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ORY WITHOUT A STORY 이야기 없는 이야기

권순영_우정수_전현선展   2017_0317 ▶ 2017_0427 / 월요일 휴관

권순영_슬픈 모유3_한지에 채색_130.5×194cm_2017

초대일시 / 2017_031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옥인동 62번지) Tel. +82.(0)2.720.8488 www.gallerylux.net

이야기 있는/없는 그림"왜 세계의 윤곽을 그리는 일은 색으로 세계를 뭉개는 일보다 항상 덜 슬픈가" (김상혁, 「십일월」,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문학동네, 2016) ● 세계는 일정한 서사 구조에 의해서 구축되었고, 역사로 기술되어 왔다. 서사 구조는 사건들이 발생하는 시간적 순서를 따른다. 평형 단계-출발 단계-진행 단계-종결 단계, 이후 다시 평형 단계로 되돌아간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단조롭던 상황이 어수선해지고 복잡해진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그 이후에는 거짓말처럼 사건은 일단락되고, 다시 정적인 상태에 이르게 된다. ● 사실 세계의 윤곽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서사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 이야기로 남겨질 수 있는 것은 사건이 이미 해결되었거나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셰에라자드1)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지연시켰던 것처럼, 이야기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세계는 그렇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이야기는 여러 감정들과 맞닿아 있는데, 세계는 그렇게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은 기쁨의 순간으로 전복되기 하며, 광기 어린 집착은 불안한 감정을 조장하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긴장감을 지속시키기도 한다. ● 『A STORY WITHOUT A STORY 이야기 없는 이야기』는 화면 속에서 서사 구조를 만들어 세계를 연출하고, 감정의 상태를 재현하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해왔던 권순영, 우정수, 전현선의 작업으로부터 출발했다.

권순영_정물5, 6_한지에 먹_72.5×61cm×2_2013
권순영_고아들의 성탄2, 자이언트 문2_한지에 먹_35×37cm×2_2015

권순영은 고통스러웠던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아름답고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이미지를 투명한 색감으로 재현해왔다. 큰 눈동자를 가진 여러 형상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그들은 서로에게 무언가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소 가학적인 형상들이지만, 이들의 작고 섬세한 몸짓과 표정은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유희적 시공간으로 전복시킨다.

우정수_놀라지마, 넌 그림이야_종이에 펜_21.6×14cm_2010
우정수_왕관쓴 바보들_퍽!_종이에 펜_21.6×14cm_2010
우정수_바로크식 정물화 #1_19_종이에 먹, 아크릴채색_51×36cm_2017
우정수_바로크식 정물화 #1_21_종이에 먹, 아크릴채색_51×36cm_2017

우정수는 구조적 차원에서 발견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추적하며, 이를 불안한 혹은 불온한 이미지를 그려왔다. 불가항력적인 세계의 모습을 '적대'의 차원에서 접근하며, 혼돈스러운 이미지와 모순적인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한다. 흑백의 대비되는 색감, 신경질적인 드로잉 선, 그리고 그림 속의 이야기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중첩은 불안한 정서를 극대화시킨다.

전현선_지난 것들과 빛나는 모양_캔버스에 수채_162.2×130.3cm_2017
전현선_두 번의 교차점_캔버스에 수채_80.3×60.5cm_2016
전현선_네 개의 뿔_종이에 수채_38.5×54cm_2014 전현선_숲 속의 하얀 산_종이에 수채_44×37cm_2014

전현선은 정체불명의 '뿔'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뿔'의 정체와 기능, 그것을 둘러싼 사물과 인물의 반응들을 재현해왔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지속시킨다. 최근 동료 작가와 공동 작업을 하며 '뿔' 혹은 '뿔과 같은 형태'에 대해서 타인과 대화하기를 시도했다. 화면의 중심을 차지했던 '뿔'이 이곳저곳에 불쑥 등장하면서 화면 속 입체 감각이 평평해지고, 서사 구조 또한 이미지로 전환되고 있다. ● 한편 전시는 동어반복적인 전시 제목처럼 그 출발점으로부터 역행하게 된다. 세계와 감정이 배제된, 서사구조가 없는, 이야기가 없어진 그림들이 전시의 또 다른 축이 될 것이다. 이야기 있는/없는 그림은 우리의 상상력이 불완전한 영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것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것이다. "이미지에서 중요한 것은 (...) 이미지가 포획하고 있는 폭발 직전의 강렬한 에너지2)"이기 때문에. 권순영은 상징이 부유하는 정물을. 우정수는 시공간을 박제하는 바로크 시대의 꽃을. 전현선은 격자무늬에 감정 없는 사물을. ■ 박은혜

* 주석 1) 셰에라자드는 아라비아 설화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를 술탄 샤리아르 왕에게 매일밤 들려주었던 페르시아의 전설적인 왕비이다. 술탄은 아내의 부정으로 인해 모든 여자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이후로 첫날 밤을 보낸 이후 모든 신부를 죽이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셰에라자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술탄의 관심을 끌었고, 그녀는 매일 밤 이야기를 끝맺지 않아서 다음날까지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녀의 끝 없는 이야기 때문에 술탄은 결국 자신의 맹세를 포기하게 된다. 2) 질 들뢰즈, 이정하 옮김, 『소진된 인간』, 문학과 지성사, 2013, p. 13.

Vol.20170317c | A STORY WITHOUT A STORY 이야기 없는 이야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