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이탈 Off the Course

박정향_손유나_우유리_윤소인_이보름_이지현展   2017_0330 ▶︎ 2017_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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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공민지_박경하_백지수_정유진

관람시간 / 11:00am~08:00pm

4LOG Art Space 서울 강동구 성내2동 516-13호 B1 Tel. +82.(0)2.470.0107 www.facebook.com/4LOGartspace www.instagram.com/4log_artspace

뉴스 1. 런던의 일간 신문 『가디언』은 전쟁으로 사람들이 살아남기위해 풀을 먹어야 할 지경이 된 아프가니스탄을 보도했다. 한편, 같은시기 유럽에서는 암소에게 고기가 포함된 사료를 주었다. 결국 과도하게 선진화된 생명공학기술은 동물들에게자기 종족을 먹게하여 '광우병'을 야기 했다. (그러나 오히려 광기가 있는 곳은 인간과 생명공학기술이아닌가싶다.) ● 뉴스2.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반란군에게 사살되었다. 전 세계 미디어는 총격의 잔혹함과 피를 흘리는 카다피의 몸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 그러나 카다피의 호위차량을 폭파한 제트기와 드론, 원격살상무기에관심을 둔 미디어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 뉴스3. 페카-에릭우비넨은 핀란드 고등학생이다. 그는 헬싱키의 한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급우들에게 총을 발사하여 8명을 죽이고 자살했다. 전세계는 그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나, 보다 조명된 것은 그가 올린 유투브 영상이었다. 학살을 벌이기 전그는 "인간성은 과대평가 되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자신이 저지를 행위에 대해 예고하는 영상을 올렸다. ● 우리가 보는 뉴스의 일부다. 저게 인간인가? 인간이 저렇게 잔인할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이성적이고합리적인 인간'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성' 또는 '인간'이라는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 차라리 인간 아닌 것들에 주목하는 게 어떨까? 어쩌면 이런 엉뚱한 이탈은 인간을 진실로 인간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분명 존재하지만 그동안 인간에 가려져 있던 인간 아닌 것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존재'를 생각해보기 위한 새로운 실험에 임한다. ● 이번 『경로 이탈- Off the Course』 전시는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에 대한 박정향, 손유나, 우유리, 윤소인, 이보름, 이지현 각자의 시선을 반영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 작품들은 이성적-인간 개념을 의심없이 받아들인 타성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고, (우리의) 인간중심적 인식에서 전환하여 인간 아닌 존재들까지도 함께 조명한다. ● 우리는 인간중심적 경로를 이탈하여 '새로운OO-되기'를 제안한다. 일련의 전시 흐름은 크게 동물-되기, 지구-되기, 기계-되기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고 이어진다. ● 첫째, 흡사 괴물같이 보이는 낯선 혼종체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믿고 있던 종의 범주를 깨트린다. 둘째,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이며 지구가 모두의 환경이라는 통찰 속에서,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는 것이 아닌 그것들이 공존하거나 혼재된 위치를 새롭게 설정한다. 셋째, 기계를 단순히 인간의 도구로만바라보지 않고 인간과 새롭게 관계맺는 존재로서 인식한다. ● 이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하여 다음의 존재를 상상하는 실험을 펼치며, 관객들 또한 인간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경로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박정향_몽타주의 방(Montage's room)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7 박정향_6개의 몽타주_석고_가변설치_2017

박정향은 현실에 존재하는 특정한 무언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이나 잠재의식에 존재하는 것들을 옮겨낸다. 기억, 꿈, 망상과 같은 의식의 건너편에서는 현실에서 규정되는 시간의 선적인 흐름에 종속되지 않아 무엇이든 있었다가도 없어지며, 지워지고 왜곡된 상태로 존재하고 불완전한 찰나의 잔상으로 남는다. 남아있던 것들은 곧 현실에 의해 흩어져, 다시 현실의 언어로 '누구'혹은 '무엇'이라 규정짓거나 의미화 할 수 없는 비결정적인 알 수 없음으로 존재한다. 박정향은 이 흩어져버릴 세계들을 작가의 재료로, 즉 완전하지 않은 인물상으로, 검정으로, 천과 스타킹으로 만든 오브제들로 기록하고 옮겨내는 실험을 지속한다.

손유나_삶은 개구리 머피_혼합재료, 영상_1400×500×400cm, 960×1280cm_2017
손유나_삶은 개구리 머피_혼합재료, 영상_1400×500×400cm, 960×1280cm_2017 손유나_왁자지껄 식사시간_컴퓨터, 미디어_1700×800×465cm_2017

손유나는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은 기술 혹은 기계들을 재료로 하여 동시대 발달된 기술의 본질 없음과 혼돈을 보여준다. 작가는 cctv, 모니터, 스피커 등 다양한 기계 물품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원래 용도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그것들 자체의 어설픈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테면 에러(Error) 메시지만을 반복 전송하는 모니터, cctv와 키보드, 모터 등을 결합하여 만든 조악한 형상의 가짜 인간 등이 그렇다. 일상 속에서 넘쳐나는 갖가지 기계 물질들과 가상의 세계는 이제 우리의 삶과 현실에 깊숙이 침투하여 이들의 이질성과 의뭉스러움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 손유나는 이러한 기계 물질과 기술들을 엉뚱한 조합으로 재구성하여 이들의 이면에 있는 낯섦과 기이함을 주시한 채 작업을 전개해 나간다.

우유리_나는 너를 만짐과 동시에 너에게 만져지고 있었다_ 스티로폼 외 혼합매체_28×20×20cm, 93×60×80cm_2017 우유리_연인_스티로폼, 실리콘_47×50×48cm_2017

우유리의 촉감에 대한 호기심은 불편함으로 전환되어가는 동안 감상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예민하며 충동적인 '날 것'의 반응들은 이성적 합리적 존재에게 억제되어야 하는 민감한 것들에 불과한 것처럼. 하지만 우유리의 작품은 무언가를 욕망하는 충동과 본능을 은유하듯 꿈틀거린다. 우리는 최소한의 감각만을 유지한 채 사물과 사람, 세계와의 '관계 맺음'을 축소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우리에게 우유리의 돌기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표면과 영역을 확장해가며 시각과 촉각의 원초적인 감각을 깨운다. 나와 너, 내면과 외부, 자아와 세계가 맞닿는 경계에서 미묘하게 떨리며 감지되는 감각, 바로 그 자체를 말이다.

윤소인_Iceberg_캔버스에 유채_97×260cm_2017 윤소인_Iceberg_paraffin wax_80×108×45cm_2016 윤소인_untitled1_종이에 수채_20.3×25.4cm_2017 윤소인_untitled2_종이에 수채_13×20.3cm_2017 윤소인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80×53cm_2017

윤소인의 인간에 대한 고찰은 자연과 분리시킬 수 없다. 빙하는 곧 그녀에게 인간이다. 빙하의 덩어리 하나하나는 인간 개체이며 그 개체들은 녹고 있다. 순수하고 깨끗한 빙하의 이미지에 대한 갈망을 배재하고 강렬한 색감으로 빙하를 표현함으로 빙하가 녹고 있는 현실을 비현실로 만든다. 실재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그녀의 빙하는 오히려 강하고 뚝심있다. 녹지 않으려는 의지를 반영하듯. 그러나 차갑지 않다. 해질녘의 하늘빛을 내재하며 따뜻해 보이는 빙하의 모습은 그녀가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되며 차가움과 따뜻함을 넘나드는 이러한 시도는 빙하는 차갑다라는 공식화된 인간의 고정관념에 대한 질문으로 까지 확장된다.

이보름_인어 시식회_frp 외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7 이보름_복어인어의 가시는 매우 위협적이니 요리 전에 뽑아서 꼭 제거하세요! 가시를 뽑은 자리가 너무혐오스럽다면 꽃을 꽂아 장식해줍니다_켄트지에 펜_30×30cm_2016

이보름은 동화 속 인어의 존재를 현실로 끌어낸다. 인어는 어류와 인간 어느 쪽에도 완전히 위치하지 못하는 중간적 존재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반어'인 이들을 식용 가능한 식재료범주로 넣는다. 동시에 인어는 그 아름다운 '반인'의 모습 때문에 소장품으로 취급되고 박제된다. 이보름이 만든 '인어가 사는 세계'란 종적으로 이중적인 존재가 이중적으로 소용 가치를 갖는 세계인 것이다. 이보름은 이 식재료의 유통과 보관, 미식의 방법, 소장품의 박제 방식, 그로 인한 사회적 증상 등의 이야기를 세밀한 펜화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작가는 펜화로 인어를 그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인어의 형상을 재현하고 상반신과 꼬리 사이에 먹을 수 있는 회를 준비하여『인어시식회』를 개최한다. 이것은'인어가 사는 세계'라는 가상을 현실 세계와 뒤섞기 위한시도이며, 인어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 분명한 위치를 갖지 않는 존재들이 어떠한 처지에 놓이는지에 대한 잔인한 우화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지현_이상한 이상_석고_가변설치_2017

이지현은 현존하는 종의 기원과 분류, 새로운 종의 탄생 등 종種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식물진화」(2016)는 독립영양을 하지 않아 더는 식물이라고 할 수 없어진 '진화된 식물'을 선보여 생물분류에 대한 질문과 새로운 가능성을 던진 작품이었다. 종에 대한 이러한 관심 중 이지현이 특히 열중하는 것은 다른 종들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인간' 종이다. 이미 이지현은 「Random body」(2016)에서 데우칼리온과 퓌라의 신화를 빌려와 비정형적인 석고 덩어리로 추상화된 인간을 떠내려고 시도한 바 있다. 이번 신작 「이상한이상」에서 작가는 다시금 석고로 인간을 떠내고자 하는데, 전작과 달리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나지만 신체들이 표준적인 위치에서 이탈한 비틀린 형태가 된다. 변종적인, 이상한, 인간 아닌 이 석고상은 높은 단상 위에 올려져 새로운 우상이 되려 한다. ■

경로이탈 Off the Course展_4LOG Art Space_2017

* 『포스트 휴먼』(로지 브라이도티, 2015)에서 사례로 나온 뉴스 일부를 발췌하였고, 'oo-되기', 동물-되기, 지구-되기, 기계-되기는 브라이도티의 용어를 참고함.

Vol.20170331g | 경로이탈 Off the Cours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