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y road

이호욱展 / LEEHOWOOK / 李鎬旭 / painting   2017_0407 ▶ 2017_0413

이호욱_등산1_장지에 수묵분색_190×260cm_201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0316b | 이호욱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춘천시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8:00pm 4월10일,11일_12:00pm~06:00pm / 13일_12:00pm~03:00pm

갤러리 아르숲 GALLERY ARTSOUP 강원도 춘천시 효자2동 효석로9번길 13(305-18번지) Tel. +82.(0)33.262.1360 artsoup.cccf.or.kr

일상日常과 전조前兆1 인간의 운명과 세상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은유하듯 푸른 하늘에 빛들이 가득하다. 파란 하늘과 구름과 빛의 균열, 푸른 색조 사이사이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불규칙하게 희고 밝은 빛들은 흑백의 사진이미지와 병치된다. 이호욱의 작업은 반복해서 두 차원의 이미지, 두 개의 세계, 두 힘이 병치되고 충돌한다. 흑백의 시각이미지는 자본주의와 역사, 사회현실과 정치적 이념들, 지나가버린 또는 현재도 우리가 지나가고 있는 한국 근현대의 풍경을 상기시킨다. 세상의 격변을 알리는 하늘의 전조를 배경으로.

이호욱_오솔길3_장지에 수묵분색_130×192cm_2017

이호욱 작가의 이미지에는 개인의 일상이나 서정적 풍경이 보이지만, 초기에는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나가 근대 이전의 궁이나 절과 같은 유적을 배경으로 찍은 단체사진의 이미지(단체초상화를 보면 전통적으로 미술사에서는 네덜란드, 북유럽의 단체초상화를 떠올릴 수 있다. 과거 귀족이나 왕족들이 화공에게 주문했던 일개 인물화가 아니라 17~8세기 초기 자본주의를 겪으면서 초기 네덜란드나 덴마크 북유럽의 부르주아들로 형성된 그들의 계급성, 그리고 이데올로기가 반영되는 단체 초상화의 전통이 있다. 단체 초상화를 대표하는 화가로는 초상화와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렘브란트를 들 수 있다. 렘브란트의 그 야경(夜警, De Nachtwach)은 유럽의 종교개혁이후 스페인의 구교도와 네델란드의 신교도들 간의 전쟁 때 경비를 서는 시민군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시민들은 다 상공인들이고 부르주아 계급을 대표한다. 야경은 근대서구의 역사에서 주도적인 주체로 성장하는 초기자본가들, 상공인들의 의식을 읽을 수 있다.)가 반복되었다. 20세기 한국의 근현대 과정의 여러 가지 사건, 정치적, 혹은 역사적 사건, 기록, 그리고 그 다음에 그것을 또 살아나가는 이들은 민족과 민중과 군중과 대중 등의 관념적 표상들로 확장되며 평균적인 한국인의 삶의 경험을 투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대 교육제도와 관료제도 등을 읽을 수 있는 흑백의 단체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이나 요절한 미술가 오 윤을 오마주하는 작업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근래 들어 점차 개인의 문제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호욱_동산길_장지에 수묵분색_130×97cm_2017

우리나라의 단체 초상이라는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계속된 고정적인 이미지의 인상이 짙은데 예를 들어 관리들, 그리고 군인들,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은행원들. 이런 이들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찍는 사진들, 개막식이라든가, 아니면 단체 야유회라든가 소풍을 가면 늘 있는 단체행사 때 꼭 찍는다. 또 학교 졸업생들, 또는 수학여행 때 찍는 사진들을 비롯해서, 그리고 유투브의 동영상에 가끔씩 등장하는 6~70년대 수학여행 때의 단체사진들을 보면 기네스북에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초현실적으로 몇 백 명, 몇 천 명이 층하와 위계를 나누어 찍혀 있는 기념사진들도 많다. 그런 이미지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욕망 등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호욱 작가가 그리는 대상이 그런 단체사진에서 개별적인 소그룹이나 소수의 인물들로 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 대가족, 또는 집단주의 사회에서 개별적인 관계로 가고 있는, 개인이 중요해지고 또 대가족 자체가 해체가 되는 그런 과정들. 이런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적인 변화, 작가가 의도했던 안했던 간에 이런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이호욱_등산2_장지에 수묵분색_190×260cm_2017

작가는 정치, 경제, 역사의 중력 사이에서 평범한 일상은 레저와 스포츠를 섞어낸다. 상품경제와 호응하는 평범과 일상과, 일상의 담론의 힘은 복잡한 경로와 다양성을 통해 융합하며 상호 통제되지 않는다. 자본과 시장의 욕망이 일상에 얼마나 침투되어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 흑백의 사람들은 중대한 사건의 기록을 닮고 있으나 결국은 하루하루의 평범한 사건과 관계를 증언한다. 한편 작가의 이미지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그것을 반영하는 의식의 변화를 풍경으로 독해할 수 있다. 일상의 풍경은 20세기의 등산에서 21세기의 트레킹으로 변한다. 작가의 검은 이미지는 둘레 길을 걷는 일상의 변화를 담기 시작한다. 검은 숲과 나무 사이로 두 세 명의 인물이 산과 언덕의 허리를 걷고 있다. 산의 정상을 오르는 등산과 산의 허리를 도는 트레킹은 다르다. 그들이 몸으로 경험하는 것만큼 눈으로 보는 풍경은 다른 시각과 스펙트럼으로 구성된다. 단기간의 정상과 목표가 아닌 지루하고 반복되지만 일상의 평범을 극복하려는 시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생각과 행위의 변화와 그 '내면화'가 재현된다.

이호욱_그늘_장지에 수묵분색_130×192cm_2017
이호욱_내리막길_장지에 수묵분색_130×192cm_2017

2 이호욱 작가는 이미지를 전통적인 회화의 형식을 갖고 종합적으로 다룬다. 회화와 사진과 판화, 정치경제와 사회현실과 역사, 뉴스와 기록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종합적으로 컨텍스트를 구성한다. 미술의 안과 밖의 사이, 아카데믹한 강단미술사의 경계에 서있는 컨텍스트이다.

이호욱_오솔길4_장지에 수묵분색_192×130cm_2017

이호욱 작가의 일련의 작업은 작가 개인의 체험과 관련된 감각과 경험, 사건과 이야기들에는 변함없는 구성의 형식, 어떤 중심축이 있다. 작가는 이미지를 배치하고 중첩하고 병치한다. 그의 이미지는 시기별로 조금씩 확장되거나 변화되는 이야기와 다양한 시각을 담으려 한다. 사회과학의 리서치, 다큐멘터리나 기록물로서 기능하는 사진이미지와 기념비가 되고 역사화되는 것들, 현재 존재하지 않는 얼굴과 시간들,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는 것들, 그런 해석의 복잡한 층위 같은 것들이 컨텍스트가 된다. 한편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한국화에서는 좀 이례적인 경우인데 하늘이란 대상이 구겨지고 어떤 질료적인 이미지로 변화되어 있는 것을 지속한다. 하늘과 여백의 인식적 경계가 사라진다. 푸르고 하얀 것은 하늘이고 여백이고 거대하지만 어떤 막연한 관념이다. 검은 것은 사람과 나무와 숲과 사물들이다. 구별이 없다.

이호욱_그늘4_장지에 수묵분색_122×130cm_2017

틈이나 균열로 보이는 하늘의 구겨짐, 구겨진 흔적들이 깊은 문신처럼 남아있는 하늘을 보고 떠올리는 관념들은 저마다 다르다. 검은 이미지는 흑백 사진이미지와 중첩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검은 먹으로 찍어낸 목판화의 이미지도 떠올린다. 먹으로 표현된 검은 이미지와 구겨진 파란 이미지가 이호욱의 작업을 특징한다. 이 두 가지가 이호욱 작가의 이미지의 전형성을 이룬다. 그 구김은 우연적인 형태로 변화를 보이고 있고 그림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그 기록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먹으로 표현된 한국 근대의 풍경을 재현한다.

이호욱_하교길_장지에 수묵분색_192×130cm_2017

이미지는 정적인 상태에서 동적인 상태로 이동한다. 그런데 그런 변화의 과정은 작가의 성장과 변화와 대응하며 자연스럽다. 작업의 과정에서 변모하는 조형적인 형태와 효과,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간다. 전통적으로 동양화에서 외경(外境)은 풍경화는 아니다. 전통적인 산수화는 원래 가상현실처럼 그 속에 들어가 하나가 되는 체험을 전제한다. 젊은 시절에는 자연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일치하는 경험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두루마리로 말아 보관하던 수묵화를 펼치며 의사체험을 한다. 산수화는 미디어의 종류나 그 기술 수준과는 상관없이 감상자나 제작자의 상상력에 기반한다. 미디어기술은 그것을 위한 하나의 계기나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그것은 현재의 보이지 않는 차원. 현재에 부재하는 과거나 미래의 사건을 제공한다. 현재에는 보이지 않는 차원이지만 곧 현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작업이다. 이미지는 이것에 봉사한다.

이호욱_자전거길1_장지에 수묵분색_97×130cm_2017

보이지 않는 차원과 같은 현존하지 않는 부재에 관한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현재성과 현재의 존재를 강화한다. 부재와 실재의 긴장을 지속한다. 그런 역설적인 기능들을 활용해 작가는 의해 반복되며 시각이미지가 갖고 있는 독특한 작동의 방식, 감상의 방식, 이해의 방식들이 재현한다. 이호욱 작가의 이미지에는 보이는 차원과 보이지 않는 차원, 역사화 단계에 들어선 현실과 역사화의 밖으로 망각되어 버리는 것들이 혼재하며 삼투한다. 현실, 일상과 비일상의 혼재가 자연스럽게 종합된다. 사진보다는 회화의 역사가 비교할 수 없이 오래되었지만 단기간에 무한 복제하며 확산하는 공간적 반복과 확장으로 인해 불과 100여년 만에 사진이미지는 회화이미지와 대등하거나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작가는 사진이미지와 회화이미지 사이의 경계에서 진동하며 긴장을 유지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사진과 회화간의 우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서로 다른 역사와 특성을 유지하며 두 시각문화의 특수성이 교집합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20세기 들어 발전한 예술사회학과 예술 심리학 등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와 같은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층위들이 전통적인 예술 외부의 영역에서 예술의 근본적인 중심으로 진입하며 변화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호욱 작가의 이미지의 의미나 가치가 위상학적으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 김노암

Vol.20170407a | 이호욱展 / LEEHOWOOK / 李鎬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