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y Scape

박상희展 / PARKSANGHEE / 朴商希 / painting   2017_0330 ▶︎ 2017_0428

박상희_정독 도서관 Jungdok Librar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비닐 시트 컷팅_72.7×91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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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33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8:00pm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 강남점 SCALATIUM ART SPACE_GANGNAM 서울 강남구 논현로79길 72(역삼동 828-10번지) 1,2층 Tel. +82.(0)2.508.7204 scalatium.com blog.naver.com/artscalatium

도시에 스미다 ● 박상희는 도시 속으로 스며든다. 소요(逍遙)하고, 발견하고, 그리고(Draw), 새긴다. 박상희는 급격한 경제화 과정 속에서 과거와 단절된 채 무질서하게 구축된 정체불명의 한국 현대 도시가 보여주는 인위적이며, 혼란스럽고 과장된 풍경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해왔다. 박상희는 산업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빈부 격차와 소외, 경쟁과 욕망이 충돌하는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한국의 도시 풍경을 "색다른 정감과 삶의 애착들을 발견할 수 있는 보물창고"라고 표현한다. 작가는 2000년대 초중반 일상적인 도심 골목과 거리를 뒤덮은 간판들, 대형 마트에 쌓인 과자와 인형 등을 묘사한 작업을 선보인 이후, 현재의 '야경' 연작까지 도시의 풍경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박상희_Yokohama night요코하마 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비닐 시트 컷팅_100×80.5cm_2009

도심을 뒤덮고 있는 각양의 간판들과 상점의 풍경들은 현대 도시의 개성과 다양성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작업 초기 간판의 문양과 텍스트의 형태에 주목했던 작가는 간판 제작의 주재료인 컬러 시트와 시트 커팅을 통해 완성된 다양한 글씨체에 매료되었다. 다양한 이미지의 형태를 따라 오려진 간판 시트는 내부의 형광등 빛을 통과시키면서 온전히 간판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수 백 년 된 건물과 신식 건물이 공존하며, 엄격하게 관리된 도시 미관을 자랑하는 유럽의 일부 국가들과 달리, 경제우선 정책에 따라 도심의 빌딩을 뒤덮으며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라난 한국식 간판들은 끓어오르는 에너지와 변화에 민감한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유니크한 풍경이라는 긍정과 함께 정체불명의 짬뽕문화를 대표하며, 시선을 어지럽히고 미관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함께 받아왔다.

박상희_달이 있는 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비닐 시트 컷팅_97×130.3cm_2016

목적에 충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길거리 간판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향연(饗宴)은 그 속에 담겨있는 치열한 생존 투쟁의 의지와 달리 다양하고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로 가득하다. 작가의 초기작 중 동네 편의점의 풍경을 그린 Buy the Way cvs(2003)와 시청 인증 모범음식점임을 알리는 커다란 무궁화가 떡 박힌 간판 Good Restaurant(2003), 마트 진열장의 핑크색 공주인형 Jouju Doll(2005)과 코끼리 인형 Toy Story(2005) 등의 작품은 컬러 애니메이션의 한 컷을 오려낸 듯 화려한 원색과 목적 지향적 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대형 마트의 진열대에 잔뜩 쌓인 채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오징어 짬뽕'과 '손칼국수', '콘칲'과 '나초'의 비장미 넘치는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Korean scenery-E-mart shopping mall(2005)와 Snack Nacho(2008)는 흔히 촌스럽고, 노골적인 선전을 일삼는 대량 상품의 과장된 포장을 만화체 이미지로 더욱 과장시킴으로써 도심의 일상에 담긴 '색다른 정감'의 단면을 포착하는 작가의 의도를 절묘하게 드러낸다.

박상희_미호 미술관 Miho museu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 컷팅_200×200cm_2016

박상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도심의 야경을 지속적으로 그려왔다. 일상적인 낮 풍경과 달리 도심의 밤풍경은 또 다른 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시의 밤은 화려하다. 대낮의 태양빛에 드러난 도시의 풍경이 평평하게 굴곡 없는 민낯이라면, 강렬한 인공조명으로 포장된 도시의 밤풍경은 짙은 화장으로 윤곽선을 강조한 뚜렷한 인상을 보여준다. 그림을 배워본 사람은 데생을 할 때 조명을 잘 비춰져야 석고상의 인상이 잘 드러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밋밋한 하얀 석고상에 강한 빛을 때리면 깊은 눈과 오뚝한 코, 꾹 다문 입술이 비로소 입체감을 드러내며 뚜렷한 개성을 갖게 된다. 도시의 모습도 유사하다. 대낮의 공평한 햇살은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드러낸다. 빌딩과 차량, 간판과 인파가 뒤엉킨 풍경은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에 반해 도시의 야경은 보여줄 것은 확실하게 강조하고, 더럽고 추한 것은 슬쩍 감춘다. 온전히 매력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도시 야경의 욕망이다. 낮 동안의 차가운 잿빛 도시가 화려한 모습으로 꽃단장하는 시간에 맞춰 덩달아 달아오른 인간들은 과거의 인류가 누리지 못했던 또 다른 하루의 반쪽을 누리기 위해 밤의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박상희_빨간 차가 있는 북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 컷팅_91×116.8cm_2015

박상희는 2009년의 개인전에서 인천과 홍콩, 요코하마 등 아시아 국가의 항구도시들의 야경을 묘사한 작품을 선보였다. 국제 표준이 휩쓰는 현대 도시는 비슷한 형태의 유리, 철골 구조의 빌딩과 글로벌 자동차, 전자, 패션 브랜드의 간판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상희의 그림 속 도시의 야경들은 비슷한 듯, 다른 얼굴로 관객들과 대면한다. 박상희는 도시의 밤거리를 소요하며 눈에 띄는 이미지를 카메라로 포착한다. 이후 캔버스 위에 컬러 시트를 겹쳐 바르고, 도시의 야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일반적인 회화는 이 단계에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박상희는 완결된 그림의 표면을 날카로운 칼을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패턴 형태를 따라 한 겹씩 벗겨낸다. 마치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피부를 능숙하게 절개하는 외과 의사처럼 작가는 '풍경'들의 외피를 꼼꼼히 저며 낸다. ●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시선은 표면의 시트 커팅의 흔적으로 인해 '풍경' 속으로 온전히 몰입할 수 없게 되고, 회화의 표면 위를 부유하게 된다. 시각적인 환영으로의 몰입이 지연되고 촉각적인 인식의 감각이 일깨워진다. 캔버스 위에 겹쳐진 시트와 그 위를 덮은 물감의 두께는 작품의 표면에 얇고 단단한 복수의 층을 형성하고, 화면은 단단한 무게감을 갖게 된다. 도심의 풍경을 뒤덮는 패턴을 위해 선택한 간판 시트 오리기는 작가 특유의 제작 방식으로 굳어졌다. 작품 초기 영화 포스터와 간판, 대량 상품 이미지와 함께 도시 풍경으로 확대된 시트 커팅 작업은 점점 더 완숙하고 정교한 단계로 발전하였다. 작가는 이제 몇 겹의 컬러 시트와 아크릴 물감 층의 단면 까지 고려하여 오려 내기의 깊이를 조절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기법적 특이함은 관객들의 주목을 쉽게 끌어내는 반면 장기적인 지속 시 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또한 완고한 형식의 틀은 종종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을 제한하기도 한다.

박상희_홍콩 소호 거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 컷팅_200×200cm_2016

박상희의 작업은 형식적인 특이함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진지한 시선과 개념적인 해석에 초점을 맞춰야 의미가 드러난다. 전통적인 풍경화가 작품 속에 창조된 환영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화면 속 세상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는 반면, 박상희의 풍경은 오히려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풍경의 표피에 머물도록 유도한다. 환영적 요소로 가득한 도시의 야경 회화는 목판화의 표면처럼 깎여진 굴곡진 층으로 인해 얇은 껍질이 중첩된 물질적인 표면으로 재인식된다. 화려한 외양에 회화적 표현에 시선을 뺏긴 관객이 풍경 속으로 몰입하려는 순간, 표면을 덮고 있는 파여진 굴곡들이 시선의 몰입을 차단한다. 전시장 조명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는 표면의 높낮이는 박상희의 풍경 회화를 단단한 경질(硬質)의 표면을 지닌 '조각난 풍경' 혹은 '풍경의 조각'으로 탈바꿈시킨다.

박상희_홍콩 소호 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플라스틱 시트 컷팅_112×145.5cm_2016

캔버스나 종이와 달리 비닐재질의 간판 시트는 물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회화 작가들은 물감을 흡수하는 지지체의 반응을 중시하기 때문에 물감과 분리되는 간판 시트와 같은 재료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박상희는 캔버스에 컬러 시트를 겹치고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층(地層)과도 같은 인공 막을 형성하고 그 막을 다시금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그리기와 조각하기를 결합시켰다. 이러한 형식적인 특징은 관객들이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의 풍경 속으로 온전히 흡수되지 못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도시 속 인간들의 삶의 형태와 비슷하다. 인간은 오랜 세월 스스로 구축한 도시 속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순간을 경험하지만 온전히 도시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은 좀처럼 갖기 힘들다. 인간과 도시는 서로 밀착하고 있으나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 상태, 즉 하나의 몸통을 지닌 두 개의 영혼과 같다. 긴 시간 '도시'의 이미지를 관찰해온 박상희는 화려한 외양의 표피에 가려졌던 물리적인 실체로서의 '도시'의 존재감을 인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과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공존할 것이다. 그녀가 걷고, 발견하고, 그리고, 새기게 될 내일의 도시 풍경이 궁금해진다. ■ 이추영

Vol.20170330d | 박상희展 / PARKSANGHEE / 朴商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