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적인 풍경 2017 Organic Landscape 2017

김종열展 / KIMJONGYOUL / 金宗烈 / painting   2017_0427 ▶ 2017_0503

김종열_꽃이 피고 새가 울면_종이에 혼합재료_79×11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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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ART SPACE QUALIA 서울 종로구 평창11길 41(평창동 365-3번지) Tel. +82.(0)2.379.4648 soo333so4.wixsite.com/qualia

스스로 짜여지는 유기체의 약동-김종열의 세계 ● 물렁한 형태에 궁글게 속이 빈 강장동물의 초기형태인 원생생물은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위한 입구와 연소시킨 물질을 뱉어내는 출구를 갖춘 몸통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에 의해 그 생명활동이 영위된다. 그들은 외부의 세계로부터 연료를 얻어 생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촉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신경세포가 표피의 각 곳에 흩어져 그물망처럼 분포하는 산만 신경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신경계는 모든 방향에서 상대를 탐색하고 접촉하여 받아들이기 위해 쉴새 없이 움직인다. 그 활발한 움직임은 매우 자율적인 듯이 보이고 기이하고도 맹목적인 의지가 작용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 의지는 무엇을 위한, 무엇을 향한 것일까. 그 생물체들은 기나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무한정한 과정의 형태변이를 거쳐서 좀더 복잡한 체계를 가진 고등생물로 진화하기에 이른다. 베르그송은 이러한 진화를 창조적인 관점에서 생명의 약동(élan vital)으로 표현하였다. 생명의 약동이란 어느 단계까지는 단순하고 맹목적인 듯이 지루하게 진행되던 종(種)의 진화가 일순간에 비약적으로 솟구치며 창조적인 차원의 형태로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김종열_풍경-비오기 전에_종이에 혼합재료_40×54cm_2017
김종열_풍경-경계_종이에 혼합재료_30×30cm_2017

이러한 진화과정에서의 약동의 의미는 사방의 열려진 공간으로 자신을 투사하고 외부를 자기화하려는 자율의 힘에 있으며 미술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조형적인 표현행위는 자발적인 드로잉에 기반한 자동기술(automatism)이다. 자동기술적 화법은 그 자체로도 많은 조형적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더 높은 차원의 형태와 세계를 지향하는 변증법적인 행위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알려져 있다시피 초현실주의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이성이 수행해온 합리성 위에 기반한 논리의 역할을 추방하고 무의식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무한자유를 꿈꾸었다. 거기에 영향을 받은 미국의 몇몇 추상표현주의자들 역시 그러한 표현기법의 무궁한 표현가능성에 주목했으며 일정부분 자율행위에 기반한 미술표현에 초월적이고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비약적인 성과에까지 이르고 있다.

김종열_풍경-시간의 흐름 속에서_종이에 혼합재료_30×30cm_2017
김종열_풍경-어떤 세계에 대한6_캔버스에 혼합재료_24.2×33.3cm_2017

김종열의 드로잉 또한 무엇보다도 먼저 자동기술적이다. 그가 손에 쥔 펜 끝으로 끊임없이 자아내는 가느다란 선은 살아있는 거미줄처럼 부지런히 다른 선과 만나 잎맥을 만들고 인근의 선과 잇닿아 작은 면적으로 엮이고 은연중에 복잡다기한 세포들로 짜여진 신경들의 그물망으로 불어난다. 증식하는 그 조직들은 서로가 서로를 연속적으로 씨줄과 날줄로 얽어 메며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가 다른 영역의 형체들로 올록볼록하게 분화한다. 자발적인 통로를 만들며 이어지는 선들과 그 선들이 긴밀하게 형성하는 다발들은 상호관계로 연계되는 다양한 덩굴을 따라 제각각 퍼져나가 새로이 내재하는 단락들을 가진 고유의 구조로 거듭 태어난다.

김종열_풍경-관계성에 관한 짧은 이야기_종이에 수채_39×54cm_2016
김종열_풍경-어떤 세계에 대한7_종이에 혼합재료_39×54cm_2017

그 구조는 완결된 형태가 아닌 내재적 필연성에 의해 스스로 안으로부터 끊임없이 우러나는 골격으로 되어있다. 기획에 따라 세계를 꾸미기 마련인 논리적 이성의 고삐에서 풀려나 무의식으로부터 솟아나는 상상력의 자유를 따르는 선들은 약동하는 삶의 리듬을 따라 쉬지 않고 숨을 쉬며 진화하는 형태의 변이를 보여준다. 그 자유는 무중력의 공간에서 부유하듯 자율적으로 조직화하는 내적 구조로 나타난다.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했던 클레(Paul Klee)는 우주의 원리를 시작과 끝이 서로 이어지는 순환적인 구조로 파악했다. 그러므로 그에게 형태는 그 자체로 멈춰있는 최종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유로이 뛰노는 선처럼 끊임없이 형태(forme)를 이루어가는 형성(formation)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쉬지 않고 생장하는 것이며 그러기에 생명형태적으로 진화하는 얼개로 나타난다. 생명형태는 자연계에서 유기적으로 재조직화한다. 그러한 형태는 근본적으로 유기체적이다. 그리하여 세계, 혹은 자연 속의 형태는 유기적으로 발아하는 미시적 세포의 그루터기로부터 시작하여 거시적 우주의 무한공간으로까지 끝없이 확대된다.

김종열_풍경-어떤 세계에 대한5_종이에 수채_39×54cm_2016
김종열_풍경-어울리다_종이에 혼합재료_60×60cm_2017

이 무한공간, 그것은 김종열의 펜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자유로운 유기체를 지향하는 의지를 무한정하게 펼쳐나가는 경계 없는 자율의 공간이다. 처음에는 작은 시냇물처럼 흐르던 가는 선들이 묵묵히 강에 이르는 동안 이합집산을 이끌어내는 각양각색의 창조적인 의지에 의해 갑자기 혼돈스러운 탁류처럼 분출하기도 하지만 어느덧 스스로 자율적 질서를 찾아내어 뜻하지 않은 놀라운 형태를 띠고 바다 또는 우주의 공간으로 비약하기에 이른다. 세계가 혼돈의 모습을 띤다면 그것은 이러한 여정이 갖추고 있는 내재적 질서가 유발하는 여러 요소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오는 우주의 창조적 속성에 뿌리를 둔다. 그리하여 혼돈은 클레의 경우처럼 비옥한 창조의 토양이 된다. 김종열 또한 무질서한 듯이 보이는 형태의 변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서 펜의 거침없는 소요와 유목민적인 유랑을 통해 역동적인 형태와 구조로 약동하기에 이른다. 거기에는 생명의 싹들이 서로 엉켜 꿈틀거리는 극적인 소우주의 세계뿐만이 아니라 포화상태에 이른 에너지의 폭발에 의해 이루어지는 우주창조의 장엄한 광경까지도 드러난다.

김종열_풍경-천공의 섬_캔버스에 혼합재료_27.3×34.8cm_2017

근래에 김종열은 스마트폰의 페인트 기능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드로잉을 통해 많은 새로운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추상표현주의적인 창조적 본능으로 디지털 기술이 낳은 모바일적 매체의 자유에 겸허하게 참여하는 것인데 그로부터 얻어내는 자율적인 드로잉은 또 다른 성격의 가능성으로 나타난다. 최근 그러한 류의 드로잉에서 그가 보여주는 디지털적인 색채와 '매트릭스' 또는 '트랜스포머'적인 형상변이의 문맥을 반영하는 형태의 새로움은 그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 서길헌

Vol.20170427b | 김종열展 / KIMJONGYOUL / 金宗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