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Trip & Portable Museum Project-동네미술관 한 바퀴

이정윤展 / LEEJUNGYOON / 李姃潤 / mixed media   2017_0708 ▶ 2017_0930 / 월,공휴일 휴관

이정윤_Round Trip_입양자들로부터 돌아온 봉제인형_가변크기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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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708_토요일_05:00pm

주최,주관 / 헬로우뮤지움_C program 후원 / C program_서울특별시 협찬 / Faber Castell

박연정 무용단의 공연 / 전시기간 중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04:00pm

관람료 / 개인 5,000원 / 단체(10인 이상) 4,000원 아트런 / 개인 20,000원(90분) / 단체(10인 이상) 12,000원(60분)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입장마감_04:30pm / 월,공휴일 휴관

헬로우뮤지움 HELLO MUSEUM 서울 성동구 금호로 72 Tel. +82.(0)2.3217.4222 www.hellomuseum.com

현대미술의 큰 덕목 중 하나는 상식과 고정관념을 향해 반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이성이 만들어낸 동굴 안에서 조금씩 자라나 커다란 종유석으로 굳은 것들, 이를 테면 상식과 고정관념, 진리, 정의 같은 것들은 사유의 유연함을 잠식시키고, 자유로운 삶의 태도를 억압한다. 따라서 예술은 생각과 판단의 저변을 확장하고, 그 사이 사이에 틈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정윤의 '포터블 뮤지움(Portable Museum)', '실크로드(Silk Road)', '소프트 프레임(Soft Frame)', '트렁크 프로젝트(Trunk Project)' 등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정윤_Round Trip_입양자들로부터 돌아온 봉제인형_가변크기_2013
이정윤_Trunk Project_PVC, 공기주입모터_가변크기_2011~3
이정윤_Round Trip_PVC, 공기주입모터, LED_550×400×400cm_2017

특히 작가는 마르셀 뒤샹이 1935년부터 1941년까지 진행하였던 '부아탕발리즈(La Boîte-en-Valise / Box in a Suitcase)'에서 영감을 얻어 '이동이 용이한 / 휴대가 가능한 미술관(Portable Museum)'을 만들었는데, 이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거대담론을 담으면서 우뚝 서있던 기념비적 예술작품에 대한 반성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뒤샹은 자신의 작품들을 수집하여 슈트케이스에 넣고 다니는, 이른바 들고 다닐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면서 '삶 자체가 되는 예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실천하였는데, 이정윤의 작업 역시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작가는 '포터블 뮤지움'에서 여행가방 모양의 빈 장소를 만들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벤트를 예술 안으로 흡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삶=예술'의 현상은 다른 작품들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정윤_On the Edge_PVC, 공기주입모터_200×340×200cm_2011
이정윤_On the Edge_PVC, 공기주입모터_200×340×200cm_2011

거대한 몸집을 하였으나 자신의 육신을 편안히 두기에는 너무도 불편한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 사회생활에서 격식과 매너의 도구로 활용되다가 길(Road)이 된 넥타이, 바닥이 아닌 벽에 설치된 침대 매트리스와 유연하고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진 각진 틀 등. 이정윤의 작업 전반에서 보이는 특징은 일상적이고 난해하지 않은 요소들을 차용하여 그 안에 은폐되어 있는 다른 의미들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작가가 자주 이용하는 모티프는 코끼리이다. 코끼리는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특이한 점은 모계 중심의 사회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코끼리는 공고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으며, 책임감과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작가 이정윤은 이러한 코끼리의 특성을 인간의 그것과 연결 지으면서,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 즉 그녀의 손을 거치며 부드럽고 가벼운 공기조형물로 새로이 탄생한 코끼리는 암암리에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받는 책임감과 모성애가 강한 여느 여성이 전족처럼 자유와 쉼을 억압하는 하이힐을 신을 채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로 이 작품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더불어 젠더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정윤_Ready To Go: Portable Museum_PVC, 공기주입모터_250×600×2500cm_2014
이정윤_Silk Road_기증 받은 넥타이, 바느질_160×1600cm_2015

수많은 넥타이가 연결돼 탄생한 '실크로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대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던 길인 실크로드는 상품과 더불어 경제, 정치, 문화의 요소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다. 물론 이 길은 폐쇄된 각 세계를 연결하는 긍정적 역할을 주로 하였으나, 반면 시간이 흐르면서 각 세계의 고유한 차이를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으로 폄훼하게 되면서, 이후 전 세계가 서구식으로 동일화되는 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넥타이의 역할도 유사하다. 디자인과 형태가 다르다 하더라도, 그것을 매는 순간 대부분의 성인 남성은 사회인이 되며, 동일한 격식과 매너에 얽매이게 된다. 고로 작가가 이러한 넥타이를 풀어헤쳐 밟고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은 일종의 시스템으로부터의 자유를 허락하는 사건처럼 보인다.

이정윤_Ready To Go: Portable Museum_PVC, 공기주입모터_250×600×2500cm_2014
이정윤_Ready-To-Go_장지에 혼합재료_31×21cm_2017

이러한 이정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주변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것들, 너무도 가까워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것들에 다시금 주목하고, 그것들이 내면에 지니고 있는 다채로운 특징들과 감정과 생각 등을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정 아름다운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알랭드보통의 말처럼, 빛나는 호기심으로 일상의 것들을 여행할 때 그 안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발견되곤 한다. 따라서 이정윤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수많은 '삶=예술'의 요소를 통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람, 사물, 장소를 여행해보자. 어느덧 그것들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주는 보석같은 존재가 되어있을 것이다. ■ 헬로우뮤지움

Vol.20170708e | 이정윤展 / LEEJUNGYOON / 李姃潤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