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肖像)이된 공간 Space That Has Become a Portrait

김승환展 / KIMSEUNGHWAN / 金承煥 / photography   2017_0613 ▶ 2017_0619

김승환_시약창고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120×150cm_2016

초대일시 / 2017_0613_화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초상(肖像)이된 공간 ●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 그곳으로부터의 인간 초상 김승환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진 작업은 동물의 생체 실험을 위해 몇 십 년간 운영되었던 건물이 철거되기 이전에 그 공간을 바라보는 독특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작가는 여기 보이는 건물들이 국가기관이 오랫동안 운영하였던 곳이라고 말한다. 그의 사진 작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흡입독성실험실이나 방사선실험실처럼 그 장소를 설명해 주는 명판이 보이기도 하고 가스관이나 가스 배출구 그리고 기타 사체를 처리했던 장치들도 아직 남아있기에 이 곳이 어떤 기구와 동물들로 채워졌던 곳이었던 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재는 이 장소가 폐쇄된 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페인트칠이 벗겨지거나 내려앉은 천장들이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그 장소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고통 받고 사체로 실려나갔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된다.

김승환_영상분석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145×180cm_2016
김승환_대동물실험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85×105cm_2016

작가는 이 비워진 공간에 대해 '초상이 된 공간'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초상이라 함은 본디 인물의 모습을 모사하거나 본뜨는 것을 말한다. 특별히 초상은 회화나 사진의 경우 초상화 혹은 초상사진이라고 하여 인물의 얼굴을 중심으로 닮도록 묘사된 작업을 의미하였다. 그런데 작가의 작업에는 사실 어떠한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건물 속 빈 공간일 뿐이다. 물론 이 빈 공간은 언젠가 분주히 움직이며 실험하는 인간의 모습과 실험대 위에서 실험대상이 되었을 수 많은 동물들의 모습들로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수 십 년간 셀 수 없는 실험을 하였을 것이며 그 결과를 얻어낸 후 인간들은 더 좋은 건강과 생명연장을 얻어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대부분의 수 많은 동물들은 그 인간들을 위해 죽어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폐허처럼 남겨진 이 공간에서 작가는 죽어간 그 수많은 동물들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작가는 이 황폐화되어 남겨진 공간에서 인간의 민낯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다.

김승환_마우스4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85×105cm_2016
김승환_만성질환모델동물개발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85×105cm_2016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김승환 작가가 포착한 것은 단순히 어떤 특정한 건물 속 빈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동물들의 희생과 고통의 시간들이 점철되어 만들어진 인간의 모습이며 동물의 생명을 대가로 연장되고 포장된 것일 수도 있는 인간의 얼굴 모습인 것이다. 인간 스스로 인간의 생명이 동물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 인간의 힘으로 동물을 제압하고 고통을 감수하게 하며, 생명들을 희생되게 만들었음에도 동물들에게는 어떠한 애도의 행위나 마음도 갖지 않는 인간의 현실적 모습을 작가는 시간의 흔적만 남겨진 공간을 통해 오히려 더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아마도 이 장소를 만나게 되면서 여기 남겨진 황량한 공간의 모습이 인간의 감추고 싶었거나 의식하지도 못했을는지 모르는 인간의 또 다른 초상임을 작가는 이 철거를 앞 둔 상황에서 더욱 강하게 직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김승환_민원대기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85×105cm_2016
김승환_청정실험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85×105cm_2016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공간은 힘으로 만들어지고 힘을 가진 자가 공간을 지배한다고 하였다. 동물들이 생체실험 되고 죽임을 당한 이 공간들는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생명에 유익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는 명칭으로 명명되어 있던 곳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인간의 생명에 유익한 공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인간의 편에서 이와 같은 공간들을 규정하고 있음에 작가는 주목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규정한 공간들에 대해 작가는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은 채 마치 기자가 사건이 발생하고 남겨진 사고 현장을 대하는 것처럼 그저 냉철하게 그의 작업에 담아내고 있다. 여기 보여지는 공간은 어쩌면 인간이 무관심하게 보아왔거나 혹은 외면하고 싶었던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김승환 작가는 이 곳을 만나게 되면서 그것 역시 인간의 모습이자 인간의 얼굴임을 분명하게 직시하게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감춰져 있었던 인간의 초상을 동물들이 사라져간 공간을 통해 드러내어 하나의 사건처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보이는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들이 담겨 있는 공간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힘과 권력을 가진 인간이 규정한 공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오늘날 인간의 얼굴 모습 그 자체일 수 있다. 작가는 이 공간에 남겨진 현장 모습을 통해 바로 그 지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이승훈

김승환_부검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85×105cm_2016

아돌프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힘으로 유럽 전역을 손에 넣었다. 그의 힘은 광기였고 그것이 미치는 곳은 광대했으며, 홀로코스트의 인간들에게는 생사를 가름 짓는 잔인한 권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인간을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사용 할 만큼 무자비한 권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쟁에 패하게 되자 베를린 구석의 좁은 지하벙커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 공간은 힘으로 만들어졌으며, 창조됨과 그 영역의 크고 작음은 힘의 행사에 비례된다. 힘을 가진 자가 공간을 지배하고, 그 공간은 물질까지도 소유한다. ● 이 공간은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십여 년 간 터를 잡고 인간의 생명 연장과 안락한 삶을 위해 수많은 동물의 생체 실험을 진행했던 곳이다. 일 년에 이만여 마리 가량의 동물이 실험대 위에서 배가 갈린 채 사라져 갔다. 인간의 권능에 대항할 능력이 없는 동물들은 그들의 장기를 실험실 소품으로 고스란히 내놓을 뿐 달리 대항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처음 폐허가 된 이곳의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발을 디뎠을 때 차가운 냉기와 음습한 곰팡이 냄새가 턱밑으로 다가왔다. 대낮에도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아 앞뒤를 분간할 수 없고, 외기와 완전히 차단돼 썩은 공기만 가득한 실험실은 아직도 그들의 가쁜 숨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권능의 공간에 갇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죽음의 칼날을 기다리며 공포에 몸서리 쳤을 것이다

김승환_세척실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120×150cm_2016

우리는 그들을 직접 해(害)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땅에 어느 누구도 그들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서로가 공존하는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으며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공존의 대상이 이 땅 위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임을 간과하고, 타 개체의 존재가 인간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가치이자 의미인 것으로 착각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 이제 이 공간에 남겨진 그들의 자취와 함께 이 공간마저 또 다른 힘의 논리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새로운 힘은 폐허로 변한 이곳에 또 다른 공간을 건설 하겠지만 그것 또한 누군가의 희생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고 있을 것이다. ● 이번 작업은 인간 권능에 의해 백만 가지 이상의 생명이 사라진 공간에서 진행하였다. 이 공간에 대한 거창한 역사적 기록이나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담아내려는 것이 아니다. ● 이 공간 안에서 인간의 힘에 의해 존재의 가치를 깨달을 새도 없이 우리 손에 살해된 그 어떤 생명을 연민하고, 그 공간이 주는 단절과 차별, 그 이기적 의미를 되돌아보기 위해 이곳의 마지막 흔적을 초상으로 오롯이 남긴다 ■ 김승환

김승환_약품창고_매트 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_85×105cm_2016

Space That Has Become a Portrait ● Space Created by Humans, Human Portraits Deriving from This Photographs Kim Seung Hwan displays at this exhibition feature his unique look at buildings used for medical experiments on living animals for decades. These buildings have since been demolished. Kim puts it that the buildings visible here were used by a state institution for many years. Upon closer examination of his photographs we can figure out what instruments and animals were in these buildings based on plaques reading " Inhalation Toxicity Laboratory" and " Radiation Laboratory." There are also visible gas pipes, gas vents, and equipment for the disposal of carcasses. The ceilings whose paint has peeled off or that have caved in imply that a considerable time has passed since this place was closed. Despite this, we are able to imagine what this place was for and how many animals suffered torture and were killed. ● Kim refers to this empty place as " space that has become a portrait." A portrait originally means imitating or copying one's face or expression. That is, it particularly means a painting or a photograph in which the face and its expression is predominant. But, no figure in fact appears in his works. What his photos capture is nothing but empty space in a building. This space was perhaps filled with humans who were busy running experiments and animals that were the objects of such experimentation. Countless experiments were conducted here for decades and humans have been able to gain a better health and an extension of life thanks to the results of such experimentation. However, nobody has paid attention to the fact that innumerable animals were dying for humans. The artist could not see the animals killed in this space left as a ruin. Ironically however, he has discovered humanity's naked face in this ruined place. ● In this sense, what Kim captures is not merely any empty space in a building but the human faces fraught with animals' time of sacrifice and suffering. They are human faces probably further beautified at the expense of animal lives. Humans tend to regard human life as more valuable than animal life, suppressing animals and inflicting torture on them. They do not offer their heartfelt condolences and consolation to the animal victims. The artist more minutely illustrates such aspects of humans in this space in which only the tracks of time are left. The artist seems to more strongly feel such ruined space is another portrait of humanity we want to conceal or are not aware of when he discovered this place. ● The artist cites that space is made by power and one who has power dominates the space. The spaces where animals suffered experimentation and were killed are places included in the Korean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nd the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that give an impression that they are useful spaces for life. However, this means they are spaces useful only for human life. Kim probably took notice of the fact that they are defined from humanity's perspective and by humanity's terms. Not defining spaces others have defined, he cool-headedly holds such spaces in his work just as a reporter deals with the scene of an accident. Spaces visible here may be what we have seen indifferently or what we have wanted to dismiss. But when Kim was here, he obviously realized that this has the face and look of humanity. He unveils human portraits hidden in this way and showcases them as an event through the space where animals have disappeared. What's visible here is a space displaying its past. However, this is a space defined by one who has power and force and may be the human face itself. ■ Lee Seung-hoon

Vol.20170613a | 김승환展 / KIMSEUNGHWAN / 金承煥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