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맥락 Underlying Contexts: Undisclosed yet intertwined

강석호展 / KANGSUKHO / 姜錫昊 / photography.sculpture   2017_0406 ▶︎ 2017_0526 / 일,공휴일 휴관

강석호_백자잔(중국-광저우)_세라믹, 래커, 금, 코튼지에 색연필, 아크릴채색_ 34.8×27.3cm, 2.5×4.7×4.7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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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406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드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삼성로 739(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0)2.546.0853 www.salondeh.com

정말 사소한 일에서 흥미로운 생각은 출발한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대상이나 사건이 연결된다. 우연히 일어난 사건은 흥미로워지는 순간부터 필연적인 사물이 될 때까지 분석되고 전개되어 다듬어진다. 사물이나 사건이 흥미롭게 다가오기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내밀한 맥락"이라는 주제로 보여주는 두 가지 프로젝트도 우연한 순간의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강석호_청자잔(중국)_세라믹, 래커, 금, 코튼지에 아크릴채색_ 34.8×27.3cm, 3.4×6.9×6.9cm_2017

2011년부터 시작된 「Trans-Society Project」는 흰개미라는 생물학적 사회를 책에 이접시켜 책을 갉아먹으면서 길을 내고 집을 짓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세상, 작은 문명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책은 흰개미 사회가 지어지는 만큼 지워진다. 이러한 과정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된다. 인간은 현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문명을 구성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이 아무리 견고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문명들처럼 흔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망각하고 있다. 현재의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의해서 지워나가는 과정은 흡사 현재 문명의 미래에 모습처럼 보인다. 세상에 영원 불변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과거는 완전히 지워져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현재의 정보가 아슬아슬하게 지워지면서도 남겨지는 문자와 이미지에서 문명의 흔적을 여전히 읽어낼 수 있다. 완벽한 소멸과 어떠한 주변의 영향 없이 이루어지는 탄생은 불가능하다. 시간과 공간 개념에서 파악되는 모든 존재와 사건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놓여있음을 프로젝트를 통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강석호_Trans-Society #17-6_코튼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프린트_72.7×55.2cm_2014
강석호_Trans-Society #17-9_코튼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프린트_53×41cm_2015
강석호_Trans-Society #30_코튼 래그 페이퍼에 피그먼트 프린트_162.2×124.4cm_2015
강석호_Trans-Society #4(Book)_책, 플렉시글라스,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 자석_42×41.3×31cm_2015
강석호_Trans-Society #15(Book)_책, 플렉시글라스,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_38.9×42.4×42.4cm_2014

「Revive Project-Pot Series」는 「Trans-Society Project」와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된다. 산책 중에 우연히 발견된 도자기 파편은 최초 만들어졌을 때에 비하면 작은 정보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수집한 '사금파리' 중 어떤 것들은 유난히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 같은 존재처럼 보인다. 도자기 전체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만들어진 나라 또는 지역과 시대까지 읽어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오랜 세월을 흙 속에서 풍화작용을 이겨내고, 흙과 불을 다룬 신묘한 사기장의 솜씨가 파편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을 때이다. 그럴 때면 "눈앞의 사금파리가 완전한 상태의 도자기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쉬움 가득한 상상을 해 본다. 적게는 1~2% 밖에 안 되는 정보가 갖는 흥미로움을 분석하여 고증과 상상력으로 온전한 상태를 추적해나간다. 과거로의 추적 과정에는 그 도자기와 연결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수집하여 살펴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드로잉과 회화 그리고 '사금파리'를 포함한 상태로 최초의 모양과 유사하게 복원된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이때 복원은 일본에서 깨진 도자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인 'Kintsukuroi'를 응용하여 옻칠 위에 금이나 은으로 마감을 하였다. 복원된 도자기는 프로젝트 명처럼 사용이 가능한 기능성을 포함하여 되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주운 도자기 파편을 활용한 작품 외에 깨어져서 사용하지 못하게 된 도자기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복원한 작품들은 그 도자기에 담긴 의미를 농축해서 풀어내는 회화 작업을 같이 진행하였다.

강석호_청화백자 접시(일본-도쿄)_코튼지에 연필, 파스텔_150×150cm_2017
강석호_청화백자 접시(일본-도쿄)_세라믹, 래커, 은_1×7.4×7.4cm_2017

「Trans-Society Project」가 미래를 현재로 끌어당겨 과거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Revive Project-Pot Series」는 과거를 현재로 끌어당겨 미래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건이나 사물이 갖고 있는 현재의 의미, 그 속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과거 그리고 미래로의 연결은 내밀하게 엮여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내밀하게 엮여있는 맥락을 추적하는 과정이 작품의 제작 과정이다. 그런데 동영상을 제외한 조형작품은 한 순간에 감상되어 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우선순위 없이 동시에 다가온다. 아무리 긴 설명으로도 전달하기 힘든 내용을 한 순간 보는 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작품은 지워져 가는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파악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밀려드는 현재가 함축되어서 명확해지는 한 순간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다. (2017. 3) ■ 강석호

Vol.20170406i | 강석호展 / KANGSUKHO / 姜錫昊 / photography.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