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의 사건(Accident of Flesh)

고등어展 / MACKEREL SAFRANSKI / painting   2017_0512 ▶ 2017_0528 / 월요일 휴관

고등어_내일의 신체를 위한 과정_끊임없이, 흘러내리는_종이에 아크릴_42×119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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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511_목요일_05:00pm

주최,주관 /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

관람료 성인,대학생 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24세) 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 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메인 전시(뮤지엄 버스킹) 관람시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주간(매월 마지막주 수,금요일)_10:00am~09:00pm * 마감시간 4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1전시실 Tel. +82.(0)2.425.1077 soma.kspo.or.kr

살갗의 사건 ● 고등어 작가의 작업을 대면하면 독특한 아우라에 먼저 놀라고 좀 더 관심 있게 접근하다 보면 남다른 경력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작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그 외의 유사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 2008년 개인전 『웃는다, 빨간 고요』로 혜성같이 나타나서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 전시를 통해 작가 활동을 시작한 요즘 보기 드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화려하게 데뷔한 후 3년간은 정말 바쁘게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몰아치는 작품 제작 고(苦)에 시달리면서 문득 자신이 작가가 아닌 화공이 된 것 같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홀연 작업을 중단하게 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건강이 많이 나빠진 탓이기도 했다. 독일 유학을 준비하다가 떠나기 며칠 전 갑자기 취소하기도 하는 등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면서 잠적의 시간이 3년 가까이 이어졌다. 재기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애초에 자신의 신체를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던 것처럼, 작업을 떠나 살 수 없었던 작가는 허물어져 내리는 삶을 바로 세우고자 2014년 개인전 『노동요』로 다시 작가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 고등어의 작업에 있어 핵심 개념은 '신체성'으로, 작가는 "불안을 느끼는 신체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몸 존재론에 기초한 주체화의 가능성을 탐구(작가노트 중)"하고자 한다. 그의 신체성에 대한 탐구는 '관계하는 신체'와 '노동하는 신체' 두 가지 테마로 나뉘어 전개되는데, 전자는 자아와 타자 간의 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성에, 후자는 노동을 통해 사회 속에서 획득하게 되는 신체성에 주목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등어는 '섹스'와 '노동'이라는 인간의 두 가지 행위를 소재로 하여 '자신을 스스로 겪고 있는 우리의 신체'와 그 신체가 짊어진 불안에 대해 드로잉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 『살갗의 사건』은 관계하는 신체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는데, 「살갗의 사건」, 「내일의 신체」, 「뒤틀린 신체」 등 크게 세 가지 작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나의 신체에는 내가 경험하는 모든 사건의 흔적이 남겨진다. 시간, 사물, 타자라는 또 다른 신체에 의한, 또는 그와의 관계에 의한 경험의 흔적이 말이다. 고등어는 특히 두 신체가 가장 격렬하게 서로를 경험하는 섹스와 싸움이라는 사건을 통해 고통과 쾌락의 순간이 아로새겨진 새로운 살갗을 생성해냄으로써 나와 너가 아닌 제3의 신체를 형상화하고자 한다.

고등어_살갗의 사건_흰 고양이_종이에 연필_29.7×21cm_2017

먼저, 「살갗의 사건」은 사랑과 애정의 순간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드로잉으로 이미지화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애정의 관계는 나의 신체와 타자의 신체를 가장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동시에 극도의 불안을 야기함으로써 나와 너가 아닌 또 다른 신체의 탄생(내일의 신체)에 대한 여지를 남긴다. 두 번째로, 「내일의 신체」는 남녀의 섹스 장면을 드로잉한 후 두 신체가 접촉한 부분을 다시 드로잉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형태를 새로이 신체화하는 작업이다. 작가에 의하면, 신체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응시'와 '수직성'에 있는데, 이와 같은 드로잉 작업은 「완벽한 신체」라는 설치 작업으로 확장된다. 「완벽한 신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신체를 동일시하는 것에서 시작된 작업으로 철거된 집의 부서진 자재들을 전시공간에 가져와 '응시'와 '수직성'의 조건을 부여함으로써 신체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각각의 자재들은 드로잉의 형상들을 대신하여 수직성을 띄며 유기적으로 구성되면서 신체 풍경이 된다. 마지막으로, 「뒤틀린 신체」에서 작가의 '관계하는 신체'는 가장 개인적인 행위인 섹스에서 사회적인 관계로 나아간다. 작가는 "사회의 구조가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편견에 기반한 응시에 의해 그 구조에서 살아가고 있는 신체가 끊임없이 변형된다(작가 노트 중)"고 믿는다. 대형 작업인 「몸부림」은 용역들의 강제 철거 장면, 시위대의 몸싸움을 소재로 한 연필 드로잉으로, 물리적 폭력을 포함한 사회적 응시에 의해 변형된 살갗으로 채워진 신체를 보여준다. ● 새로운 신체에 대한 열망은 비단 작가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고통에 약하고 상처 입기 쉽기에 인류는 초월적인 신체, 이를테면 로봇과 같이 강하고 대체 가능한 인간의 몸을 꿈꿔왔다. 고등어의 작업에서 신체는 외부의 힘에 의해 결이 나고 변형되지만 견고함이 있다. 실은 감정이 흐물거리며 너와 나, 안과 밖을 구분 짓지 못하고 있을 뿐 신체는 스스로 직립하며 외부와 경계를 짓는 살갗으로 둘러싸여 있다. 고등어는 드로잉을 통해 불안으로 야기되는 무너짐에 대항하여 스스로 직립하며 단단한 살갗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신체를 꿈꾼다. 그의 작업의 기저(基底)에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는데다 작업 자체도 무척 페미니즘적이다. 그러나 고등어는 그 같은 한계에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 지금까지는 남성적 응시에 대항하는 여성성과 그 주체화에 관심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소외받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서도 연구해 보고 싶다며 예의(銳意)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던 작가의 모습에서 또 다른 작업의 탄생을 기대하게 된다. ■ 정나영

고등어_살갗의 사건_웅크린 남자_종이에 연필_29.7×21cm_2017

드로잉 단상 ● 오랫동안 식이장애를 앓아왔고 이제 그 시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이후 달라진 몸을 겪어오면서 치유를 넘어서, 환생을 넘어서 '다른' 몸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하게 되었다. 불안의 징후들을 이미 겪어낸 몸이 아닌, 태어나면서 주어진 형질과 형태가 아닌, 그리고 사회적인 구조 안에서 변형되어버린 몸이 아닌, 다른 몸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들. 나의 '정신'은 온전히 그대로 유지된 채로 ― '다른' 신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물음들. 그렇다면 또 '다른' 신체는 무엇일까. 「내일의 신체」는 무수한 응시 속에서 신체화의 가능성을 탐구해나가는 작업이다. ● 지극히 사적인 신체의 행위인 섹스를 통해, 분출된 정념의 순간과 육화 된 의식으로 ― 불안을 넘어서려는 신체에 대해 생각했다. 타자라는 외부를 받아들이는 신체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너가 애무할 때 내 몸은 나의 것인가 하는 물음과 함께 시작된 작업이다. 타자와의 내밀함으로 만들어진 신체는 분명 이전 나의 신체와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다시 섹스 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다. '보여지는', '상처 입은', ' 읽혀지는' 여성의 몸이 아닌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여성의 몸을 이야기함으로써, 언제나 대상화 되었던 여성의 몸을 주체화시키는 과정에 있다.

고등어_완벽한 신체_부서진 집에서 나온 폐기물을 이용_가변설치_2016

주체의 외부인 타자는 주체와 대치되기도 하지만 주체를 형성하는데 근원이 되기도 한다. 주체는 결코 독립적일 수 없으며 타자의 관계 안에서 '여기에 있음'이 발생한다. 외부가 있어야 내부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주체의 물질인 신체는 타자의 물질과 관계해 나갈 때 보다 더 생명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체가 타자와 가장 강렬하고 깊게 마주한 관계가 있다면 '사랑'에 기반 한 연인관계일 것이고 두 신체가 서로를 격렬히 경험하는 행위는 섹스이다. 그리고 물질의 발생은 섹스의 순간에 시작된다. 섹스를 하는 동안 우리는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격렬하게 타자를 경험하며 온전히 나를 열어 보인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는 흩어지고 끊임없이 부유하는 순간들이다. 두 사람의 신체의 행위가 만들어낸 테두리가 내일의 신체의 테두리가 된다. 거기에서부터 내일의 신체를 위한 물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 신체의 한계를 넘어 타자와의 경험에 온전히 나를 내어줄 때 오히려 주체는 스스로의 신체에 있을 수 있다. 그 '순간'에 신체가 있고 나의 몸이라는 물질은 신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 물질의 발생은 섹스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섹스를 하는 동안 우리는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격렬하게 타자를 경험하며 온전히 나를 열어 보인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는 흩어지고 끊임없이 부유하는 순간들이다. 두 사람의 신체의 행위가 만들어낸 테두리가 내일의 신체의 테두리가 된다. 거기에서부터 내일의 신체를 위한 물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흩어지는 테두리. 순간순간 변화하는 경계에서 물질은 신체가 되어야 하기에 끊임없이 수직성을 향해 나아간다. 살갗인 물감은 좌우대칭을 형성한다. 테두리의 안팎에서 밀리고 덫 칠 해 지면서 좌우대칭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 오르가즘의 순간에 발생하여, 얼굴들_응시자의 시선 앞에 놓이면서 끊임없이 신체가 되려고 하는 물질. 스스로가 신체가 되려고 하는 물질.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의 하루가 지나고 나면 오게 될 거라 믿어지는 「내일의 신체」. ● 몸은 응시의 대상 ,욕망의 대상으로서 오브제가 된다. 이미 오브제 이면서, 주체는 타자의 응시에 맞게 자신을 오브제로 변형시킨다. 여기에서 소외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소외 , 타자의 응시에 따라 변형된 신체가 생기를 가진다. 타자의 응시 없이 신체는 존재할 수 없다. 오브제로써 존재하는 신체 그것이 자기화 되어가는 과정. 그냥 거기에 놓여지기보다 형태로써 색으로써 감각하게 만들어야 욕망의 대상인 신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 고등어

Vol.20170512c | 고등어展 / MACKEREL SAFRANSKI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