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Sea Route

이지유展 / LEEJIYU / 李誌洧 / painting.video   2017_0816 ▶ 2017_0830 / 월,일,공휴일 휴관

이지유_흩어진 몸_종이에 수채_112×14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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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816_수요일_06:00pm

2017 CR Collective Summer 전시지원 공모展

아티스트 토크 / 2017_0816_수요일_05:00pm

주최 / 재단법인 일심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일,공휴일 휴관

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Tel. +82.(0)2.333.0022 cr-collective.co.kr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이지유는 현재 부동산의 가격상승과 함께 지상낙원의 휴양지로 변해가는 제주도를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하다. 그녀가 바라보는 제주도는 그냥 단순히 화려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1948년의 비극인 제주 4.3사건,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남북분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생이별을 해야 했던 비운의 여인 해녀 양씨할머니의 개인사에 이른다.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과 제주도 주변의 바다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에게 국가라는 경계는 어떤 것이고, 남북경계해역이나 관련규정들은 무슨 의미가 있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는지 묻는다. 그리고 작가는 이념의 경계가 빚어낸 수많은 희생자들, 소외되어 짓밟힌 개인들의 삶에 집중한다. 경계가 만들어낸 해로를 추적하여 팩트로 남겨진 부분에 대한 정확한 보고와 함께 동시대-동지역에서 체화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지유_흩어진 몸_종이에 수채_53×65cm_2016
이지유_강철 무지개_종이에 수채_91×116cm_2016

이지유의 작업은 일견 일상을 담은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이를 염색하듯 지속적으로 종이에 물감을 먹인다. 마치 마음속 깊숙이 꾹꾹 눌러 담은 답답함을 종이에 풀어내고 있는듯하다. 작가는 바닷물을 듬뿍 머금은 듯 종이위로 배어나온 수채의 느낌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작품에 보이는 모습들은 자잘한 일상과 역사적·현실적·물질적인 세계로부터 작가가 선택하고 포착한 순간들이다.

이지유_해로_영상_00:05:00_2016

이번에 전시할 작품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가르며 생기는 해로를 따라, 경계주변에서 부유하고 타자화 되는 제주 섬 유민들의 모호한 삶의 자화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페인팅 속 형상들은 모호하고 흐릿하여 나른한 기억의 잔상, 또는 어느 봄날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있는 섬마을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호함이라는 한계가 작가에게는 바로 인식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러한 관점을 통해 서로 상반되는 장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긴장, 그로인한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드러난다. 공간을 뛰노는 듯한 사람들의 몸,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들의 뒷모습, 무지개 및 대기 속에서 출항하는 배 위의 사람들, 그리고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친 파도의 모습들이 어슴푸레한 형상들 속에서 분명하게 두드러져 나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어떤 곳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불만이자, 긍정과 부정을 가로지르는 불안정한 내적 풍경화" (작가 작업설명 중에서)가 된다.

이지유_무제_종이에 수채_72×72cm_2017
이지유_무제_종이에 수채_72×72cm_2017
이지유_출항_종이에 수채_72×72cm_2017

이지유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제주도민이자 작가로서의 이지유이다. 제주 출신의 활동작가인 이지유가 겪는 소외의 느낌과 일제강점기부터 남북분단이라는 한국의 굴곡진 역사 속 제주가 겪은 타자화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철저하게 무시되어 불평등함을 강요받는 개개인들의 경험 사이를 오간다. 2014년 전시 '유민The Migrants'에서 선보인 「군대환(기미가요마루 호)」을 시작으로, 2016년 오사카에 거주하는 양씨해녀와 같이 처절하게 경계주변에 버려진 사적 삶을 조명한 전시 '유영遊泳', 그리고 이번전시, '해로Sea Route'에서는 제주에서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들과 개인의 삶을 다룬다. 제주 4.3사건 당시 사라진 죽성 마을에서 부동산개발로 무차별 잘려나가 버려진 나무들을 채집하여 청사진으로 뜨고, 기사화된 역사적 사건들을 텍스트로 옮기며, 오사카로 이동했던 재일 제주 인들의 바다 길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이지유_해로_영상_00:05:00_2017

어린 시절 작가의 세계였던 제주는 바다로 둘러싸여 밖으로 한걸음도 내디디기 힘든 진정 섬이었다. 모든 사건과 이미지들은 그 좁은 장소 안으로 닫혀 있었고, 섬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그간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장소의 과거와 현재, 그곳에서는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해지지 않는 것들, 숨겨지거나 서서히 잊히고 있는 것들이 그의 작품 속에 담겨져 있다. ■ 오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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