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형展 / BOKKIHYEONG / 卜箕炯 / sculpture.installation   2017_0712 ▶︎ 2017_0717

복기형_먼지채집_방충망, 아연강선, 반생철사, 쿨링팬, 타이머_100×30×50cm_200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충북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코사스페이스 KOSA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0(관훈동 37번지) B1 Tel. +82(0).2.720.9101 www.kosa08.com

먼지채집 ● 음식을 만드는 이들은 식재료 고유의 맛이라고 하던가? 자기 의지도 관여도 최소화하는 소극적 대처, 물성을 크게 해치지 않고 본성이 드러나기를, 알 수 없는 존재의 신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오기를 바라는 듯 한 그의 작업은 마치 종교적 행위와도 다름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조미료에 익숙한 사람에게 식재료 고유의 맛은 네 맛도 내 맛도 아니요 예술(Art)과 인공(Artificial)을 구분해 볼 수 없는 눈에 그의 작품은 그저 스쳐 지나기 쉽고 인지하기 어려운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그는 더 말하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작품이 관람자와 직접 상호작용을 일으키기를 바라며, 그 상호 작용에도 혹시 인공 조미료와 같은 자신의 생각이 가미될까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서 더더욱 알기가 어렵다. 반면 알았다고 한다면 복기형의 작품은 이미 해체의 과정을 시작한다. 정리하기 어렵게 구부러진 철사 몇가닥, 시간이 지나며 먼지에 더럽혀지거나 빛바래질 방충망. 전기에 의해서 돌아가는 팬, 그걸 초단위로 끊어서 구동시키는 타이머, 이와 같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순한 매체를 손쉽게 전시장에 풀어 놓는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쉬운 소재도 아니며 가치와 의미가 축소 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복기형 작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복기형_먼지채집_방충망, 양파망, 아연강선, 반생철사, 쿨링팬, 타이머_50×350×50cm_2014
복기형_먼지채집_방충망, 양파망, 아연강선, 반생철사, 쿨링팬, 타이머_50×350×50cm_2014

그의 작품은 고무비행선 같기도 하고, 물고기 뱃속의 부레 같기도 하며, 탐욕을 소화시키기 위하여 무던히 애쓰는 위장 같기도 하다. 또 어떤 것은 며느리 주머니꽃 같기도 하다. 그의 비틀어 보는 방식에 보는 사람의 관절이 비틀어진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알아보려고 애씀이다. 이 정도까지 들어와 보면 복기형의 작품세계는 정교함, 깔끔함, 세련미, 즉예견되는 변형과 의도된 비틀림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더욱이 모듈(module)화가-깔끔한 탈부착과 대체를-가능하게 하는 시대에 역으로 그의 작품은 탈부착과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그 존재 자체이다. 작품의 외형적 크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그래서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팬이 지루하게 빛을 발하며 공기를 불어 넣는다. 숨과 숨이 계속되는 것이 생명이 있음을 확인 시켜 주듯 작동과 멈춤을 반복하는 연속이 생명의 존재를 확인 시키고 있는 것이다.

복기형_먼지채집_코사스페이스_2017
복기형_먼지채집_방충망, 아연강선, 반생철사, 쿨링팬, 타이머_80×30×25cm_2008
복기형_먼지채집_코사스페이스_2017
복기형_먼지채집_방충망, 아연강선, 반생철사, 쿨링팬, 타이머_40×300×45_2009

허공에 매달린 먼지 채집기에 공기를 불어넣는 Fan(날개)을 보며 어느 현인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새가 어떻게 날 수 있느냐?" 대답이 너무 쉽다. "날개가 있어서 날 수 있다." 현인이 다시 묻는다. "죽은 새도 날 수 있느냐?" "아니다" ● 새가 날 수 있음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조심스럽게 먼지채집에 나서고 재료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 하며 살리고 싶은 것은 신이 불어 넣어준 생명력이 아닐까. 새는 날개가 있어서 난다는 분석적인 지식에 대한 축적 욕구가 강한 나머지 질문을 쉼 없이 던지는 사람에게 복기형은 바람에 흔들리고 세월에 꺽여버린 갈대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 그래 갈대는 철사를 닮아 있다. 갈대 역시 신이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이며 고유목적에 따른 작용을 하고 있음을 모듈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어찌알까. 카오스로 보이는 순환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갈대는 그저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싶은 하찮은 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물길은 직선으로 뚫리고 습지는 운동장으로 바뀌어야 직성이 풀리는 경제적 강박에 시달린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신은 자연이요 자연이 신이다"라는 스피노자의 범신론은 갈대밭처럼 돈이 되지 않는다. 복기형의 작업도 돈이 되지 않는다. 혹 돈이 좀 있었다면 그는 방법을 달리해 보지 않았을까 라는 말들을 듣곤 하지만 별 아랑곳 하지 않는 그의 작업태도는 충주에서 작업과 농사를 병행해가며 살아가는 주변인(경계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마치 그의 작품 안에 흡입되는 공기와 방출되는 공기 사이에 존재하는 필터를 닮았다고나 할까.

복기형_먼지채집_방충망, 양파망, 스텐레스강선, 반생철사, 쿨링팬, 타이머_가변크기_2017
복기형_먼지채집_부분
복기형_먼지채집_부분

흔히들 예술은 미를 추구한다고 한다. 미(美)란 무엇인가. 이 거창한 질문에 복기형은 예술에 비장해지지 말자고 한다. 불안한 인식론적 한계 때문이리라... 사유의 몫을 관객에게 돌리는 복기형에게 예술은 불쏘시개에 불과하겠지만 존재의 본질과 의미로 가득 찬 것, 날개가 아니라 날개 짓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이 충만한 아름다움이 폐부까지 시원하고 맑게 해줄 공기와 같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게 전달 되기를 두 손 모아 본다. ■ 채호병

Vol.20170712a | 복기형展 / BOKKIHYEONG / 卜箕炯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