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추억

허윤선展 / HEOYUNSEON / 許允瑄 / painting   2017_0328 ▶︎ 2017_0528 / 월요일 휴관

허윤선_지루한 주말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12

허윤선 인스타그램_www.instagram.com/heoheo_yunseon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주말_10:30am~09: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카페 SAMO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원적로 453 Tel. +82.(0)10.6462.0629 www.samocafe.com

꿈 많던, 아니 꿈이 있었나 싶은 막연한 나의 20대. 내가 주로 머물던 공간들을 떠올려본다. 텅 빈 작업실, 침침한 내 방, 도심의 카페,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으로 귀를 막으면 완벽한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졌을 때 홀로 마시던 한 잔의 커피, 한 잔의 술, 한 잔의 외로움, 한 잔의 망상. 당시의 나는 추스르지 못하고 방황하는 감정들을 붓질과 파편들을 통해 화면을 떠다니게 만들었다. '방황하는 감정'들은 건조한 일상과 대화 속에서 부유하는 혼잣말과도 같았다.

허윤선_Dropp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2
허윤선_외로운 밤_캔버스에 유채_72.7×100cm_2012
허윤선_달빛 아래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1
허윤선_붉은 바다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1

수년이 지나 작업노트와 작품들을 다시 꺼내보며 나의 20대를 추억한다. 당시 소중했던 나의 시간, 나의 공간들은 작품으로만 남아 '한 잔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느새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아닌 '누군가'가 자리 잡았다. 그 누군가를 위해, 혹은 그 누군가와 부대끼며 오늘을 산다. 그리고 여전히 한 잔을 바라보며 한 숨을 돌린다. 이제 '한 잔'은 내가 20대 때 마시던 그 외로움, 푸념 가득한 방황의 한 모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것은 한 잔이라기보다는 크기를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대접이 아닐까.

허윤선_날조된 환상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11
허윤선_Pink steam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0
허윤선_졸린 커피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07
허윤선_아들의 첫 잔_종이에 오일파스텔_12.7×17.8cm_2016

『한 잔의 추억』 이 전시는 나의 결혼 전 작업, 엄마가 되기 전의 삶을 돌아보는 조금 이른 회고전이다. 예전 작업들로 채워진 전시의 한 귀퉁이에 지금의 내 잔, 새로운 작업의 시작점인 그 잔이 있다. 집안일,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다. 그래도 빠듯한 하루 속에서 틈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다. 잃어버린 하루의 틈을 찾아서... ■ 허윤선

Vol.20170328b | 허윤선展 / HEOYUNSEON / 許允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