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松巖 탄신 100주년 기념展   2017_0513 ▶ 2017_0701 / 일,월요일 휴관

큐레이터 토크 2017_0531_수요일_07:00pm 2017_0628_수요일_07:00pm

참여작가 석지 채용신_우청 황성하_박경종_박종호 양정욱_유근택_이우성_이현호_임택 전은희_정재호_한상익_허수영_홍정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10:00am~09:00pm / 일,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수송동 46-15번지) Tel. +82.(0)2.734.0440 www.ocimuseum.org

그 집: 미술관의 된 집 ● 서울 종로의 한복판, 호젓한 옛 골목에 단정한 미술관이 한 채 들어서 있다. 바로 OCI미술관이다.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가 치솟으며 세상은 이리 바뀌어가는 것이라고 채근하여도, 그래도 세상의 어떤 것은 여전히 가치 있지 않으냐고 되묻듯 빨간 벽돌과 뽀얀 대리석으로 튼튼하게 쌓아 올린 건물이다. 외벽에는 큼직하게 '松巖會館(송암회관)'이라 적혀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여기는 과거 송암 이회림(松巖 李會林, 1917~2007) 선생이 자신의 사저 터를 미술관으로 내어준 곳이다. ● 개성 출신의 송암이 이 자리에 둥지를 튼 것은 동란이 막 끝나 부산 피난길에서 올라왔던 1954년이었다. 이 터를 유난히 아껴 오래된 양옥집에서 직접 살다가, 다시 5층짜리 송암문화재단 건물로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 건물을 지을 때는 송암이 손수 나무를 가꾸고, 벽돌을 쌓는 조적공(組積工)까지 직접 데려왔다고 하니 그 정성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된다. 매일 서류를 검토하고, 서예를 연마하던 여기에 그는 1989년 전시장을 만들었다. 자신이 모아온 소장품을 혼자 보는 게 아까워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송암미술관'의 이름으로 한학(漢學) 사료와 문인화(文人畫)를, 그리고 고향 땅을 그리며 모아온 북한 유화를 전시하여 연구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0년, 이곳은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OCI미술관'으로 다시 한번 탈바꿈을 하였다.

그 집展_OCI 미술관 1층_2017 (Photo ⓒ 박성훈)

한때 송암의 '집'이었던 OCI미술관은 이제 한국 현대미술의 보금자리가 되어 가고 있다. 경쟁과 시장 원리로 각박한 미술계에서 작가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고,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OCI미술관의 활발한 움직임 중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것은 'OCI Young Creatives'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해마다 만 35세 이하의 신진 작가를 선발하여 창작지원금 1천만 원을 수여하고 개인전을 열어, 젊은 작가들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공모 때마다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개관 이후 벌써 55명의 작가가 배출되었다. 또한, 작업 공간이 없는 작가들을 위하여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인천 남구 학익동 소재의 사무동 건물 일부를 작업실로 개조한 것으로 매해 8명의 작가에게 '방'을 내어주고 있다. 그뿐이랴, 한 번 이렇게 작가들과 인연을 맺으면 그 정(情)이 행여라도 옅어질까, 작가들을 우리 "OCI 아들", "OCI 딸"이라고 부르며 알뜰살뜰 챙긴다. 수시로 안부를 묻는 건 물론, 격년제 지방 순회 전시인 『別★同行(별별동행)』을 기획해 전국에 알리기도 하고, 해외 교류 프로그램으로 국제무대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작가들도 미술관을 제집처럼 불쑥 드나들고, 또 그렇게 스스럼없이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니 정말 '집'이 되어 가고 있다.

그 집展_OCI 미술관 2층_2017 (Photo ⓒ 박성훈)

송암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특별전 『그 집』은 이렇게 미술관이 된 집에서, 미술품으로 지어보는 상상의 집이다. 송암이라는 한 사람이 뿌린 씨앗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랐다는, 그리고 지금은 그 집에서 미술 작품이 어엿이 주인공이 되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보고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OCI미술관이 처음으로 그 집의 '곳간 보물'인 소장품을 내어 보인다. 송암이 모아왔던 고미술품과 북한 유화, 그리고 최근 수집한 현대미술품 중 14점을 엄선하였다. 더불어 OCI Young Creatives와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를 거쳐간, '그 집에 세 들었던' 작가 중 여덟 명의 최근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 전시의 구성은 건물의 1, 2, 3층의 계단을 오르며 바깥에서 점차 집안 깊숙이 들어와, 거기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살림살이를 구경하고, 또 누군가의 방을 살펴볼 수 있는 순서로 꾸며보았다. 1층에서는 집 안으로 들여온 바깥세상, 즉 풍경화로 이루어졌다. 우청 황성하의 10폭 산수화를 중심으로 박종호, 유근택, 이현호, 임택, 허수영이 바라보는 하늘, 숲과 산, 호수의 풍광을 담았다. 또한 OCI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500여 점의 북한 유화 중 한상익이 그린 금강산 풍경 「삼선암에서」를 출품하였다.

그 집展_OCI 미술관 2층_2017 (Photo ⓒ 박성훈)

2층에서는 전은희와 정재호가 그린 오래된 집으로 거리를 만들고, 양정욱의 「어느 가게를 위한 간판」을 세워 보았다. 거기에 석지 채용신의 「팔도미인도」와 이우성의 'outdoor painting'으로 사람이 북적이게 하였다. 또, 그 집의 물건도 꺼내보았다. 책가도와 도자를, 여기에 홍정욱이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탁자와 작품을 함께 배치하여 세간을 갖추었다. ● 3층은 박경종의 '시공간 나그네'가 우연히 들러 모험을 펼치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과거 송암이 사용하던 붓, 지팡이, 골프채 등과 현대의 일상용품이 작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뒤섞여 흥미로운 시공간을 빚어낸다.

그 집展_OCI 미술관 3층_2017 (Photo ⓒ 박성훈)

『그 집』은 벽돌 쌓듯 차곡차곡 모아온 시간과 정성, 그리고 인연으로 만들어낸 집이다. 별난 사람, 별난 사건이 넘쳐나는 미술계에서도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이 함께 전시되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전시에서는 과감하게 시대의 경계를 짓지 않았다. 미술품이 주는 즐거움과 상상의 기쁨은 시간에 국한될 수 없기에, 게다가 대(代)를 이어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송암이 내어준 '집'이기에, 형제자매가 많은 대가족처럼 작품 이미지들이 저마다 마주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자 하였다. 잔칫날처럼 흥겹기를 바라며, 이번 전시는 OCI미술관이 관람객에게 보내는 '그 집으로의 초대'이다. ■ 김소라

Vol.20170513c | 그 집-松巖 탄신 100주년 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