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事

이서현展 / LEESEOHYEUN / 李抒玹 / painting   2017_0329 ▶ 2017_0403

이서현_心事_장지에 혼합재료_110×162cm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2층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0)2.734.1333 www.ganaartspace.com

생명의 힘 ● 생명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태어나는 모든 것은 죽음을 맞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유기체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인간이 흩뿌려 놓은 사물들, 그리고 인간이 감히 다 가늠할 수 없는 우주까지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죽음은 인간에게 생명에 대한 판타지를 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판타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에게 현실을 지탱케 하는 힘이 되어주며, 예술의 동력이기도 하다.

이서현_心事_장지에 채색_112×193cm_2016
이서현_心事_장지에 혼합재료_336×582cm_2017

이서현은 개인적 기억이나 그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유기체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장지에 먹과 분채로 표현한다. 우리의 기억은 종종 일상을 지탱하려는 자아를 침잠시키며 간신히 바스락거릴 힘조차 앗아갈 때가 있다. 그러나 우연히 뜻밖의 존재에 의해서 힘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이서현에게 있어서는 그 존재가 코로키아(corokia)라는 식물이었다. 인간이 충실히 돌보지 않자 죽음에 다가가는 식물을 보며 이 식물의 생명을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 뜻밖에서 식물의 흙 속 뿌리는 아직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생명의 힘을 이서현은 마치 식물의 뿌리, 나뭇가지, 꽃의 암술, 수술이 증식해 나가는 것과 같은 유기체적인 이미지로 장지 위에 그려나간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사물의 재현도 아니고 식물의 재현도 아니다. 자연을 관찰하여 얻은 것이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며 기억을 치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변화무쌍한 선묘와 화려한 색채를 통해 표현된 이 유기체적인 이미지들은 이서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격렬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발산하는 방법이다. 다만 먹과 분채는 안료가 장지에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폭발할 것만 같았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발산하는 방법이다. 다만 먹과 분채는 안료가 장지에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폭발할 것만 같았던 개인의 감정도 화폭에 담겨 그림으로 되어가는 시간 동안 누그러지고 다스려진다. 죽음이 아닌 생명을 향하는 힘으로써, 어둠이 아닌 밝음을 향하는 힘으로써, 그것이 어떠한 판타지에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면, 이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바로 예술이 인도하는 길이 아닌가. ■ 이성휘

Vol.20170329i | 이서현展 / LEESEOHYEUN / 李抒玹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