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 말없는 벽

금민정展 / GUEMMINJEONG / 金珉廷 / installation.video   2017_0427 ▶ 2017_0624 / 일,월요일,5월3,4,5일 휴관

금민정_Breathing Door-Hyde park Barracks_단채널 영상_00:01:30 loop, 가변크기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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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정 홈페이지_www.minjeong.net

초대일시 / 2017_0427_목요일_05:00pm

협력 / 미디어아트플랫폼(M.A.P) projectmap.org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5월3,4,5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와트 ART SPACE WATT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4길 21(명륜2가 96번지) 2층 gallerywatt.com

"그 공간의 벽과 바닥, 천장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과 모든 사건의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금민정) ● HYDE PARK BARRACKS. 2016년 초, 호주 시드니의 이곳을 방문한 나의 첫 느낌은 안락하고 고요하며 따뜻한 감옥의 집이었다, 서슬이 시퍼런 아픈 시간의 흔적보다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의지하며 외로움을 이겨 냈을것 같은. 그럼으로써 고되고 힘든 삶의 시간들을 버텨냈을 듯한, 막연한 나의 직관에 의한 가상의 스토리는 그 장소의 실제 이야기에 관심을 쏟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1819년 남죄수 막사, 즉 감옥으로 지어진 이곳은 1846년부터 1886년까지 여성 이민수용소로, 여성 노약자 및 극빈자 보호시설로 쓰인 이력의 공간이었다.

금민정_Irish orphan Girls_단채널 영상, 풀 HD 화질_00:03:20 loop, 가변크기_2017
금민정_겸손한 탄원서 Humble Petition_단채널 영상, 풀 HD 화질_00:04:02 loop, 가변크기_2017

그 이야기 속으로... 아일랜드의 기근이 극심했던 1800년대 중반, 영국의 식민지인 호주 사우스 웨일즈 주에 정부정책으로 인해 아일랜드 고아, 극빈 여성들이 배를 타고 이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하였다. HYDE PARK BARRACKS, 이곳은 이들이 도착하여 머무르며 노동을 하고 다른 지역에 노동자로 배정되기 전에 머무르던 이주민 수용소였던 것이다. 여느 식민지 정책이 그렇듯 약한 여성들은 매몰차게 이용되었고, 또 가난한 아일랜드 여성은 당시 혐오의 대상, 기피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던 때, 이들은 머무르는 주거의 장소, 수용의 장소인 이곳에서 서로를 의지하였고, 식민지의 시민으로 점차 흡수되었다. 아일랜드 어린 여성들은 주로 나이 많은 계신교 신도들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 뿌리 내리기까지 계급사회의 하층민으로 노동을 하고 농장에서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내곤 하였다.

금민정_헤테로토피아: 말없는 벽展_아트스페이스 와트_2017
금민정_죄수들의 유태인 나팔_단채널 영상, 풀 HD 화질_00:01:50 loop, 가변크기_2017
금민정_헤테로토피아: 말없는 벽展_아트스페이스 와트_2017

나는 이곳의 벽과 바닥과 공간에 감도는 분위기를 다시금 모든 명백한 증거들로 인해 확인하며 역으로 지나간 역사의 이야기와 자료들을 리서치하기 시작하였다. 공간의 이미지. 드로잉, 사진, 소품, 들 하나하나에 어려 있는 이 공간의 헤테로토피아적 뉘앙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형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성격이 묻어나는 영혼을 지닌 이중의 공간으로 느껴졌다. 나의 개인적인 기억과 여성으로서의 나를 다시금 돌아보고,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로서 우리와 그곳의 역사를 비교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금민정_지나간 벽과 소리의 틈새_단채널 영상_00:01:53 loop, 가변크기_2017
금민정_지나간 벽과 소리의 틈새_단채널 영상_00:01:53 loop, 가변크기_2017
금민정_헤테로토피아: 말없는 벽展_아트스페이스 와트_2017
금민정_헤테로토피아: 말없는 벽展_아트스페이스 와트_2017

억울함의 호소, 분노, 한,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아일랜드 고아 소녀들의 스토리와 함께 이곳 죄수였던 John Rush 의 '겸손한 청원서' 스토리는 또한 역사의 대응방식, 식민사관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었고, 자료를 기록하고 모으는 방식에서도 방대하고 수용적임에.. 다시금 나를 생각해보고 우리를 생각하게 하였다. 분명 우리와 입장의 차이는 극명하지만, 슬프지만 담대하게. 모든 것을 아우르는,,,이러한 태도는 건물의 벽과 바닥 천장에 그대로 그 기운이 투영되며, 살아있지 않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의 벽이 되고 그것이 또 우리의 것과는 다른, 장소 특정적인 무엇이 되어 있었다. 나는 한국, 대만, 프랑스, 등에 이어 또 이번엔 시드니의 또 다른 벽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충분히 그곳의 역사적 자료와 흔적에 근거하여 이해하고 다시 기억하고 나만의 스토리로 재구성하려고 애씀으로써 또 다른 방식의 헤테로토피아를 꿈꾼다. ■ 금민정

Vol.20170427c | 금민정展 / GUEMMINJEONG / 金珉廷 / installation.video

@ 통의동 보안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