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Traverser

이문주展 / LEEMOONJOO / 李汶周 / painting   2017_0301 ▶ 2017_0319

이문주_걷는사람-Passer b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2×162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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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3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일, 공휴일_11:30am~06:30pm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팔판동 27-6번지) Tel. +82.(0)2.739.1405~6 www.gallerydoll.com

어느 한 시점을 포착해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완성되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사진이든 사실적인 풍경화든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진의 경우 프레임 안에서 보이는 사물의 형상이 명확하고 사물 간의 거리 또한 분명하여 지나간 순간을 객관화해 보여주는 반면, 회화는 그리는 이의 손이 절대적이다. 즉, 매 순간 달라지는 기억이 감성으로 변화하여 표현되는 것으로 그림 안의 붓터치는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갈수록 두 영역은 서로 닮아가는 성격이다. 화면 안의 사물들은 단순한 응시의 결과나 재현적 대상이기보다 내면적 표출로서의 성격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 응시의 대상은 존재물로서 변화하고 지나간 시간의 기억과 만난다. 오늘날 매순간의 현실은 과학적 지식의 영향과 매스컴의 필터를 통과해 변화하며, 우리가 알던 어제의 순간은 더 이상 오늘의 진실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제 창작인의 생각이 중요시 되는 순간들은 동시대가 바라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표현될 수 있다.

이문주_걷는 사람-Passers b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9.5×189.5cm_2015
이문주_오스트반호프I-Berlin Ostbahnhof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2cm_2016

이문주 작가가 만들어낸, 하늘과 땅이 있고 나무와 풀이 들어간 풍경은 여타의 다른 풍경화와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서사 구조가 드러나기에 쉽게 풍경이라 단정할 수 없고, 파괴된 장면임에도 지나치게 우울하다 말할 수 없는 경계의 풍경이다. 대부분 인물이 등장하며 근접 거리가 아닌 멀리서 관찰되는 양상으로 행동하는 모습, 특히나 어딘가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묵묵히 상황을 보여준다. 최근 형광빛이 강한 오렌지색이 더해지는데 이는 회화의 특성으로 작가의 감성이 두드러진다. 따뜻한 오렌지빛이 아닌 다소 표현주의적 붓터치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며 불안감을 형성시킨다.

이문주_두 소년I-Two Boys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130.2cm_2016
이문주_두 소년Ⅱ-Two Boys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2×162cm_2016

작가는 2007년 해외 레지던시를 통해 지금은 역사의 현장으로 남은 독일 베를린 지역을 답사하며 도시가 갖고 있는 이념과 표상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과거 공산정권의 흔적을 지우자는 쪽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보존하자는 견해가 대립되며, 현실에서 정치적 이념으로 변화한 건축물이 명확함과 불명확함을 오가는 개인의 기억이 축적된 역사가 되는 순간을 목격한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존과 허물기가 반복되는 순간이 경제 효율적 가치와 만나고 정치의 장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여전하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무너지고 새로이 세워지는 장소를 카메라로 포착하고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주로 재개발 공사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으로 촬영해 자료로 보관하며 콜라주를 도입해 새로운 장면으로 만든 회화작업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 그는 10년 전의 사진을 재차 꺼내보고 그림으로 완성시키는데 그 안의 풍경은 여전히 멀리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점이 돋보인다. 초록이 무성한 자연이 있으나 노스탤지어란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 공허하다. 이곳은 누군가의 욕망에 의해 짓기와 허물어짐이 반복되는 공간으로, 어느 한 순간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공간이다. 경제적 효율성과 화려함으로 무장된 그리드 위로 펼쳐지는 도시화를 위해 낙후된 지역은 사라지고 개선된다. 저마다의 목적과 이윤 추구로 모인 사회와 문화의 소비로 이어지는 양상이 갈수록 획일화 되어 가는 것을 알고 있는 작가의 시점은 그렇다고 어떠한 방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단순한 건축물이나 장소가 아닌, 우리가 믿었던 신념이 또 다른 욕망과 힘으로 인해 무너뜨려지고 다른 신념이 세워지는 현장을 회화로 보여줄 뿐이다. ■ 갤러리 도올

이문주_오스트반호프Ⅱ-Berlin Ostbahnhof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2cm_2016

나는 도시 곳곳에서 관찰한 재건축 예정지, 수명을 다한 건축물과 도시의 폐기물, 관광지 조성을 명목으로 한 국책사업 공사현장의 파괴된 풍경 등에 주목하고, 여러 실제 장소의 파편적 기록들을 재조합한 파노라마적 풍경을 연작 형식으로 그려왔다. 그 장면 속에는 서로 다른 시간대의 풍경이 공존하기도 하고 각기 다른 장소가 병치되기도 하면서 도시의 쇠퇴와 개발, 죽음과 재생의 순환이 압축적으로 묘사된다. ● 최근의 그림 「걷는 사람」 연작에는 개발의 속도에 반하는 아이콘으로서의 '걷는 사람'이 도시풍경 속에 등장한다. 전시될 작품은 소재가 되는 장소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서울 진관동의 철거지역을 소재로 한 일련의 그림이고 두 번째는 베를린 오스트반호프(Ostbahnhof) 근방 이곳 저곳의 재개발 지역을 담은 회화 시리즈이다. 진관동은 15년 전 서울시 뉴타운 건설사업의 대상으로 지정되어 이후 고층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된 곳이다. 오스트반호프 부근은 과거 동서독의 접경지대로서 빈 공터와 도처에 버려진 옛 건축물 사이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동시에, 거대한 공연장과 쇼핑몰 등이 속속 지어지며 대도시의 급격한 자본화를 알리는 지역이다. 나는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위 두 장소에 대한 지속적인 답사와 관찰을 했는데, 그 때의 기록을 토대로 한 회화작업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며 진행 중이다.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두어 이번 전시에 「걷는 사람」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

이문주_진관외동 담장사이로-Jinkwanoe dong, Seoul, 2006(왼쪽 패널)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290.5cm_2016_부분
이문주_진관외동 담장사이로-Jinkwanoe dong, Seoul, 2006(오른쪽 패널)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90.5×130cm_2016_부분

걷는 사람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각 그림 속에는 어지러운 철거 현장이나 공사 중인 풍경 속을 가로질러가는 인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밀어 엎어 폐허가 된 가옥들 사이를 걸어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의 뒷모습(진관외동 담장 사이로), 공사장 펜스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걷는 사람I, Ⅲ), 그리고 막아놓은 펜스 안으로 침투하여 공사장의 돌더미와 모래언덕 위에 올라가 천진하게 노는 소년의 모습(두 소년)은 여러 가지 다른 의미의 걷는 행위를 상징한다. 그림 속에 묘사된 큐브모양 돌의 무더기는 과거 동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을 철거한 후 그 잔해덩어리를 보도블럭자재로 재활용하기 위해 잘게 쪼개 공터에 쌓아놓은 것을 그린 것이다.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역사 속 기념비(장벽)는 무너졌지만 세포와 같은 또 다른 형태로 도시 곳곳에 스며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소년들은 그것을 놀이터 삼아 논다. ●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걷기'는 공통적으로 공간과의 교감을 의미하고 느림을 의미한다. 재개발 후의 마을과 도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걷기와 멀어진 형태를 취하게 된다. 새로 설계되는 길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그렇듯 우연한 접촉의 마찰을 제거하고 더 큰 효율성과 더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화 안에서 시간의 층이 쌓이고 현재의 풍경이 겹겹이 구축되는 속도는 인간의 원래 속도인 걷기와 유사함을 본다. ■ 이문주

Vol.20170302e | 이문주展 / LEEMOONJOO / 李汶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