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조원동 1645-2

2017_0614 ▶ 2017_0628

세미나 / 2017_0625_일요일_03:00pm

참여작가 이상용_함혜경_박재영 홍남기_더 바이트백 무브먼트

* 아래 링크를 통해 사전예약을 완료한 이후에 전시 관람이 가능합니다. booking.naver.com/booking/12/bizes/87673

본 전시는 서울시 서울청년예술단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후원 / 서울특별시 주최,기획 / 불량선인

관람시간 / 04:00pm~08:00pm / 주말_02:00pm~07:00pm

강남아파트 10동 1013호/18동 1853호 서울 관악구 조원로 25(조원동 1645-2번지) www.facebook.com/NotGoodKorean www.instagram.com/notgoodkorean

도시/괴담/공백/공포 ● 도시 도처에 이른바 괴담이 떠돈다. 이전까지는 흔히 초자연적 존재나 현상에 대한 흥밋거리 위주의 이야기가 괴담이라는 범주에 놓여 있었다면, 최근 회자되는 괴담들은 이와는 다소 다른 성격을 지닌다. 주로 동시대 도시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사건·사고들이 기괴한 이야기를 생성하는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도시 괴담(Urban Legend)들의 공통분모를 짚어보자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해당하는 사건·사고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사이사이 공백이, 그리고 공백 사이에 존재한다. 이 공백에 구체적인 시공간과 서사를 부여해 정보 부재에 의한 불확실함과 이로 인한 공포나 불안의 감정을 해소하려는 목적 안에서 괴담은 일종의 '대안 논리'로 작동하며 동시에 전파·소비된다. 위협적인 감정으로서의 공포는 주로 불확실함에서 파생된다. 지그문트 바우먼에 의하면 공포의 위협은 '정체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오며, 이는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공포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끊임없이 공포를 이해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점에서 '대안 논리'로써 괴담은 동시대 도시인들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려는 욕망에도 부합한다. 강남아파트 ● 『관악구 조원동 1645-2』展의 전시 장소인 강남아파트는 시공간적 공백을 내재하고 있는 곳이다. 강남아파트는 1970년대 조성된 구로 공단에서 근로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4년 준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주거 단지나 구로 공단 자체에 대한 기록물이나 최근 연구된 자료가 축적된 양과 질에 비교해 강남아파트에 대한 기본적인 기록조차 현저하다는 점에서 시간적 공백이 확인된다. 또한 거듭된 재개발 지연에 의해 주거 공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음은 허물어진 외벽, 임시 비계 등 외관을 통해 명백히 확인된다. 일견 폐허로 비춰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거주민과 그들 삶의 현재진행중이 발견될 때 재난위험등급이 매겨진 거주지로서의 '공백'은 더욱 두드러진다. 마찬가지로 주변의 초역세권, 번화가, 고층 아파트, 호텔 등과 비교해보았을 때 붕괴 위험, 우범지대, 비위생적 환경 등이라는 조건 안에서 강남아파트라는 공간 자체가 공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동시대 도시 괴담이 특정 사건·사고에 대한 공백에 마주하는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시공간적 공백이 발견되고, 이로 인한 거주자/방문자로 하여금 다층적, 집단적 공포와 불안을 끊임없이 야기하는 강남아파트라는 장소는 괴담의 발생지로서 매우 유력한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괴담 전시/전시 괴담 ● 따라서 『관악구 조원동 1645-2』展은 이처럼 괴담이 틈입해 그 공백을 메우기 쉬운 강남아파트의 2개 호수(10동 18호, 18동 53호)를 점유하여 기존의 괴담에 주목해 아카이브하고 이를 변형·재조합 하거나, 각각의 작가가 주목해왔던 괴담을 생성하는 작업 등을 시공간적 공백에 침투·침입시킨다. 나아가 전시라는 하나의 사건을 관객들에게 괴담의 전파 방식을 흉내 내어 하나의 괴담으로서 유포하고, 아파트(혹은 전시장)를 찾아온 관객들에게 마치 괴담의 실체를 직접 목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시를 관람케 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맥락의 괴담뿐만이 아니라 동시대 괴담의 특징적인 생성 원인 및 과정, 특성, 작동방식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괴담의 가능성과 정동적 효과를 타진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용_벽1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7
이상용_벽3_캔버스에 유채_22×27.3cm_2017

이상용은 특유의 '청색' 색감과 중첩되면서 드러나는 붓질의 질감을 살려 회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도시 속 건물의 풍경을 응시적 시선으로 그려왔는데, 이를 통해 도시 공간 내에서 건물들이 지어지고-무너지고-다시 지어지는, 무한한 순환의 서사가 드러난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전시공간인 강남아파트의 외벽과 내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페인트, 혹은 먼지에 의해 면면이 중첩되고, 동시에 중첩된 면들에 균열이 생기거나 벗겨지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아파트 공간 내외부의 여러 장소들은 파편화되어 그려지면서 일견 기록적인 듯하지만, 시간의 흔적들만큼이나 두터운 질감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은 도시 속에서 괴담 그 자체로 떠돌고 있던 강남아파트의 '공백'적인 역사를 속삭이듯 보여주고 있다.

함혜경_Night People 나이트 피플_단채널 영상, 사운드_00:10:00_2017
함혜경_Night People 나이트 피플_단채널 영상, 사운드_00:10:00_2017

함혜경은 동시적이지 않은 화면과 나레이션을 조합한 영상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일정한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는 듯한 영상의 음성은, 마치 기존의 기록을 순서나 구성을 전복시켜 흩뜨려 놓은 듯한 화면의 이미지들과 언밸런스한 균형을 맞춰나간다. 이미지의 다양함만큼이나 나레이션의 화자 역시도 다양한 언어, 톤, 직업 등을 가진다. 본 전시에서는 두 명의 형사가 등장하며, 그들은 강남아파트에 거주하던 한 여성의 실종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실종자의 방이었던 듯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음성은 그녀가 실종 전 남긴 흔적들을 짚어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방 안에서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흔적에의 가능성을 찾길 기대해 보는 듯하다. 편안함의 공간이어야 할 주거지가 몇몇의 가능성들을 통해 날 선 의심의 공간으로 변이하는 긴장감은, 결국 사건에 대한 미결로 서사가 마무리되면서 미심쩍게 흩어진다.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괴담들이 결국은, 진실에의 여부는 '드러내지 않고' 표류하는 듯이 말이다.

박재영_Island episode : Notes Left Behind 아일랜드 프로젝트: 남겨진 쪽지_ 벽면에 드로잉, 주변에서 수집된 오브제, 가습기, 사운드, 현장에서 수집된 먼지_2017
박재영_Island episode : Notes Left Behind 아일랜드 프로젝트: 남겨진 쪽지_ 벽면에 드로잉, 주변에서 수집된 오브제, 가습기, 사운드, 현장에서 수집된 먼지_2017

박재영은 흩어져 떠돌고 있는 대상이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내러티브를 생성해낸다. 일종의 조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그의 서사는 만들어진, 그럼에도 오히려 진실보다 구체적인 근거들에 기반하고 있다.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로 차용된 기존의 소재들은 이제 '괴담'이 되어, 작가-작품-관객을 통해 유포 및 전파된다. 또한 작가는 작업에서 시각 외적인 감각들을 구현해내는 것에 집중하는데, 이는 괴담의 전파에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력을 부여한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어떠한 존재가 있다가 사라진 공간에 잔존하는 자국과 먼지는, 조심스럽게 열려진 문의 빈틈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에서 보다 구체적인 상상을 자극한다. 무엇이든, 혹은 그 무엇도 아닌 것이든 될 수 있을 관객의 상상 속의 대상은 작가가 의도한 서사가 강남아파트 공간 내에 틈입하여 원활히 작동하도록 기능한다.

홍남기_Undead_단채널 영상, 브라운관TV_00:00:35 loop_2017
홍남기_항해_드로잉, 디지털 애니메이션, 2채널 사운드_00:04:59_2017

홍남기는 영상을 주된 매체로 하여,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였던 1970-80년대 반공이데올로기를 중심적으로 다루어 왔다. 작품은 '똘이장군', '북괴군'과 같은 익숙한 반공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삼은 드로잉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대표되며 최근에는 특정 공간에서 '좀비처럼' 퍼져나가는 괴담을 주제로 다루었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국내 7-80년대 역사상 당시의 주요 인물, 사건을 모호하게 재조합한다. 조합된 요소들 사이에 전시 공간인 강남아파트의 이미지를 끼워넣거나-혹은 요소 자체로서 자리 시킨 영상 작업과 오브제들을 통해 과거의, 현재의, 그리고 관람의 순간에도 꾸준히 표류하고 있는 괴담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더 바이트백 무브먼트_불타는 커플_단채널 영상_2017
더 바이트백 무브먼트_시간과 공간의 왕관_단채널 영상_2017

더 바이트백 무브먼트(The Biteback Movement)는 알렉산더 어거스투스, 이승연으로 구성된 작가 듀오로, 괴담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 '종교'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지에 대한 상상을 기반으로 하여 최근작을 진행해 왔다. 그들이 상정한 미래의 한국인 '네오 조선(Neo-Joseon)'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종교를 인식하고 내면화하여 신앙을 지속해 가는지를 영상, 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시각화한다. 본 전시에서 그들은, 기획자들이 괴담의 진원지이자 그 자체라고 전제한 강남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괴담적 종교-혹은 종교적 괴담을 두 편의 영상 작업을 통하여 보여준다. ■ 불량선인

전시 연계 세미나 「도시 공간 속 괴담과 정동」 - 일시 : 2017. 6. 25. Sun, 15:00 ~ 17:00 - 장소 : 강남아파트 18동 53호 - 강연자 : 백승한 박사 도시 공간의 건축적 요소가 도시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정동적 영향에 대해 연구해 오고 있는 연구자 백승한 박사의 주도 하에 동시대적 의미를 지니는 괴담이 도시 공간 속에서 생성·전파되고, 정동을 유발하는 과정을 정동 이론의 학술적인 언어와 방법론으로 고찰해보는 세미나를 진행한다. 이어서 참여 작가와 기획자, 관객이 함께 앞서 언급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와 출품작이 강남아파트라는 도시 공간에서 괴담으로서 작동할(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Vol.20170614i | 관악구 조원동 1645-2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