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what we feel, what we think)

류현숙展 / RYUHYUNSUK / 柳賢淑 / painting   2017_0428 ▶ 2017_0628 / 월,공휴일 휴관

류현숙_040415-06081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336cm_2015

초대일시 / 2017_0428_금요일_05:00pm

2017 대청호 프로젝트 주제전시 2

후원 / 청주시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관람료 / 문의문화재단지 입장객에 한해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공휴일 휴관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CMOA Daecheongho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Tel. +82.(0)43.201.0911 cmoa.cheongju.go.kr/daecheongho/index.do

의미로부터의 탈주 ● 작품 제작 날짜인 듯한 숫자로 건조하게 붙여진 제목의 추상적 그림들은 관객에게 풍부하게 펼쳐진 색채의 배열 외에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림에서 정보, 의미, 메시지를 읽는 것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인가. 그림을 보고 '이것은 무엇인가',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 류현숙의 작품은 딴청을 피운다. 추상미술은 참조대상과 의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창안되었지만, 그 역시도 (재)영토화를 벗어날 수 없다. 새로운 것의 역사를 다루는 예술의 역사는 예술가가 영원히 도망쳐야 하는 운명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추상미술에 대한 역사와 의미는 현대미술사 책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고, 이러한 의미론적 맥락을 통해 또다시 '의미 없는' 그림들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무기교의 기교'라는 말이 있듯이, 무의미에도 장황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대예술론이나 현대미학 자체가 바로 무의미의 의미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추상미술은 교양과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은 관객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이러한 위축은 예술을 앎의 대상으로 영토화 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미라는 하나의 차원으로의 환원은 앎으로서 소유하기라는 전유의 방식을 취한다. 작품을 앎으로서 온전히 소유하려는 욕망은 예술 제도의 비대화와 맞물려 나날이 번성한다. 앎자체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알기 전에 작품이 먼저 있어야 하는데, 다른 일로 바빠 정작 작품을 할(또는, 접할) 시간도 태도도 갖추지 않고 앎이 앞서는 것이 문제다. 앎이란 밑도 끝도 없는 예술을 다루는 손쉬운 방식이다. 앎에의 의지의 상당부분은 이해함으로서 소유하고, 소유함으로서 지배할 수 있다는 욕망에 의해 추동된다. 그러나 근대에 개인의 자율과 자유를 소유라는 기준으로 정의해 온 '자유주의' 사회는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사회로 귀결된 역설이 있다. 띄어쓰기조차 안 된 류현숙의 작품제목은 의미에 대한 작가의 맹렬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듯하다.

류현숙_07231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cm_2015
류현숙_092412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12

분절화는 의미를 읽고 이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언어의 분절화는 신호나 코드처럼 즉각적인 소통을 요구한다. 거의 반사작용과도 같은 권력의 자동적 실행은 모든 체계화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이다. 작가가 요구하는 우회적 의미, 또는 의미의 확장, 더 나아가 의미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는 심술이나 횡포이기 보다는 지배적 사회와의 의미 있는 길항 작용이다. [040415]는 시리즈 작품 중의 하나이며, 전시장에는 3개가 나란히 걸려있다. 그림은 손가락만한 일련의 단위에 미세하게 변화하는 색채의 계열을 적용함으로서, 마치 밀도의 차이에 의해 물질이 번져나가는 듯한 모양새다. 그녀에게 작품의 의미는 전달되기 보다는 전염된다. 여기에 있는 의미가 저리로 이동되는 것이 아니라, 밀도와 강도의 차이에 의해 스며든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색채의 계열은 이러한 전이의 과정을 형상화하는 듯하다. ● 전이는 서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작품 제작날짜로 제목을 붙인 것은 마치 일기처럼 작업이 생활화되었음을 말한다. 여기에서의 일상이란 작업하는 삶으로서의 일상을 말한다. 예술가는 사회로부터 소외될지언정 예술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산다. 평범한 삶도 힘든 마당에 예술 하는 삶은 최소한 두 배 이상 힘들다. 그래서 작가란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남다른 자질과 의지를 요구한다. 관객에게는 암호처럼 다가오는 날짜와 그날의 흔적인 작품에서 작가는 그날의 크고 작은 사건 뿐 아니라 날씨와 기분까지도 다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의미로 귀결될 수 있는 서술이나 묘사가 아니라, 명명할 수 없는 하나의 느낌으로 남고자 한다. 류현숙이 형태보다 색채를 중시하는 것에는 회화의 의미에 대한, 그 의미의 소통에 대한 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한다. 형태에 비해 색채는 쉽게 의미화 되지 않는다. '이름붙일 수 있는 색은 색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어느 색채학자에 의하면, 눈에 민감한 에스키모 인에게 화이트는 수 십 가지로 구별될 수 있다. 블루나 블랙 또한 어마어마한 차이의 계열을 가진다. 그러한 차이의 감식은 온전히 화가의 몫이다. 형태-의미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색채-뉘앙스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 못한다. 류현숙이 구사하는 색채는 형태가 아닌 텍스추어로 귀결되며, 색채는 촉감과의 결합을 통해 더 많은 뉘앙스를 가진다. 모노톤이지만 농도를 달리하여 단조로운 느낌을 벗어난다. 작가가 집중하는 색채의 실험은 그 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회화의 영역을 위한 선택이다. 작가는 화면과 고독하게 마주하면서 했던 작품과의 대화가 관객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란다. 작품은 아는 만큼 보이기보다는, 물어보는 만큼 대답해 줄 것이다. 작가 또한 대답을 내놓는 자이기 보다는 정곡을 찌른 문제제기를 통해 가능한 대답들을 유도하는 자이다. 작가에게는 모든 지식에 대한 통달이 아니라 예감이 있으며, 그 예감을 구체화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류현숙_110112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12

화가처럼 색채에 대한 감식안을 가질 수 있는 이는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분명 다수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들뢰즈가 말했듯이, 소수자의 예술은 어느 순간 다수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다. 소통의 고통을 겪던 예술가들의 운명은 어느덧 모두의 문제가 되지 않았는가. 소외를 먼저 겪던 그들의 운명은 다수의 문제가 되지 않았는가. 작품 [in and out]은 피씨(PC) 필름 위에 데칼코마니로 작업한 것으로 최소한의 형태마저도 뭉글거리는 색채의 흔적들로 녹아버린 것 같다. 같은 크기의 판을 여러 겹 걸쳐서 설치했기에 2차원은 3차원으로 확장된다. 투명한 플라스틱이라는 바탕 면은 각 면에 구현된 색채의 층위들을 3차원 상에서 직접 섞을 수 있게 해준다. ● 종이나 캔버스와 달리 뒤에서도 볼 수 있다. 데칼코마니 기법이기에 필름 위의 색채 자체도 즉석에서 조합된다. 선택된 물감을 짜서 접어서 손으로 밀면 무정형적 형태가 나오고 색 역시 우연히 섞여진다. 지우개 작품처럼 판과 재료를 일정하게 정해놓고 하는 게임이며, 작품은 같은 게임원칙이 적용된 시리즈로 남는다. 표면이 미끄럽기 때문에 흔적은 더욱 미묘하다. 블랙, 블루, 그린 등의 물감이 부어진 후 가해진 힘에 의해 뭉개져 만들어진 우연적 형상은 자연이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초록별 지구나 진경산수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는 조밀하게 짜여 지는 작품에서 불가능한 자유로운 활주의 세계이자, 모든 경계가 사라지거나 즉석에서 새로운 경계들이 생겨나는 질펀한 놀이의 세계이다. 시작은 작가가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제어될 수 없다. 가필은 없다. 색채의 자동기술이라 할 만 한 류현숙의 작업은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향한다. ■ 이선영

류현숙_In and out_PC 필름에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15
류현숙_In and out_PC 필름에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15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은 2016년부터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질문과 실천 방법을 참여 작가들과 함께 모색하고, 동시대 미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담론과 미적 감수성을 공유하기 위해 『2017 대청호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2017 대청호 프로젝트』는 대청호미술관의 장소 특성을 활용한 현장설치 공모에 선정된 STUDIO 1750+정혜숙팀과 성정원·이지연팀 그리고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한 주제전시 공모에 선정된 박한샘, 박용선, 류현숙, 조동광 등 총 6팀의 그룹 및 작가가 2017년 4월부터 9월 까지 1, 2부로 나눠 전시를 진행한다. ● 4월 28일에 개막하는 1부 전시의 STUDIO 1750+정혜숙, 박한샘, 류현숙은 자신만의 화법과 시선으로 자연을 통찰하거나, 일상 속에서 발견한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고 혹은 낯선 상황으로 전복시킨다. 색채로부터 일상 속 자연을 담다 ●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3전시실은 류현숙의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展 전시로 구성된다. 류현숙은 무수한 색채 점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 추상회화 대표작과 필름지 위에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 자연의 색은 우리가 단어로 명징한 색의 이름보다 무수히 많은 색상을 가지고 있다. '나뭇잎은 초록색'이라고 해서 모든 나뭇잎이 초록색을 띄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파랗다'라고 파란색이라는 한 가지 색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마다 변화한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색채의 다양함을 일기를 쓰듯 실험하는 작가이다. ● 화면 안에 규칙적인 배열을 한 수많은 점들이 모여 색면을 이루는 추상회화시리즈는 작가가 마치 일상을 기록하듯 물감의 농도와 색의 차이를 내며 점을 찍어낸다. 평면 위에 집합된 점들의 일정한 규칙과 배열은 마치 세포가 증식하듯 화면 안에서 무한반복을 하며 기하학적인 패턴 형태를 형성한다.'세포'는 자연의 생명체를 이루는 최소단위이며, 작가는 화폭 위에 매 순간마다 세포(점)들을 매일매일 하나씩 증식시킨다. 작품이 완성된 날짜를 전시제목으로 붙이는데, 단순히 작품의 마침이 아닌 순간의 시간에 증식되는 세포(점)들이 합을 이루는 시간의 여정과 무한한 생명력을 상징하다. ● 한편 전시'In and out'은 필름지 위에 청색과 녹색 계열의 물감을 두껍게 뿌린 뒤 접었다가 펴내는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제작한 뒤, 3차원의 공간에 설치된다. 미끄러운 재질의 필름지 위의 물감이 서로 눌리면서 밀리고 펴지면서 생긴 비정형적인 형태는 회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유로움과 우연한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필름지 위에 물감들이 미끄러지듯 안착되어 유연한 생명력과 생동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마치 호수의 물결, 산등성이 등 자연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를 연상하게 함으로써 관람객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선물한다. ■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Vol.20170429e | 류현숙展 / RYUHYUNSUK / 柳賢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