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Art, 놀이하는 미술

김용관_김희선_문준용_에브리웨어_위영일_최성록展   2017_0420 ▶ 2017_0702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7_042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Tel. +82.(0)54.250.6000 www.poma.kr

2017년 새봄을 맞아 포항시립미술관은 '놀이'를 주제로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Play Art, 놀이하는 미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총체적인 경험으로서 놀이와 미술이 서로 공감하며 다양한 맥락과 형식으로 시각화 되는 현장을 펼쳐보이고자 한다. 이는 놀이 행위가 지닌 유희적 가치뿐만 아니라 몰입과 자유의 순간 그리고 창조성과 사회성에도 주목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놀이가 그 어느 때보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행위임을 인식하고 관람객에게 작은 축제와 같은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 놀이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우리는 놀이와 아이들의 행복을 연결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놀이의 참여자가 어른일 경우 놀이를 부정적인 행위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주의사회 구조 속에서 보았을 때, 놀이는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과 달리 비생산적이고 비경제적이며 현실도피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대상이 누구이든 놀이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긍정적 측면을 잘 알고 있다. '놀이'는 순수하게 '하다'라는 행위 자체가 본질이 되는 '자기 목적적 행위' 로서 현실이탈의 즐거움과 함께 몰입과 자유를 경험하게 한다. 놀이의 현실이탈 방식은 일종의 경쾌함 즉 현실의 세계에서 짊어져야하는 '무게'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세계는 놀이의 리듬과 하모니를 가지며, 새로운 세계의 창조와 해체의 연속이 가능한 무한히 열려진 세계이다. 때문에 놀이가 아무리 진지하더라도 놀이하는 자의 마음은 가벼우며 즐겁고 명랑하다.

Play Art, 놀이하는 미술展_포항시립미술관_2017
Play Art, 놀이하는 미술展_포항시립미술관_2017
Play Art, 놀이하는 미술展_포항시립미술관_2017

이러한 놀이는 미술과 공통된 성격을 가지는데, 우리는 미술 행위나 작품에서 놀이적 요소를 상당 부분 발견할 수 있다. 미술을 창작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놀이 정신이 깃들게 되며, 놀이의 과정 또한 예술가가 창조과정에서 누리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 놀이는 자체적으로 질서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아름다워지려는 경향을 내포함으로써 미학의 한 부분이 된다. 우리가 놀이의 요소들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긴장, 균형, 대비, 변화, 해결과 같은 용어들은 아름다움을 설명하려는 용어들과 상당히 중복된다. ● 그리하여 놀이 행위와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우리에게 정신적인 휴식의 시간을 선물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앞서 놀이는 현실의 세계와 분리시켜 일상의 중압감을 벗고, 행위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고 하였다. 전시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미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각적 만족감을 느끼며, 현실의 고정관념을 깨고 삶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놀이와 미술을 통해 현실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현실에서 알지 못한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놀이와 미술은 어느 것에도 갇혀지지 않은 자유로운 것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지금까지 인류가 그러했듯이 놀이를 통해 삶을 이겨내고, 문화를 만들고 예술로 이어져 우리는 여전히 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놀이와 미술이 상호 공통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 「Play Art, 놀이하는 미술」은 평면,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하고 있는 6인의 작가가 참여하여, 놀이와 미술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전시는 놀이와 미술의 상관관계에서 변화하는 사회, 신체, 사고를 인지한 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놀이에서 조형성과 철학적 의미를 발견하고, 놀이의 형식을 빌려 예술작품으로 발현하며, 진화하는 놀이행위를 통해 변화하는 사회를 인식하고 있다. 전시를 통해 이같이 시각화된 놀이를 감상하고, 미술로 놀이함으로써 몰입과 유희의 시간이자 잠시나마 현실의 짐을 내려놓는 가벼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용관_푸토 PUTTO_레고를 비롯한 여러 블럭 장난감_가변크기_2016

김용관은 주로 과학과 수학적 사고 체계를 응용한 평면, 입체, 설치 및 디자인 생산물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의 조형작업을 전개해 왔다. 때문에 작가는 모듈, 패턴, 테셀레이션(tessellation), 퍼즐, 블록과 같은 개념에 주목하며 작업에 앞서 그것들을 구상하고, 만들고, 가지고 노는 시간을 갖는다. 실제로 그의 주요 작품은 이러한 놀이의 과정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으며, 이번에 전시된 「PUTTO」(2016)역시 그러하다. 제목 'PUTTO'는 라틴어로 '레고(Lego)'의 의미인 'Put Together(함께 짓다, 함께 조립하다)'의 약어(略語)이다. 작품은 작가의 아들이 3가지 이상의 다양한 블록(레고 블록, 작가가 디자인한 블록, 또 다른 블록)을 가지고 노는 방식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는 아이의 '놀이' 방식에서 새로운 세계의 구축과 창조, 파괴 그리고 다시 창조됨을 느끼게 된다. 하나의 모듈을 기반으로 생산되고 작동되는 블록들은 나름의 규칙과 균형을 이루며 다른 세계를 구축해내는 것을 보여 준다. 여기에 더해져 하나 이상의 레고들이 결합되는 김용관의 작품은 기존의 세계인 하나의 블록에 다른 세계인 또 다른 블록이 결합되면서 예상치 못한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이러한 놀이의 과정은 자유로운 행위가 되며, 자유 그 자체가 된다.

위영일_트라이앵글 팝 Triangle-pop_패널에 아크릴채색, 실크스크린_78×90cm×6_2014~5

위영일은 주사위 놀이를 통한 우연의 지시를 따르며 회화를 완성해 나가는 일명 알레아토릭 페인팅 프로젝트(Aleatorik Painting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알레아토릭 페인팅은 일종의 설정적 회화로, 미술사를 배경으로 '주제-프레임-스타일-배경-중간 레이어-탑 레이어' 이렇게 수평적으로 6가지를 분류하고, 수직적으로 6가지로 나눈 매뉴얼을 바탕으로 한다. 작업 과정은 6번의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매뉴얼의 지시에 따라 회화 작품을 완성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총 7,776개의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 작업은 이렇게 설정된 게임의 매뉴얼과 규칙을 따르지만 그 과정의 우연성과 즉흥성에 의해 7,776개 보다 더 많은 새로운 작품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왜냐하면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지시가 동일한 경우의 수가 나오더라도 그때마다 작가의 해석과 생각, 느낌에 따르기 때문에 똑같은 작품이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서 '예술이란 기존의 체계와는 다른 설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위영일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품이 미술사적 기준으로 규정되고 분류되는 것을 거부하며, 미술사에서 회화에 대해 규정해왔고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주사위 놀이'라는 우연성을 빌어 총체적인 회의(懷疑)적 시도를 하고 있다.

문준용_마쿠로 쿠로스케 테이블 Makkuro Kurosuke Table_ 프로젝터, 컴퓨터, 백열등, 카메라, 맞춤 컴퓨터 프로그램_95.2×82×122cm_2011(2016 ver.)

문준용은 참여자의 동작 인식에 기반을 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interactive media art)를 주로 다룬다. 「확장된 그림자」(2010)는 테이블 위에 놓인 큐브들을 중심으로 집과 사람, 나무, 새 등의 그림자 아이콘들이 테이블 화면에서 움직이며 고요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관람객이 이 큐브를 테이블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 그에 따라 그림자 아이콘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도록 되어있다. 하얀 큐브를 중심으로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이 결정되면, 나머지 큐브들의 움직임에 따라 아이콘들이 다양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마쿠로 쿠로스케 테이블」(2011)은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숯검정 모양의 먼지 괴물인 마쿠로 쿠로스케와 주인공 소녀의 인터랙션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이 둘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관찰 그리고 공존하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을 관람객과 작품의 관계로 설정하여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비밀스러운 숲속이 그려진 테이블 화면 위에 신체나 물건 등을 이용해 그림자를 만들면, 숲 속에 흩어져있던 빛을 가진 마쿠로 쿠로스케들이 그림자 밑으로 모이도록 되어있다. 이처럼 문준용의 작업은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연결하며, 작품과 놀이하고 교감함으로써 시각인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상상을 유도한다.

에브리웨어_토이 라이드 Toy ride_7레고, 컨베이어, 컴퓨터, 모니터, 카메라_70×150×50cm_2016

에브리웨어(Everyware)는 작품과 관람객의 관계를 고민하며 다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진행하고 있는 부부작가 방현우와 허윤실로 결성된 작가 그룹이다. 이들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누구나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analog)적이고 감각적인 접근이 가능한 의도적으로 단순화된 설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작업은 일정한 주제에 따른 결과물의 도출이 아닌, 유희적인 태도로 접근하며 상황에 따라 즐기면서 진행된다. 레고로 만든 자동차 「토이 라이드(Toy Ride)」(2016)는 어린이 관람객이 보다 친근하고 쉽게 작품과 소통하며 놀이할 수 있도록 에브리웨어가 특별히 고안한 것이다. 매체의 선택은 미디어 기술이 날로 발전해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누구나 친근하게 작업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작품은 실제와 같은 '가상'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에서 '잠시 쉬어가는 코너' 같은 작업이라고 에브리웨어는 설명한다. 「토이 라이드」의 핸들을 잡고 운전하듯 이리저리 흔들면 화면에 컴퓨터 그래픽처럼 보이는 미니어처 세상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자동차 몸통에 레고로 만들어진 디오라마(diorama)를 카메라로 실시간 비추고 있는 모습으로 작업은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의 가상화'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최성록_스크롤을 내리는 여정 Scroll Down Journey_HD 애니메이션, 사운드_00:06:20, loop, 가변설치_2015

최성록의 「스크롤을 내리는 여정(Scroll Down Journey)」(2015)은 언뜻 보면 게임 속 배경을 의미 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 영상은 수집한 위성사진과 드론(drone)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2D 애니메이션화 한 것이다. 실제 하는 풍경을 가상적 공간으로 만든 이 작업은 내비게이션이나 핸드폰, 구글 어스(google earth) 등을 통해 익숙히 봐왔던 '현실의 가상화' 이다. 또 다른 영상 「비행 카메라를 가진 남자(A Man with a Flying Camera)」(2015)는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는 작가본인의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다. 작가는 이 두 영상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점에서 현실의 풍경과 그 속의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화면 속에서 끝도 없이 달리고 있는 자동차와 목적 없이 걷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가상과 실체의 모호함 속에서 공허하게 떠도는 현대인의 모습, 그 실체 없음을 풍자 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뉴미디어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시각과 경험 그리고 행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현실과 가상 그리고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존재를 고민한다. 또한 이러한 작업 방식은 놀이와 게임의 방식에서 가져왔다고 할 수 있는데, 키덜트(kidult)들의 새로운 취미이자 놀이도구인 드론을 이용하여 디지털 기술과 게임의 시각으로 창조된 가상의 세계를 가시화한다.

김희선_비공식적 공공의 Informal public_웹캠, 맥미니, 모니터, 프로세싱_가변설치_2017

관람객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주로 다루는 김희선은 이번 전시에서 「비공식적 공공의」(2017)를 전시한다. 전시실 가장자리의 분리된 공간으로 들어서면 방향표시, 시각장애인용 보행자 바닥 등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이 '사회적 약속'을 상징하며 배치되어 있다. 표지판에 이끌려 사방이 하얀 공간에 들어서서 잠시 공간을 파악하는 사이 관람객은 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언제부터인가 촬영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20초 전 자신의 모습으로 관람객은 화면 속 '과거의 나'와 공간에 '현존하고 있는 나'를 통해 시간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것이 화면 속에 계속해서 축적되는 모습을 통해 공간의 변화 또한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은 화면의 피드백을 즐기며 작업의 일부가 되어 공간과 시간을 도구로 삼아 놀이행위를 하고, 그 모습은 퍼포먼스로서 작품의 일부가 된다. 한편, 황동액자가 씌워진 화려한 모니터 속에는 '돈 세는(count money)' 영상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렇게 공간 속의 작업은 일종의 '축소된 사회 놀이'를 유도하며 자본과 대중매체 그리고 컨트롤되며 조작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라지는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최옥경

Vol.20170420g | Play Art, 놀이하는 미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