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장군 : 그룹 '탈반'을 기억하며

강준영展 / KANGJUNYOUNG / 姜俊榮 / installation   2017_0418 ▶ 2017_0513 / 월,일,공휴일 휴관

강준영_우리가 선택한 기록이 사랑이 될 무렵-똥장군_도자기_70x50x5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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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418_화요일_06:00pm

주최 / 재단법인 일심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일,공휴일 휴관

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Tel. +82.(0)2.333.0022 cr-collective.co.kr

똥장군 : 그룹 '탈반'을 기억하며 ● 이번 전시, '똥장군 : 그룹 탈반을 기억하며'에서 강준영은 가장 낮은 곳에 소외되었던 똥 장군을 특정계급의 전유물처럼 여겨온 백자의 형태로 새롭게 제작한 백자 똥 장군remixed pot 시리즈를 선보인다. 똥 장군은 서민들이 논밭에 거름으로 줄 인분을 옮기기 위해 사용했던 나무나 도기로 만든 그릇으로 원형몸통 중앙에 주둥이가 튀어나온 기이한 형태를 띤다. 이러한 그릇은 산업화로 인해 지금은 필요치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 사라진 농민의 도구로서 작가에 의해 금색백자의 작품형태로 전환되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시대 의식과 사회문화의 문맥들을 드러낸다. 이러한 똥 장군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80년대 대학 민주화운동문화를 주도한 탈반의 활약상과 전태일 추모영상을 접하고 나서이다. 작가는 세계적으로 70~80년대 화려하고 풍성했던 대중문화 속에서 한국적 상황이라는 조금은 다른 환경조건, 조금은 다른 길들을 모색했던 탈반의 정치적, 예술적 활동 속에서 묵직한 울림을 발견하였다.

강준영_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 O or X_도자기, 금 광택제_41×33×33cm_2016 강준영_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O or X_도자기, 금 광택제_37×30×30cm_2016

사실 10년 전 강준영은 마이클잭슨Michael Jackson과 바스키아Jean M Basquiat를 사랑하는 힙합마니아였다. 힙합 전곡을 댄스와 함께 소화하는 그의 모습은 소위 "전사"였다. "Wow, I, love, hip hop" 등을 포함한 영어문구와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하트와 꽃 이미지가 그의 페인팅과 도자작품을 가득 채워졌다. 작품에는 모든 것이 장밋빛 희망으로 물들었고 80년대를 풍미한 음악과 미술의 자유로운 다이내미즘에는 대중문화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드러났다. 그의 선천적으로 긍정적이고 풍부한 감수성과 활동력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낙서로, 다양한 매체사용으로, 감각적인 색채와 의식적 흐름의 상징들로 표현되었다. 그의 작품은 실제 아름다운 나날들의 기록물이었다.

강준영_당신과,나를 위한 드로잉 series_종이에 유채, 먹_78×54cm_2017

의지하던 아버지의 따뜻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들어가면서 강준영은 세상을 달리보기 시작했다. 환경이 변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80년대 문화아이콘의 화려한 삶 이면의 불행한 행적과 죽음이 눈에 들어오게 됐으리라. 그의 시선이 다다르는 곳에는 이전에 보거나 느끼지 못했던 불가항력적인 기억, 피치 못할 선택이라는 조건과 절심함이라는 감정이 뒤섞였다. 단순했던 삶의 O&X 게임에서 O도 아니고 X도 아닌, O가 X이고 X가 O가 되는, O&X가 Y&Z가 되는 상황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 O&X 시리즈는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사고의 확장과 함께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반영한다.

강준영_당신과,나를 위한 드로잉 series_종이에 유채, 먹_78×54cm_2017

또한 작가는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면서 그의 장인-장모가 대학동아리, 탈반을 통해 활동하였던 사실을 알게 된다. 탈반은 선인의 한 맺힌 몸짓과 해학을 배우는 장(場)인 동시에 당시 젊은이들의 민주화운동의 실험적 토대가 되었다. 이들은 왜 이러한 문화를 선택하고 공유해야만 했는지, 이들이 공유한 믿음은 어디에 기초했는지, 지금은 왜 우리의 뇌리에서 급속도로 빠르게 잊혔는지 그 시대를 공유한 이들은 생생하게 이를 기억하지만, 후대세대들은 알기 어렵다. 이들의 활동은 최근 광화문 촛불시위가 페스티벌이 된 마당놀이문화의 효시일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서서히 잊혀 개인의 추억 속에 자리한 일종의 사건과 과거현상으로 남아있다.

강준영_당신과,나를 위한 드로잉 series_종이에 유채, 먹_78×54cm_2017

강준영의 장인은 실제 전태일추모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95년 개봉)'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팩트는 작가에게 충격과 함께 반가운 감정을 심어 주었다. 이 탈반의 문맥은 그가 최근 제작하고 있는 똥 장군의 발견과 의미화 할 수 있도록 인식의 확장에 토대가 되었다. 똥 장군이라는 타자화 된 그릇, 이것은 '잘 살아보세' 운동 이후 산업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똥 장군의 사회적 문맥이었다. 인간이 더럽게 여기는 '똥'을 담는 가장 인간적인 그릇이면서 서민이 사용하던 가장 하찮은 그릇, 똥 장군을 의도적으로 특정계층이 사용하던 백자장군처럼 제작하여 키치kitsch의 클리셰cliché인 금칠로 뒤덮은 작품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지금은 사라진 똥 장군의 상실된 기능과 의미를 더하여 마치 예술성을 담보하는 목적 없는 목적성을 드러내기까지 하는 듯하다. 강준영은 키치의 본질에 의문을 더하고 팝아트와 신표현주의로 이어지는 서구적 미술사의 클리셰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화려한 금색 똥 장군이 가진 내연의 키치함과 동시에 외연의 투박함, 기이한 구멍의 형태를 외적 성장으로 일관해온 우리사회의 부조화와 대치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이번 전시가 똥 장군과 탈반의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다양한 동시대 미술의 언어를 생산함과 함께 70~80년대 한국 내 문화의 이면을 발견하고 다양한 시대적 의미를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오세원

Vol.20170418b | 강준영展 / KANGJUNYOUNG / 姜俊榮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