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

윤석남展 / YUNSUKNAM / 尹錫男 / drawing   2017_0317 ▶ 2017_0409 / 월요일 휴관

윤석남_자화상-3_한지에 먹_69×4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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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유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com blog.naver.com/artzaha

"드로잉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나를 잊어버리게 된다. 어떤 날은 하루에 일고여덟 작품을 할 때가 있다.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들을 바로 현현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 윤석남 (김혜순 시인과의 대담 중) ● 자하미술관은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탄생과 격변을 함께하며 변화무쌍한 현대미술 속에서도 이념과 경향에 치우치지 않으며 한국 화단에서 독자적인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윤석남 작가의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윤석남의 지난 30년간의 예술적 여정을 드로잉을 통해 되짚어 보며 어머니에서 여성으로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인류애적인 방식으로 공감을 나누는 작가의 의지를 전하고자 한다.

윤석남_자화상-2_한지에 먹_74.5×49cm_2016

윤석남(1936)은 그림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전업주부에서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일화로 유명하다. 1979년 마흔이 넘은 나이 어머니의 구체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의 작업은 1982년 미술회관 (현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시작하며 1985년 김진숙, 김인순 등 여성작가들이 모여 만든 '시월모임'과 1986년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전시인 '반에서 하나로' 전시 등을 통해 점차 주체가 되는 여성상으로 범위를 확장시킨다. 이러한 흐름 위에서 가부장적 권력의 젠더 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 여성의 의식을 발현하며 한국 회화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본격적으로 직업적 예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며 1993년 '어머니의 눈' 전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특별전'에 참여하며 1996년 제8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후 작업은 보다 심도 있게 다루어지며 당시 남성 위주 모더니즘 미술에 맞서 페미니스트 작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다. 작업에 대한 다채로운 성찰과 관심은 2008년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전에서 여과 없이 두드러지는데 나무를 깎아 개의 외형으로 재탄생 시킨 1,025마리 '애신의 집' 개들의 조각이 그것이다. 실제 개의 크기로 제작된 작품은 버려진 사육장의 독자적 경험을 집단적 기억으로 치환시키며 생명을 둘러싼 문제를 야기함과 동시에 치유의 시선을 던진다. 이렇듯 그는 모성의 애틋함을 그리워하기도,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사회적 결함 속에 소외된 여성을 드러내는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예술이 지니고 있는 위로의 힘을 발휘한다.

윤석남_초봄 영암구림마을에 가다_종이에 연필, 색연필_40×29.5cm_2000
윤석남_푸른지팡이_종이에 연필, 색연필_45×30.5cm_2001

윤석남의 작품은 '어머니'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듯 어머니의 삶과 애환 그리고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내려는 남다른 사랑과 호기가 느껴진다. 짐을 한가득 머리에 이고 터미널에서 만난 어머니의 모습, 혼자 화투를 치고 계신 할머니,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벼워지는 어머니와 그에 반해 무거워지는 나의 마음이란 고백은 살면서 한 번쯤은 겪고 보았을 법한 이야기며 모두에게 불현듯 떠오르거나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그의 드로잉에 자주 등장하는 그네, 늘어나는 팔, 지팡이, 돌, 고무신과 같은 상징과 은유는 어머니로 환생한 기운이자 작품의 원천이 되는 기억의 이마주일 것이다.

윤석남_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황진이_종이에 연필, 색연필_45×30.5cm_2010

윤석남은 조선시대 기생이자 여류 시인인 이매창을 주제로 한 2002년 작 「종소리」와 여류 시인 허난설헌을 주제로 한 2005년 작 「허난설헌」 등을 제작한다. 이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여성을 기리는 작업들로 과거의 인물을 현대와 잇고 싶다는 염원에서 비롯된다. 전시의 제목으로 참고한 2010 작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황진이」 드로잉은 위 언급한 작품들과 동일한 맥락으로 작용한다. ● 작은 상 위에 마치 제사를 올리듯 큰 물 한 잔이 놓여 있는 그림은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 라고 말한다. 역사 속 주체적 여성들에 삶 자체를 작업의 강령으로 삼은 작가가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 황진이에게 하는 말일까? 아니면 작가의 입을 통해 황진이가 전하려던 말일까

윤석남_바위위에 작은 방_종이에 연필, 색연필_45×30.5cm_2002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그는 인간의 몸이란 죽으면 화학적으로 물이 되고 돌이 되듯 결국 자연의 물질로 돌아가기에 평소 자연을 믿는다 말한다. 무위자연을 사상으로 하는 노자(老子)의 도덕경에서 자연은 주체성과 정신성의 넓고 깊은 뜻을 포함한다고 하듯 무언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마침내 한 잔의 물이 되리라라는 작가의 말은 넓고 깊은 뜻을 헤아리라는 지침으로 들린다. ● 이번 전시는 윤석남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985~86년 「시장」 시리즈 와 외부에 공개한 적 없는 유화 1점, 2013년 까지 꾸준히 그려온 시와 그림이 있는 드로잉 150여 점 그리고 최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자화상 7점을 선보인다. 규모가 있는 그의 설치작품 사이에서 작품의 원천이 되는 소품과 드로잉에 주목하기 어려웠다면 이러한 아쉬움을 마침내 해소할 자리가 될 것이다. ■ 자하미술관

Vol.20170318b | 윤석남展 / YUNSUKNAM / 尹錫男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