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김인혜_김초희_반경란_이민희_한경자展   2017_0329 ▶︎ 2017_0404

초대일시 / 2017_032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선+ Space Sun+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1(팔판동 61-1번지) B1 Tel. +82.(0)2.732.0732 www.sunarts.kr

다시 더하기 다시. ●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산다. / 세 살 때 받았던 사랑을. / 열 살 즈음 느꼈던 자신감을. / 열일곱의 쓸쓸함과 스무 살의 흥분을. / 하얀 캔버스와 마주했던 처음의 그 아득함을.// ● 이번 전시는 각자의 이유로 소외되었던 그 순간들을 지금 여기로 다시 소환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누군가에게는 믿음으로 누군가에게는 일상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타인을 향한 시선으로 녹아있던 시간의 소금기를 건조시키고 알알이 드러내어 그 두께들을 다시 내 안으로 불러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자기복제나 반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존재 증거를 다시 불러 현재를 존재하게 하기 위함이고 그럼으로 지금, "나"라는 이름의 의미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김인혜_고무줄놀이_캔버스에 유채_65.2×91cm_2017
김초희_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24cm_2016
반경란_다시 사람 되기_캔버스에 유채_33.4×45.5×4cm_2017

천장에서 바닥까지 늘어진 투명필름지에 편가르기를 할 때 하던 말들을 한땀 한땀 바느질하여 설치한 김인혜 작가는 우리의 관계맺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투명한 필름처럼 우리의 소통 또한 투명한듯하지만 막혀있고, 놀이를 할 때조차도 타인과의 분리욕구가 드러난다는 소통의 본질에 대해 말한다. 소통은 불가능한 것으로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을. 이번 전시에서 초기작업방식인 바느질과 설치를 통해 소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최근의 회화 작업과 병치되면서 보다 다양한 시선들을 제시한다. ● 김초희 작가는 다른 방식의 공감을 전한다. 우리 모두는 마치 원죄와 같이 내면 깊숙한 아픔이 있기에 서로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하여 관계할 수 있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그 동안 정제된 설치형태로 작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사유의 흐름에 충실한 추상의 평면회화와 도자작품들을 소개한다. 회화와 도자에서 흐르는 물감들의 만남과 스침이 마치 우리의 일상과도 같이 감각된다. ● 반경란 작가의 작업은 다분히 종교적으로 보인다. 실제와 초월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의 유한성과 불가함에 대해 집요하게 이야기해왔다. 이번 작업은 그러한 질문에서 조금 물러선다. 그 질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건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간다. 어느 것도 고집되지 않은 공간을 열어 보이는 것으로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것. 그 무한함 안에 자신을 던져 놓는 것으로 작가의 시선은 이곳에서 초월너머까지를 횡단한다. ● 이민희 작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 그 중에서도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자리와 영향에 대해 생각한다. 나를 말하기 위해 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버지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의 기억, 그의 행복, 그의 아픔을 담담히 드러낸다. 펜 드로잉과 소박한 페인팅으로 최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그 깊이를 더하고, 자신을 조각해간다. ● 한경자 작가는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은 보편적 공간을 만든다. 이차원, 혹은 삼차원으로 구성된 그의 공간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 수도, 모든 것이 담겨있기도 한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기억 저편으로 가기 위해 텅 빈 공간들을 반복적으로 나열한다. 그 간극에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반응에 따라 역시 의미화 될 수 없는 형상들이 놓여진다. 큐브들과 오브제들로 나열된 그의 의지는 다만 사후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또한 확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작가는 전시장을 가득채운 공간 안에서 처음부터 자신을 말한다는 것은 불가해한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민희_기억의 초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8×45cm_2017
한경자_Space Cube #24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91cm_2017

이번 전시는 평면회화, 설치, 조소, 음향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구성되며, 각각의 작품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만 서로 관계할 수 있는 동선으로 설치되어 마치 하나의 커다란 작품처럼 보인다. 다섯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배경과 표현방법으로 자신들의 기원을 더듬어가는 과정들은 보는 이들에게도 자신들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 기대한다. ● 예술은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것이다. 예술이 아니라 "나"를 드러낼 때 그제야 그것이 살아나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안과 밖에서... ■ 김정혜

Vol.20170329c | 다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