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영웅 Frozen Hero

임안나展 / LIMANNA / 林安羅 / photography   2017_0302 ▶ 2017_0321 / 일,공휴일 휴관

임안나_Frozen Hero#44_피그먼트 프린트_60×12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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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 2017_0302_목요일_06:00pm

작가와의 만남 / 2017_0311_토요일_03:00pm_세미나룸

후원 / 미진프라자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SPACE2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Tel. +82.2.3469.0822 www.space22.co.kr

전승(戰承)된 가상(假象) - #1. 외눈박이 카메라와 무기 ● 기술 비관론자인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시각테크놀로지가 전쟁기계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기계화 되어가는 인간의 양상을 '지각의 병참학'과 '질주학'이라는 독창적인 이론과 함께 탐구한 바 있다. 그는 속도와 시각과 전쟁을 접목하고 여기에 기술이 개입된 시각 체계의 공격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며 첨단 시각 테크놀로지에 의해 변화된 인간 주체의 문제를 제기한다. 즉 시각기계의 발명과 전쟁 테크놀로지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다. '전쟁기계 옆에는 늘 정찰기계가 있었다.'는 비릴리오의 말처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적을 잘 보는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다. 위성을 활용한 전 세계 감시정보 시스템에서 망원경, 항공사진, 위성사진, 레이저 탐조장치, 전자 감지 미사일 등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보고 조명하고자 하는 의지는 이제 기술을 통해 충족되었다. 비릴리오가 전망한대로, 인류가 이룩한 유일한 기술적 진보는 전 세계적인 무한 전쟁으로 돌변했다. '테크노 전쟁'이라는 신조어처럼, 과학기술의 선점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점유한다는 사실은 이를 증거 한다. 최상의 전쟁 무기는 곧 국가기관의 능력과 비례하고 이것은 첨단 전자 광학테크놀로지의 초월적 능력에 의해 가능해졌다. 시각기계의 발명과 전쟁 테크놀로지의 밀접한 관계, 즉 속도와 시각을 강화하려는 기술이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비릴리오의 진술은 9·11 이후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임안나_Frozen Hero#59_피그먼트 프린트_60×120cm_2016

사진술이 공표된 1839년 이래로, 롤랑 바르트와 수전 손택의 언급처럼 사진은 늘 죽음의 곁에 있었다. 일차적으로, 카메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언젠가 렌즈 앞에 있었던 그 무엇인가의 사라진 흔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발달에 힘입어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멀리 떨어진 대상을 최적의 지점에서 근접 관찰을 할 수 있는 거리 측정기와 다양한 렌즈가 장착되자 사진 촬영은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상을 조준하고 포획하고 박제시킨다. 카메라는 줄곧 폭력이나 죽음의 비유가 되어왔다. 전쟁의 중요한 지참물 중 하나였고, 전쟁 수행 행위의 중요한 일부는 사진을 찍는 일이기도 했다. 전쟁에 관한 잊을 수 없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월남전에서 사이공 국립 경찰국장이 포로를 처형하는 장면이다. 사진은 완벽한 구도였고, 포로의 관자놀이를 조준하고 있는 총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였다. 연합 통신(AP)의 사진기자, 에디 아담스(Eddie Adams)가 찍은 이 사진은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요한 메타포로 변주되며 월남전을 새롭게 대중적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일조하게 된다. 이 악명 높은 처형 장면은 급기야 만화 잡지에도 등장하는데, 사진기자의 얼굴과 함께 카메라 렌즈 속의 처형 장면이 반사되어 나타난 전면 사진이다. "어서 쏴라/찍어! 어서 쏘란 말야/찍으란 말이야! Keep shooting! Just keep shooting!"라는 욕망의 언어와 함께 말이다. 사진을 "찍어"라는 말은 살인과 죽음의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역사를 기록하는 눈이고, 저격병의 외눈박이 눈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남아 쓰나미, 동일본 대지진 등 불가항력적인 재난과 죽음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데도 카메라는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인간과 주변 세계의 구석까지 세세하게 비출 것이라는 벤야민의 사진에 대한 평가와는 다르게, 비릴리오는 정보기술과 세부 과다 노출에 완전히 내맡겨진 채 식민지 된 세계의 낯설고 외설스러운 모습 1) 이라고 사진 기술을 비판한다. 카메라의 눈은 때때로 집요하며 탐욕적이고 공격성으로 넘쳐난다. 인간의 눈을 대신한 이 시각기계는 무지와 오판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사진을 보는 주체의 시각이다. 어떤 역할과 기대를 가지고 어떤 시점으로 사진을 보고 있는가. 비릴리오는 인간이 현대의 원격통신과 원격현존의 기술로 인해 '망막의 문명'의 놀라운 가능성에 의존하게 되면서 결국 미래도 과거도 없는 생방송의 사회가 된다 2) 고 지적한다. 기계적인 이미지에 의존하여 인간의 눈은 점점 퇴화될 것이고, 외눈박이 거인인 퀴클롭스처럼 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안나_Frozen Hero#46_피그먼트 프린트_60×120cm_2016

#2. 무기를 찍는(기념하는) 몇 개의 방식들 ● '전쟁이 계속되는 평화 상태라는 모순 상황', '잠재적이고 상대적인 형태의 갈등상태' 혹은 '평시에서의 전쟁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의 무기들이 우리를 바라본다. 무기들은 조명이 잘 세팅된 무대에, 들판에, 놀이공원에, 기념관에, 집 근처에, 유원지에 놓여 있다. 때로는 당당하게, 위엄 있지만 평화롭게,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친근하고 낭만적으로, 언제나 이 땅의 주인이었던 것처럼 서 있는 이 무기들은 대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일까. ● 『차가운 영웅』에서 임안나는 수년 동안 수집한(?!) 전쟁무기들을 보여준다. 곳곳에 산재해 있기에 쉽게 눈에 띌 수도 있지만, 애써 찾으려고 하면 좀체 발견되지 않는 것들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을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는 세대에게는 '기념할 수 없는' 전쟁기념물(war memorial)의 형상이 낯선 친밀함(unheimlich)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임안나는 무기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장을 여러 측면에서 점검하고 있다. 첫 번째는 무기의 초상으로, 두 번째는 종말론적인 풍경으로, 세 번째는 내면화된 무기의 모습으로. ● 「절정의 재구성 (Restructure of Climax)」에서 무기는 초상사진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처럼 조명의 세례를 받으며 가장 '무기다운' 모습을 선보인다. 서주석은 그의 논문, 「한국의 국가체제 형성과정」에서 한국전쟁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체제가 완성되는데 가장 큰 요건이었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전쟁과 근대 국가체제 형성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국가체제에 대한 근래의 연구에 바탕을 두고 새롭게 분석되고 있는 관점인데, 임안나의 「절정의 재구성」에 등장하는 무기의 초상은 살아있는 모뉴먼트라 할 만큼 국가의 이름을 떠받치는 강력한 권력을 표상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입된 공식 기억(official memory)처럼 군사적 승리와 체제의 우월성을 견고하고 자연스럽고 사진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적인 타블로 비방(Tableau Vivant)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 사진 속의 무기들은 금방이라도 전장으로 튀어나갈 것처럼 무장을 하고 있고, 암묵적으로 전쟁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며 무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임안나_Frozen Hero#42_피그먼트 프린트_60×120cm_2016

역으로, 「냉각된 영웅(Frozen Hero)」시리즈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포스트-묵시록적 풍경(post-apocalyptic landscape)을 선보이며 (영화나 소설에 의해 이미) 친숙해진 공포에 맞닥뜨리게 한다. 문명의 약속은 이미 사라지고 생명의 흔적은 희미해지는 가운데 뭔가 강렬하게 이끌리는 친숙한 공포. 미국의 사진가 리차드 미즈락(Richard Misrach)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지역을 촬영하면서 그 현장에 대해 설명하기를, '포스트-묵시록적 영화post-apocalyptic movie'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또한 1950년 초부터 미국 서부 사막에서 행해진 핵 방사능 실험 이후 황폐해진 사막을 찍은 자신의 작품, 「사막의 노래(Desert Cantos)」를 설명할 때도 그곳은 마치 '포스트 묵시록적 풍경post-apocalyptic landscape'으로 변형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트-묵시록'은 영화 장르 용어로 알려져 있다. 사이언스 픽션 영화에서도 주로 핵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등 지구의 문명이 파괴되거나 사라진 후의 세계가 영화의 배경이 된다. 이미 종말이 왔는데도 미처 모르거나, 언젠가 닥칠지도 모르는 종말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임안나의 「냉각된 영웅(Frozen Hero)」 사진 속 무기가 놓인 풍경도 그 날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어지는 일상의 흔한 공간을 보여주는데 그 방식이 어딘지 낯설고 기이하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유령 같은 이미지이다.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의 상품으로 변신한 폐기된 무기들은 환상적인 과거로 순화되고, 역사는 어김없이 자본을 위해 소비되는 안보관광을 위한 스펙터클이 되었다. ● 세 번째로 「호모 루덴스」에서는 무기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국전쟁의 이미지는 곳곳에 산재한 전쟁기념물과 함께 기억의 서사를 직조한다. 여전히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억 서사는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정착된 것으로, 전쟁기념물은 내재적으로는 전쟁 이후의 권력체제가 통일된 기억을 바탕으로 유지되기 위한 상징장치라고 할 수 있다. 주로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이 기념물들은 전쟁의 상흔을 교육하고, 지배 이데올로기를 명백하게 전달하여 헤게모니를 획득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미첼(W.J.T Mitchell)은 기념물의 특성으로 '폭력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념물이 과거의 정복사를 이야기하고 폭력성이 기념 미술의 뼈대를 이루고 있으며, 시저, 나폴레옹,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기념물은 폭력을 기념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는 이야기 제공자가 이야기의 소재를 독점하며 지배계층이 역사를 순리에 따라 계승했다는 설득을 전파한다는 측면에서 기념물을 '헤게모니'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규정했다. 3) 이는 「호모 루덴스」에 등장한 '에어쇼'에도 적용된다. 흔히 하늘의 무기들은 자극적이고 근사한 이미지로 대중매체에서 어필해왔다. 특히 영화 「탑건Top Gun」의 주인공이 B-47 핵 폭격기를 처음 본 순간 "이 비행기는 내가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탄성을 지르는 장면에서 전투기는 일순 로맨스의 매체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국가가 정기적으로 무기를 공개하는 '에어쇼' 역시 대부분 군사 훈련의 형태로 이뤄지지만 국가의 디스플레이로써 국가주의를 환기하는 강력한 전시(展示)물로 작용한다. 국가주의와 소비사회, 그리고 대중의 오락을 융합시킨 에어쇼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국가 발전으로 일체화시키면서 대중의 정치 조작을 이끌어내는 프로파간다 장치인 셈이다. 오직 전시를 위한 전시장에서 자녀들을 위한 무기 체험 학습과 가상의 전쟁을 직접 확인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기술문명을 유희(루덴스)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인간의 감각을 압도하여 마비시킨다. 국가가 주관하는 에어쇼가 보여주는 비행기의 속도는 대중들에게 비행기를 '바로', '여기'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로 비행기의 가공할 만한 속도는 현재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끊임없이 구성하면서 그 속도를 인지하는 대상에게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속도의 의미로만 변화된 비행기는 국가와 동일한 경외의 대상이 된다. 이 순간 비행기는 현실의 문제로 안착하지 못하고 고도의 추상성을 띤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유된다. 4) ● 「호모 루덴스」에서 사람들은 '전승(戰承)된 가상(假象)'을 유희하고 있다. 디즈니랜드 안의 사람들이 스펙터클적인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연출하는 일원이 되는 것처럼, 구경꾼과 스펙터클적인 세계가 구분되지 않고 한데 엉켜 있는 모습은, 국가라는 테크놀로지의 집합체에 종속된 대중들의 무기력함을 환기시킬 뿐이다.

임안나_Frozen Hero#41_피그먼트 프린트_60×120cm_2015

#3. 무기들은 우리를 바라본다. ● 여기 무기가 찍혀 있는 사진들이 있다. 이 사진에서는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관객일까? 무기들이 주인공인 동시에 관객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시선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때 카메라는 누구의 시선이며 무기가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무기들은 보여 지는 동시에 보고 있다. 그들은 보는 시선(시각적 주체)과 보이는 대상(시각적 객체)으로서 동시에 존재한다. ● 무기가 바라 본 사람, 그 무기를 추억(기념)하는 사람, 다시 무기와 유희하는 사람이 있다. 갈수록 무기의 목표물은 근접하고 커져 가고 모든 것이 폭발과 함께 끝장날 수도 있다. 엄청난 첨단 기술전쟁은 고통 없이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완벽하게 승리에 도달한다. 다시 비릴리오에 따르면 시각기술과 통신기술의 발전은 가까운 곳과 먼 곳, 현재와 미래, 현실과 비현실이 혼합되어 일종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연적인 빛의 자리에 전기적인 빛이 들어오고 그로 인하여 우리의 자연적인 세계는 인공적인 시각 세계, 모니터의 세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5) ● 임안나는 『차가운 영웅』에서 원근법에 단련된 인간의 시각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전쟁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지각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대된다. 매체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뒤틀린 가상의 효과 속에서 정작 보아야 할 것들과 감각해야 할 것들을 놓친다는 것이다. 무기들이 찍힌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그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지는 않다. 또한 이미지의 가시성(visibility)만으로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의 전달이 항상 보장되지는 않는다. 전쟁기념관이나 에어쇼에서 공개되지 않은 전쟁기계의 은폐된 매뉴얼을 판독하고, 전쟁 이미지들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지배적인 시스템에서 이미지와 유희할 수 있는 길은, 이미지들을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이 발휘될 때 가능하다. 임안나는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기본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형식을 이용해서, 전승(傳乘)되어온 이미지야말로 우리가 계속해서 재작업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기술의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 지금-여기의 세계를 지각하는 하나의 방식일 것이고, 근대 국가의 권력과 자본의 물질 관계와 궤를 함께 해 온 전쟁으로 대표되는 기계적인 지각체계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능동적 보기의 가능성을 차갑게 숙고하고 있다. ■ 최연하

* 각주 1) 폴 비릴리오, 배영달 역, 『정보과학의 폭탄』, 울력, 2002, p.62. 2) 폴 비릴리오, 배영달 역, 『탈출속도』,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6, p.38. 3) 맬컴 마일스, 박삼철 역, 『미술, 공간, 도시』, 학고재, 2000, p.107. 4) 속도의 추구는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 중의 하나이며, 그 반대급부로 공권력은 속도를 통제해 주체들이 공간 속에 자신을 각인시키는 차원에 개입하기도 한다. 경찰이 과속 단속을 하는 것,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속도의 조절, 수업시간의 조절, 직장에서 식사 시간의 설정, 섹스의 속도 등이 그 예다. 이것은 속도가 개별 주체의 의지를 넘어선 어떤 구조나 패러다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폴 비릴리오, 이재원 역, 『속도와 정치』, 그린비, 2004) 5) 심혜련, 「디지털 노마드와 유비쿼터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한국학술정보, 2010, p.98.

임안나_Frozen Hero#9_피그먼트 프린트_60×120cm_2015

이번 전시와 책 『차가운 영웅』에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나의 작업 중 실제 무기가 소재가 된 주요 작업들로 살아있는 무기에서 박제가 된 무기를 담은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여가를 위한 오브제로서의 무기까지 담겨 있다. 내가 어릴 때 가진 전쟁의 이미지는 영화와 게임 그리고 뉴스미디어가 전달한 드라마틱한 장면들의 조합이다. 나의 성장과 함께 전쟁의 이미지도 미디어의 장면들과 함께 변화하였다. 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최첨단. 초강력, 초정밀, 초고속, 고 성능, 최신기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차세대 혁신 형, 자동감지 시스템, 무인시스템, 하이테크 등 울트라 슈퍼 다이나믹 버라이어티 해 지고 있다. ● 절정의 재구성 (Restructure of Climax )시리즈 작업은 거대한 무기들로 향하는 숭배와 감탄 그리고 공포가 Fiction과 Fact의 사이에 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나는 프레임 밖에 설치되어 숨겨져야 할 조명들의 존재까지 프레임 안에서 공개하여 이미지 구성의 전모를 드러나게 하였다. 이 이미지의 발상은 신형 자동차 광고의 한 장면에서 차용했다. 나는 무기라는 전쟁 오브제와 영화나 CF에서 사용되는 조명 장치들을 구성하여 전쟁에 관한 나의 판타지를 표면화 하였다. 냉각된 영웅(Frozen Hero) 시리즈 작업은 폐 무기들이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되어 자연환경 안에 설치되어 있는 낯선 풍경들의 수집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놀이공원, 대학교 캠퍼스, 유원지, 평화공원. 별별 기념관 등 많은 장소로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행사장에서는 최신무기들이 전시되어 사람들에게 볼거리나 사진으로 추억될 찍을 거리를 위해 쇼업'SHOW UP'되어 있는 인기 아이템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희의 인간, 호모 루덴스들은 전쟁과 평화를 동시에 표상하기에 무기라는 존재는 이미 아이러니하기에 이 거대한 비일상적 오브제들을 놀이의 대상 그 자체로 소비하는 듯 했다. 하기야 다른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언제부턴가 전쟁의 영웅도 사람이 아닌 기계로 대치되고, 기억의 대상도 저 차가운 금속의 오브제들로 전환되어진 신화가 나는 두렵다. ■ 임안나

* 임안나 사진집 『차가운 영웅』 / 눈빛출판사 / 값 12,000원 / 흑백 칼라 도판 50여점 / 2017년 3월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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