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ity Illusion 허상 속의 실체

하광석展 / HAKWANGSUK / 河光石 / installation   2017_0430 ▶ 2017_1009 / 월요일,1월1일 휴관

하광석_Reality Illusion 허상 속의 실체展_향촌문화관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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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09:00am~07:00pm / 월요일,1월1일 휴관

향촌문화관 HYANGCHO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49(향촌동 9-1번지) Tel. +82.(0)53.661.2331 hyangchon.jung.daegu.kr

존재와 부재, 실체와 비 실체 사이 부유하는... ● 향촌문화관의 특별전시관은 옛 상업은행의 금고로 사용됐던 특별한 공간으로 독특한 구조적 형태를 하고 있다. 이 독특한 공간은 복층으로 나누어져 각층에는 쇠창살로 분리된 또 다른 공간이 구성되어있다. 이는 분명 외부로부터 그 무엇을 차단하여 보호하기 위한 구조이다. 금고라기보다 감옥처럼 느껴지는 공간에 들어서면 먼저 거대한 푸른 눈동자가 공중에 매달려있는 비디오 설치작업 「푸른 눈의 응시 Gaze of the Blue Eyes」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관객들을 응시하고 감시하는 듯하다. ● 4미터 상공에 설치된 「푸른 눈의 응시」는 현대사회 속에 시선이 가지는 힘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우리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시선들은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고 지배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공간 도처에 설치되어 있는 CCTV 덕분에, 푸코가  E감시와 처벌 F에서 언급한 파놉티콘 개념이 더욱 완벽하게 증명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숱한 바라봄의 대상이 되어온 사람들은 심지어 바라보는 시선이 없을 때조차도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곤 한다. 현대적 삶의 주요 국면을, 사람들을 주시하며 쉼 없이 안구를 굴리고 있는 푸른 눈으로 희화한 것이다.

하광석_Reality-Shadow #5_디지털 비디오, 빔 프로젝터, 철재 선풍기_244×124×48cm
하광석_Reality-Shadow #5_디지털 비디오, 빔 프로젝터, 철재 선풍기_244×124×48cm
하광석_Gaze of Blue Eyes #7_디지털 비디오, 빔 프로젝터, 플라스틱 볼_가변크기
하광석_Reality-Shadow #2-2_디지털 비디오, 디지털 비디오, LCD, 청동 촛대, 초_68×110×26cm
하광석_Reality-Shadow #2-2_디지털 비디오, LCD, 청동 촛대, 초_68×110×26cm

푸른 눈동자를 옆으로 「Reality-Shadow」 시리즈 중에서 「Reality-Shadow #2-3」과 「Reality-Shadow #11」 작품이 설치되어있다. 그리고 2층에는 또 다른 꺼져있는 촛대가 누워있는 LCD 모니터 위에 놓여있는 「Reality-Shadow #2-2」와 바닥에 전기 코드가 빠져 멈춰있는 선풍기 한 대 뒤로 그 선풍기의 그림자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Reality-Shadow #5」 작품이 놓여 있다. ● LCD 모니터 앞에 반쯤 녹은 초가 있는 촛대로 구성되어 있다. 모니터 위에는 촛대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 같지만, 주의 깊은 관람자라면 그것이 단지 모니터 영상일 뿐 그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볼 것이다. 작가는 교묘하게 모니터와 촛대라는 두 오브제를 연관시켜 실재의 재현처럼 관람자의 착각을 유도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무심하게 「촛대와 그림자의 배열」로 보아 넘긴다. 모니터에 비친 영상을 사람들이 그림자로 여긴다는 사실은 회화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관념을 상기시킨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그림을 실재의 재현이자 반영으로, 혹은 실재의 그림자 같은 존재로 여겨왔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숱한 미술가들이 이 사실을 부정하고자 분투해왔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미지를 한낱 가상(illusion)으로, 실재의 그림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품 앞에 적어도 3초 이상 머물렀던 관람자들은 모니터 영상이 허상도, 그림자도 아님을 이내 발견했을 것이다. 「Reality-Shadow」는 재현에 대한 고정관념의 반성에서 촉발된 사고의 유희다.

하광석_Reality-Shadow #11_디지털 비디오, 빔 프로젝터, 청동, 세라믹_가변크기
하광석_Reality-Shadow #11_디지털 비디오, 빔 프로젝터, 청동, 세라믹_가변크기
하광석_Reality-Shadow #11_디지털 비디오, 빔 프로젝터, 청동, 세라믹_가변크기
하광석_Reality-Shadow #2-3_디지털 비디오, LCD, 청동 촛대, 초_68×110×26cm

「Reality-Shadow #2-2」의 촛대엔 불이 꺼진 초가 서있고, 「Reality-Shadow #11」의 나비모양의 광배를 가진 호롱불, 그리고 전기코드가 빠진 선풍기가 있다. 반면 그림자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선풍기의 그림자는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그것들은 적어도 어떤 실체적인 것, 즉 실재의 재현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에 그쳐야 할 이미지가 더 있을 법하게 보이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은,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자들이 실재의 재현이 아니라 시뮬라시옹임을 일러준다. 즉 「Reality-Shadow」는 「리얼리티와 그림자」가 아니라, 「리얼리티로서의 그림자」를 의미한다. 「Reality-Shadow」 시리즈의 그림자는 주로 LCD 모니터 상에 등장함으로써 그것이 원본 없는 복제, 즉 시뮬라크르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 「Reality-Shadow」 시리즈는 어쩌면 편재하는 시뮬라크르의 세상을 살면서 내가 경험하는 실재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것일지 모른다. 촛불이 실제로 켜져 있는가, 아니면 꺼져 있는가? 나비가 날아오른다는 것은 그저 꿈일 뿐, 실재의 촛대는 불이 꺼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거의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시뮬라크르의 힘은 반동적으로 실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최근 혼란스러운 시대의 현실 속에 난무하는 정보와 매체를 통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실체를 앞지르고 있는 시뮬라크르에 대해 반성하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 하광석

Vol.20170430a | 하광석展 / HAKWANGSUK / 河光石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