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me Home, Country Road

강지만展 / KANGJIMAN / 姜智晩 / painting   2017_0419 ▶ 2017_0506 / 일,공휴일 휴관

강지만_바람과 함께..._장지에 돌가루, 분채_75×120.4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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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2:00pm~05:00pm / 일,공휴일 휴관

2448 문파인아츠 2448 MOON Fine Arts 서울 강남구 논현로24길 48 Tel. +82.(0)2.554.6106~8 2448artspace.com

일상에서 눈 뜨고 꾸는 꿈 ● 강지만은 강원도 문막 후용2리에서 산다. 살림집 지척에 작업실이 있다. 2층 건물의 윗 층에 작업실이 있고 아래층은 마을 노인회관이다. 건물 바로 앞에는 수령이 몇 백 년은 족히 돼 보이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여름엔 나무 그늘이 무척 넓고 깊을 것이다. 시골마을 고유의 운치가 가득한 곳이다. 이곳 문막에 들어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작가는 담담히 자신의 일상을, 주변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관조하듯이 그리고 있다. 그림 그리는 일은 대상을 잠시 떼어내고, 자기 마음에 달라붙은 것들을 짐짓 뒤로 물리는 일이고 그 사이를 벌리는 일이자 여백 같은 틈을 만드는 행위이다. 일종의 성찰이라면 성찰이고 되새김이나 기억의 반추내지는 지난 시간의 기록, 사라진 것들을 호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모두 지나간 시간을 역류하는 일이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이미 지난 시간, 오지 않은 시간, 현재의 시간이 중층적으로 포개어져서 복잡하게 전개된다. 수시로 현재의 시간에 기억과 경험의 시간들이 접속되고 간섭하고 해찰한다. 그러니 삶은 이런 시간 속에서 전개되고 파생된다. 작가의 근작은 강원도 문막 후용2리에서 살면서 자기가 처한 주변 환경에 매혹되어 자기를 주변에 동화해버린 결과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일상을, 그 일상이 전개되는 장소를 적극적인 유토피아로 삼아버리는 시도이기도 하다.

강지만_coming home_장지에 돌가루, 분채_55.5×102cm_2017

강지만의 그림은 시골 생활에서 겪는 여러 상황들, 그리고 그곳에서 관찰한 것들에 자신의 환상, 꿈 등을 슬쩍 포개어 놓았다.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동선에서 잡힌 풍경이자 그 안에 작가가 부풀려낸 환상이거나 소박한 소망이의 이미지다. 전원에서 보내는 한적하고 호젓한 생활의 편린이 감촉되는 그림은 정겹고 따뜻하다. 마당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여유 있는 오후의 시간이거나 논둑길을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거니는 장면 혹은 어두운 시골길에 손전등에 의지해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가 하면 해바라기가 가득 핀 마당에서 강아지를 목욕시키는 장면, 적막한 한 낮의 시간에 할머니와 스치며 지나치는 풍경, 부인과 함께 자신이 기르는 개, 고양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해 어디론가 여행을 가거나 거친 바람을 맞으며 스쿠터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 등이 그가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마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 혹은 삽화처럼 그려진 이 그림은 작가만의 독특한 캐릭터, 유머, 이야기 등을 풍성하게 드리우고 있다.

강지만_8월과 오미자_장지에 돌가루, 분채_105×75.1cm_2017

무엇보다도 얼굴을 몸에 비해 과도하게 크게 설정해 그리고 그 안에 풍부하고 재미있는 표정을 얹혀놓았으며 상대적으로 작은 손과 발이 보여주는 특별한 동작 등이 그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실세계의 예민한 관찰로부터 파생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심성 속에서 필터링 돼 새로운 주인공의 형상을 빌어 다시 출현하고 재구성된다. 지난 과거의 시간을 호출하고 그 이미지를 각색해 또 다른 세계를 가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시간의 상황들이 다시 재구성되고 고정된 이미지를 통해 영원히 봉인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자 사라진 순간의 추억, 기억이 매력적인 이미지로 응고되었다.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우발적인 사건 속에서 삶을 지속하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그 하루하루가 생의 지도를 그린다. 작가는 자신의 하루, 일상의 어느 한 장면을 대상으로 해 그것을 모종의 감성적인 '씬'으로 제작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양 보여준다. 자기 삶에서 본 것들을 채집/수집하고 그것을 기억, 분류한 후 그것을 이상적인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한다. 결국 작가의 그림은 자기 몸 밖의 사태/사건에 대한 끊임없는 반응과 감응의 이미지화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도 있다.

강지만_언덕에서..._장지에 돌가루, 분채_120.4×75cm_2017

삼합 장지의 표면에 돌가루를 이용해 거칠고 견고한 바탕을 만들었다. 그래서 화면/피부는 촉각적으로 일어서있다. 작가는 견고하고 두툼한 질감을 지닌 바탕 면을 구축하고 싶어서 돌가루 입자를 균질하게 화면에 도포하였고 그 위에 분채를 올려 그렸으며 붓질을 촘촘히, 붓촉의 결/신체성을 그대로 하나씩 살려서 궤적을 남기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비록 모필 만이 보여주는 선의 맛, 그 필의 궤적이 홍건하게 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색화임에도 불구하고 붓의 맛, 붓의 결이 '까슬까슬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마치 화면에 스크래치를 일으켜 만든 흔적처럼 선들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는 그림이다. 채색화에서 선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모색 같기도 하다. 이는 그저 색을 칠한다기보다는 마치 드로잉을 하듯, 붓을 계속해서 움직여나가 그 단속적인, 짧게 끊어지는 선으로 색 면을 채워나가는 기법이기도 하다. 그로인해 색과 선이 동시에 공존하는 형국이 되었다. 아울러 저 하나하나 살아나는 선은 대상을 재현하거나 묘사, 지시하기 보다는 대상 안에서 모종의 감정을 은밀하게 불러일으키는 신호처럼 자리하고 있다. 보는 이의 시선을 마구 건드려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민한 선들이 직립하고 뒤척이고 흐느끼듯이 촘촘하게 놓이다보니 그 선이 바라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자꾸 문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나로서는 다만 그 선의 맛이 전체적으로 균질하게 펼쳐지기 보다는 대상에 따라 다른 맛도 보여주고, 표면의 질감효과 역시 일률적이 보다는 보다 '회화적'으로 풍성하게 전개되고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강지만_Drive_장지에 돌가루, 분채_75×120cm_2017
강지만_산책길_장지에 돌가루, 분채_91×116.9cm_2016

보르헤스가 말하듯 예술은 하나의 인공적인 꿈이다. 그것은 '눈을 뜨고도 꾸는 꿈'이기도 하다. 작가는 주어진 현실계에서 행복한 어느 한 순간을 간절히 추억하고, 기억하고 이를 채집해 화면위로 호명한다. 그러자 지난 시간의 한 순간이 새로운 몸을 빌려 환생한다. 그곳에는 소멸된 시간이 불멸하고 지난 시간이 다시 역류하여 흐른다. 다시 그 시간은 유머와 해학성으로 단장하고 현실의 고단함과 온갖 근심을 망실시키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동화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찰나적인 어느 순간을 영원히 응고시키며 나앉아 있다. 격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이처럼 지난 시간을 하나의 결정적인 이미지로 일으켜 세워 시간에 저항해왔다. 동시에 작가는 단지 지난 시간을 박제화하기보다는 지난 시간에 개입해 또 다른 상황을 덧입히면서 시간의 흐름, 기억의 흐름을 역류시키는 모색도 시도하고 있어 보인다. 바로 그 점이 향후 작업에 있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지점이 될 것 같다. ■ 박영택

Vol.20170419a | 강지만展 / KANGJIMAN / 姜智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