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생 密生 Dense Growth

이지호展 / LEEJIHO / 李持昊 / painting   2017_0301 ▶ 2017_0306

이지호_찰나의흐름_캔버스에 유채_130.3×130.3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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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그라폴리오_www.grafolio.com/leejiho_art

초대일시 / 2017_03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0)2.734.1333 www.ganaartspace.com

자연으로부터 생의 의지, 밀생 ● 이지호의 두 번째 개인전 『밀생密生』(식물들이 빽빽이 자라난 모습을 일컫는 식물학 용어)은 작가가 자연에서 마주한 끈질긴 생명력들, 좁은 틈을 기어이 비집고 자리한 수풀들, 그 수풀들이 어우러진 자연의 생태를 주제로 한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 『밀생』은 이전에 선보인 작가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식물 생태에 대한 동경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그 결을 달리한다. 2013-2014년에 선보인 작품들은 주로 인간의 통제 시스템을 벗어난, 자연의 거침없는 생장력에 초점을 두고 식물과 인간의 내장기관, 근육, 융털의 모티프를 결합시킨 풍경이 주를 이루었다. 그보다 이전 작업에서는 때때로 인간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인간은 자연과 서로 유리된 존재로써,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연 속에 수동적으로 기생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즉, 이전의 작업은 자연의 생태를 인간적으로, 인간을 식물로 묘사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뒤집은 생태-세계를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지호_출렁이는숲_헤맴을긍정하며_캔버스에 유채_130.3×324.4cm_2017
이지호_구멍에소리가산다_캔버스에 유채_60.6×90.9cm_2017

반면 『밀생』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자연의 생장력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되, 실제 풍경에 기반을 둔 주관적 풍경을 묘사한다. 이는 작업 방법의 변화에서 기인한 듯하다. '마주침이 세계를 낳는다'(2014), 'Scattering Space'(2013) 등에서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생태체계를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여기 등장하는 다양한 모티프들을 조합하고 만들어내기 위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다큐멘터리를 참조하였다. ● 그러나 이번 개인전을 위해서 작가는 특이한 자연현상과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몇몇 장소 - 히말라야, 스리랑카의 스리파다, 대만의 타이루거 협곡 등 - 를 찾아갔다. 히말라야에서 작가는 체력의 극심한 한계에 다다름과 동시에 자연의 에너지가 몸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꼈고, 종교적 성지인 스리파다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목격하였고, 물과 바람이 만들어낸 거대한 퇴적층의 타이루거 협곡에서는 자연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관찰하였다고 한다.

이지호_오름의시간_캔버스에 유채_130.3×130.3cm_2017

'확장하는 숲'(2017), '마차푸차레'(2017) 등은 작가가 방문했던 곳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풍경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작가가 스스로 창조해낸 생태-세계가 지양되었다는 점이다. 이전 작품들이 식물과 동물적 속성이 혼합-변종되어 만들어진 풍경과 생경한 색감이 결합되어 기묘하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번 근작들은 설산, 악산, 고목 등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묘한 풍경을 묘사하되 풍경을 흘러내리는 물감, 거친 붓터치로 빠르게 그려내어 신비롭고 환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체험한 풍경은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되기보다 다소 추상적이고 물감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법이 사용된다. 때로 '출렁이는 숲-헤맴을 긍정하며'(2017)와 같이 작가의 주관적인 선택에 의해 히말라야의 밀림과 서울숲이라는 상이한 두 풍경이 한 화면에서 결합되기도 하고, '구멍에 소리가 산다'(2017)와 같이 유사성에 의해 대만의 타이루거 협곡과 네팔 밀림의 거대한 개미집이 결합되기도 한다. '울림'(2016), '활活'(2017)과 같이 인상 깊었던 생태의 한 장면이 집중되어 묘사되기도 한다. 이는 생생했던 생태의 장에 자연과 대면한 개인의 복합적인 감정 – 어두운 숲에서의 두려움, 자연현상이 만들어낸 기이한 풍경에 대한 감탄,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자연에 대한 경외 - 을 투영하여 묘사하는데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지호_길섶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6
이지호_확장하는숲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7

이러한 점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보여준다. 작가 스스로가 "아나키적 생태세계"라고 일컬었던 시기의 작업인 'Flowing Cave'(2012), 'Fluid Jungle'(2012)에서 묘사된 인간은 머리만 남아있고 나머지 신체기관들은 퇴화하여 자연에 기생하는 모습으로 재현된다. 'Scattering Space'(2013)에서는 인간이 작품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자체적으로 완결된 생태계와 그 역동적인 움직임 때문에 인간이 세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에 반해 '오름의 시간1'(2017), '오름의 시간2'(2017), '확장하는 숲'(2017)은 그 시점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당시의 풍경과 마주했을 때의 시점과 관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점이 겹쳐져 있다. 또한 '오름의 시간'에는 계단 모티프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험한 자연지형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인간들의 생존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관람자가 회화적 세계 속으로 이입해 들어갈 수 있는 매개가 된다. 이제 작가는 인간을 생태계의 외부인 혹은 침략자로 보기보다 생태계의 일원에 위치시킨 듯하다.

이지호_오름의시간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7
이지호_마차푸차레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7

작업노트에서 작가는 식물들이 '밀생'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고 언급한다. 요컨대 작가는 밀생하는 자연의 틈을 비집고 적응하여 살아가는 인간에게서 뿐만 아니라, 밀생하는 자연 그 자체의 생태로부터도 인간의 삶을 발견한다. 주어진 환경에 맞춰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존재를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에 빗대어 '민초'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첫 번째 개인전의 서문에서 필자는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 작가 자신의 의지를 제거하고 자연 자체의 생장력 그 자체를 그리는 불가능한 도전을 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이렇게 필자가 언급한 이유는 자연이 작가에게 긍정의 대상이면서도 인간에 대척되는 타자로 위치시킨 이상, 인간은 자연에 대한 타자로서 그 세계에서 추방될 운명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작가 자신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작가는 한 인간으로서,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다시 대면하였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생의 의지인 '밀생'을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발견함으로써 인간의 삶과 자연 모두를 생태-세계로 긍정하고자 한다. ■ 유은순

이지호_울림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6
이지호_울림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6

Will of Life Coming from Nature, Dense Growth ● Lee, Ji-ho's second solo exhibition Dense Growth(A term used in botany to refer to the plant densely growing.)presents painting works under the theme of vitalities the artist encountered in nature, bushes growing out in tiny cracks, and ecology of nature where the bushes live together. ● Dense Growth shares the longing for ecology of plant with the artist's previous works, but has different content this time. Works presented in 2013 and 2014 mostly include landscape combining motives of internal organs, muscles, and intestinal villus of plants and humans, mainly focusing on the nature's relentless vegetative power out of human control. In older works, human figures often appear, but as a being separated from nature and in a shape of a passive parasite in the lively nature. In other words, previous works concentrate on representing an ecology-world that reverses the relationship of human beings and nature, by describing nature's ecology as human and human beings as plants. ● Works newly presented in Dense Growth, in contrast, focus on expressing nature's vegetative power, but represent subjective landscape based on real scenery. This difference is derived from shift in working method. In Encountering Gives Birth to the World (2014) and Scattering Space (2013), the artist referred to National Geographic programs and documentary films in order to combine and create various motives in the works, still focusing on description of ecology system that the artist created. ● For the exhibition, the artist visited several places – the Himalayas, Sri Pada in Sri Lanka, the Taroko National Park in Taiwan, etc. – in order to observe extraordinary natural phenomena and ecology. The artist felt the limitation of her bodily energy and the inclusion of natural energy into her body at the same time at the Himalayas, witnessed co-existence of nature and humans in a sacred place Sri Pada, and observed myriad of creatures adapting to nature in the Taroko Park containing sedimentary layers formed by water and wind. ● Expanding Forest (2017) and Machhapuchchhre (2017) are the works reconstructing impressive landscapes in a painterly way. The biggest change in them is that the ecology-world the artist created has been sublated. Previous works invoke a sense of strangeness and discomfort by combining the scenery made of mixture-variant of botanical and animal characteristics with strange colors. On the contrary, recent works quickly draw strange landscape found in nature, such as snowy mountains, rocky mountains, and old trees, with paint flowing down and rough brushstroke, and thus, invoke a feeling of mystic fantasy. The landscape the artist experienced is drawn in a somewhat abstract way of revealing texture of the paint, rather than expressed in an accurate and subtle way. For example, in The Rolling Forest – Affirming the Wandering (2017), two different sceneries, such as a jungle of the Himalayas and the Seoul forest, are combined in one scene by the artist's subjective choice, and in Sound Lives In a Hole (2017), the Taroko Park and a giant ant's nest in a jungle in Nepal are combined based on their similarity. Or, as in the Resonance (2016) and in Hwal: to Live (2017), an impressive scene found in ecology is chosen and emphasized. These are available because the artist focuses on depicting and reflecting a mixed feeling of an individual who encounters nature in an ecological field – fear in a somber forest, astonishment about strange landscape made by natural phenomena, and awe about nature that incessantly creates and vanishes. ● This shows the shift in the artist's perspective on humans. In Flowing Cave (2012) and Fluid Jungle (2012) made during the period of "anarchic ecology-world," as the artist calls, humans only have a head and other organs are atrophied and parasite to the nature. In Scattering Space (2013), humans do not directly appear, but there is no any chance for humans to interrupt the world due to the auto-completed ecology system and its dynamic movement. On the contrary, one can notice change in Time of Ascending 1 (2017), Time of Ascending 2 (2017), Expanding Forest (2017). In the works, a viewpoint of the artist encountering the landscape at the time and a viewpoint of the viewer looking at the work are overlapped. Also, a motif of staircase appears in Time of Ascending works. This shows the human viability adapting to rough natural topography and mediates a viewer into the painterly world. Now, it seems that the artist posits human beings as a member of the ecology system, not as its alien or invader. ● In the artist's statement, the artist mentions that she saw herself and ourselves in the dense growth of plants. In other words, the artist finds out human lives, not only in a human being adapting and living in the crack of the densely growing nature, but also in the very ecology of nature. It is as if to call ordinary lives who survive everyday in the given circumstance metaphorically as 'the grass roots,' compared to the tenacious viability of grass root. In the preface of the first solo exhibition, I wrote that the artist would challenge to draw the nature's viability itself, eliminating the artist's will. It was because, as long as nature is both the object of affirmation and the other opposing to humans, humans are supposed to be expelled from the world of nature. However, my expectation was totally wrong. The artist, as one human being and a part of nature, confronts nature. And she tries to affirm both human lives and nature as the ecology-world, by discovering the 'dense growth,' the will of life trying to survive, from humans as well as nature. ■ YOOEUNSOON

Vol.20170302c | 이지호展 / LEEJIHO / 李持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