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展 / HURJIN / 許塡 / painting   2017_0613 ▶ 2017_0625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17-7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12×145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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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홈페이지_www.hurjin.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세종호텔 세종갤러리 서울 중구 충무로61-3번지 Tel. +82.(0)2.3705.9021 www.sejong.co.kr www.sejonggallery.co.kr

나의 삶과 예술에 대한 친절한 변명 ● 사람들은 흔히 나이 오십에 이르면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여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한다. 나는 미혹(迷惑)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인 사십 줄에 들어선 후에도 가끔 미혹에 흔들리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수양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하곤 했는데 몇 년이 지나면 내 나이가 벌써 오십이 된다고 생각하니 공포와 회한이 밀려오는 듯 했다. ● 하늘의 뜻을 안다는 것은 말이 쉽지 마음이 모질지 못해 세상만사에 쉽게 휘둘리고 미혹을 가볍게 정리 못하는 나에게는 무척 버거운 것이다. 그래도 지천명은 성인(聖人)의 도(道)를 지향하고자 하는 공자(孔子)님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에서 비롯된 잠언이니 동양화를 전공한 나의 생활척도로 삼으며 흐트러진 내면세계를 제대로 잡아주는 방향타로 삼고 싶다. 즉 세상의 부조리에 민감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나는 하늘이 부여한 자신의 분수를 인식하고 하늘의 순리에 따르고자 한다. 그래야만 관용을 베풀고 삶에 대한 여유와 관조를 지니게 되고 예술을 또한 깊이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17-11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62×130cm_2017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10-46_한지에 수묵채색_130×162cm×5_2010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16-17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62×130cm_2016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17-16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45×112cm_2017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 2017-19_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채색_53×45cm_2017

이전에 나는 세상의 모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서 예술이 시작된다고 보고 이를 작품에 표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 예술이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소위 회자되고 있는 '긍정의 힘'은 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삼라만상에 긍정바이러스를 전염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젊은 날부터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화업에 열중한 것이 엊그제인가 싶은데 벌써 화단에 등단한지 이십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동안에 무엇을 이루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해놓은 것이 없고 내 자신의 기량과 업적들도 빈약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마음은 서럽고 슬프기도 하다. 몇 년 전이면 오기와 집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해보겠다는 각오를 갖겠지만 요즈음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만사가 귀찮은 마음에 초심(初心)이 흔들리게 되는 때도 있다. 잘못하면 내가 혐오하는 이른바 '귀차니스트'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앞선다. 진정한 예술가가 되는 길은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예술의 성공은 초심을 얼마나 지키느냐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 누구나 화가가 되기는 쉬워도 엄밀한 의미에 있어서의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뜻을 가진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의미를 되새기며 어려울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는 다짐을 해 본다. 편안함은 예술가들이 빠져들기 쉬운 치명적 독이자 유혹이다. -중략-

허진_이종융합(異種融合)동물+유토피아 2017-1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45×112cm×2_2017
허진_이종융합(異種融合)동물+유토피아 2017-3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62×130cm×2_2017
허진_이종융합(異種融合)동물+유토피아 2017-5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62×130cm×2_2017

요 몇 년 사이에 전시에만 국한되지 않은 그림과 관련된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신소설 전집 10권의 표지화를 그리는 기회도 있었고 신용카드의 도안을 그렸으며 짧게나마 TV드라마 '이산'에서 도화서 그림제작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중 가장 특별한 경험은 역시 2009년에 동대문운동장 터에 공사장 가림막으로 아트펜스를 디자인하여 설치한 것이다. 높이 6미터 길이 870미터의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7개월에 걸쳐서 수행하면서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기도 하고 타협과 양보를 배우기도 하면서 인생의 큰 공부가 되었다. 확실히 깨달은 것은 모든 세상사에 내재적으로 길흉(吉凶)이 동시에 있는 것이며 선악의 구분이라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 두서없이 나의 삶과 예술에 관해 쓸데없는 넋두리를 친절하게 풀어 논 것 같다. 요즘 다시 주역(周易)을 읽고 있다. 통찰력이 있는 선조의 지혜에 감탄하면서 인생의 의미와 예술의 가치를 음미해 보고 있다. 후학에게 작가로서의 진지함이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2009년 4월 24일, 미술세계 2009년5월호 「살며 살아가며」에서 발췌) ■ 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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