적 사유를 화면에 펼쳐내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길이 그려져 있지만, 길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길 주위의 산과, 집과, 풀과, 나무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사유하며 느리게 걷고 있는 사람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최정원_추수가 끝난 논 길_종이에 연필, 오일파스텔_27×50cm_2015
최정원_마른 엉겅퀴가 있는 길가_종이에 연필, 오일파스텔_27×50cm_2015

작가는 2009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신이 느낀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그려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그 후부터 대관령 바우길,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등 여러 지역의 구불구불한 옛길을 걸으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감동을 길이라는 소재의 연작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최정원의 '길'은 어떠한 도착점을 정해두고 그곳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길' 그 자체가 하나의 '만남의 장(場)'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그 길을 오가는 사람과 사람, 그 길 곁에서 자연과의 만남, 그 길 안에 있는 나와 내 사유 안에서의 나와의 만남, 그리고 나아가 길을 통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場)인 것이다.

최정원_코스모스를 보는 길_종이에 연필, 오일파스텔_27×50cm_2017
최정원_언덕을 오르는 길_종이에 연필, 오일파스텔_27×50cm_2015

최정원은 길을 통해 회복과 희망의 의미를 나누고 싶기에 의도적으로 가을의 이미지 보다는 더 밝은 계열의 색을 사용하여 작업한다. 초기 작품들은 주로 종이를 붙이는 콜라주(collage) 작업을 했으나, 자연을 인위적이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오일 파스텔, 드로잉, 유화 작업을 다양하게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다. 하물며, 길가에 피어난 작은 꽃들과 마른 엉겅퀴, 그리고 이끼 묻은 바위도 모두 치열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아름다운 것들이기에 느리게 걸으며 마주한다. 느리게 걸어야 비로소 작은 곳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듯 과정에 집중해야 본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과정보다는 빠른 속도와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풍토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가 치유와 회복의 쉼터가 되기를 기대한다. ■ 김지연

최정원_느린 길 1-지리산 둘레길_종이에 콘테, 연필, 수성펜, 종이 콜라주_15×56cm_2014
최정원_느린 길 2-지리산 둘레길_종이에 콘테, 연필, 수성펜, 종이 콜라주_17.4×56cm_2014

느리게 지나면서 그 길의 질감과 풍경과 공기를 느끼고, 동물과 식물과 사람을 마주치고, 그리하여 자신을 들여다보고 세계를 생각하며 그러한 경험의 연속을 통해 각성과 치유에 이르는 속도로 인해 잃어 버렸던 것을 되찾는 회복의 길이다. 길은 다양한 형태로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뿐만 아니라 지나간 시간 속에 담긴 이야기를 다가올 미래의 시간에 이어주기도 한다. 특히 자연 속으로 연결된 길은 걷는 사람을 자연과 이어줌으로써,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준다. 걷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통해 이전의 자신과 새로운 자신을 하나로 이어나간다. 이러한 경험은 본연의 자신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 길을 걷는 사람은 움직임과 생각을 통해 자신을 돌이켜 보고 사유하면서 지나가는 과정으로서의 길의 의미를 되찾는다.

최정원_둘러가기-지리산 둘레길_캔버스에 연필, 유채_72.7×116.7cm_2016
최정원_위안-바우길_캔버스에 연필, 유채, 유성펜_45.5×53cm_2016

이러한 길은 단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통로이거나 이 지점과 저 지점을 이어주는 선만이 아니다. 길 또한 그 것의 주변 환경 속에 속해 있는 하나의 장소이고, 그 장소와 장소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장소이자 과정인 길의 의미가 목적과 속도에 의해 축소되었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와 같이 자동차가 빨리 달려서 지나가는 길은 단지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주체가 이동하는 통로에 지나지 않는다. 걷든 뛰든 달리든 어떤 곳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지나는 길은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다. 축소된 길의 의미를 회복시켜주는 것은 사람이라는 주체가 이동의 목적 없이 천천히 걷는 행위뿐이다.

최정원_흐린 날 재를 넘는 길-등구재_종이에 연필, 오일파스텔_27×50cm_2015

그럴 때 길은 주위에 산이 있고 집들이 있고, 가장자리에 풀과 나무가 자라고 동물과 사람이 살고 있는 장소가 되고, 그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사유하며 지나는 과정으로의 의미를 되찾는다. 바로 그러한 길, 장소와 과정으로 본연적 의미를 지닌 길이다. 그 길은 이동을 위해 걷는 길이 아니다. 그저 걷기 위해 걷는 길이며 느리게 지나는 길이다. 2017 지리산 둘레길에서... ■ 최정원

Vol.20170302b | 최정원展 / CHOIJUNGWON / 崔貞園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