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에서

이흥덕展 / LEEHEUNGDUK / 李興德 / painting   2017_0328 ▶ 2017_0428

이흥덕_지옥철1호선_종이에 파스텔_140×229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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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층 Tel. +82.(0)2.722.7760

이번 전시는 대작을 위한 에스키스이자 독립된 드로잉작업으로 구성된다. 캔버스, 종이에 목탄이나 파스텔로 그린 것이다. 그러나 보통 150호에 이르는 이 드로잉들은 그자체로 작가의 몸짓이 즉발적으로 녹아있는 자유스런 회화다. 이흥덕의 순발력과 즉흥적 표현력이 빚어낸 이 드로잉들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회화란 매체적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서 작가의 감수성을 있는 그대로 날 것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이흥덕_DMZ_종이에 목탄_140×229cm_2016
이흥덕_식사_캔버스에 목탄_181.3×227.3cm_2016
이흥덕_종창역_한지에 파스텔_149×213cm_2016

이흥덕은 지난 80년대 이래 지금까지 서술적 이야기성, 풍자, 블랙유머 등을 통하여 동시대 우리사회 소시민들의 일상과 그 너머에 도사린 폭력과 공포, 그럼으로 인한 불안의식과 심리, 저항 등의 서사에 지속적으로 천착해 온 작가다. 또 이런 작업의 내용이나 주제와 비례하는 회화적 형식의 변주, 어법, 실험이 돋보이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흥덕_지옥철2호선_캔버스에 유채_181.3×227.3cm_2016
이흥덕_지하철지옥도_한지에 파스텔_140×202cm_2016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인 반응과, 폭력의 구조성에 대한 피해의식, 그리고 거기에서 기인하는 약자로서 가질 수 있는 비판성은 시기별로 약간씩 다른 형식과 정서를 보여준다(80년대의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일기체적 소시민성, 90년대 이후의 관찰자적 시선, 2000년대 이후 전지적인 시점에서 주관적 피해의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객관적이고 전지적인 시점). 이런 시점들과 마찬가지로 소재들이나 배경공간에 있어서도 각 시기별로 작가의 접근법은 달라진다. 아마도 이는 그의 생활방식이나, 거주하던 공간, 혹은 그가 자주 다니던 장소, 여타의 인식적 태도가 달라졌기에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80년대 초중반에는 일반적인 도회지 풍경과 소시민들의 불안한 삶이, 8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까페라는 공동공간에서의 소외와 단절이,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지하철과 신도시가 서술의 주 무대가 된다. 이런 도회적 공간에서 사람들의 삶과 작가의 주변적 정서가 심리도상으로 표출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

이흥덕_퍼레이드_캔버스에 유채_181.3×227.3cm_2016
이흥덕_흰고양이_종이에 파스텔_126×180cm_2016

이흥덕의 시선은 철저하게 관찰자로서의 전지적 시점이다. 또한 시간성은 늘 현재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현실. 거기에 반응하는 심리도상인 형상들은 즉물적이다. 또한 불안이라는 피해의식으로부터 자신을 자각하고, 현실의 다양한 모순들을 정면으로 바라봄으로, 마침내 그것을 인식하고 저항적 정서에 이르는 작업의 궤적을 통해서, 한 작가의 의식의 변모와 비판의식, 조형적 방법이 어떤 식으로 통일되어 가는지를 주목하면 이흥덕 작업에서의 서사가 훨씬 풍요롭게 감지된다. 그 화면에는 작가의 주관적 감정의 축소와 객관적 심리(불안)의 증폭이 반영하는 우리시대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적 초상이자 전형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한국현대미술의 비판적 형상성과 서사 中) ■ 김진하

Vol.20170328a | 이흥덕展 / LEEHEUNGDUK / 李興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