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 한 물줄기의 이름 No-mind, the name of a stream

전혜주展 / JUNHYEJOO / 田惠註 / installation   2017_0901 ▶︎ 2017_0910 / 월요일 휴관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시멘트, 철근, 진동스피커, 앰프_가변설치_2017

초대일시 / 2017_0901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0)43.201.4057~8 www.cmoa.cheongju.or.kr www.cmoa.or.kr/cjas/index.do

2017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과 작가들 만나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고 나눠보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 작업에 대한 폭을 넓혔다. 이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을 선보인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인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을 교류한다. ● 릴레이전 네 번째 작가로 전혜주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혜주는 그간 작업들을 살펴보면 공공장소에서예술 개입의 가능성과 미술관이라는 정지된 공간 밖의 예술적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혜주 작업의 주된 소재는 특정 장소와 공간의 역사성, 흔적, 경험에 대한 것으로 도시공간을 배경으로 일어난 개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가시화 하고자 한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수집한 도시의 다양한 정보들을 특정장소에 개입하여 설치하며 공간의 관찰과 변형, 역사적 흔적을 재구성하는 방식의 작업을 한다.● 최근 전혜주의 작업은 청주스튜디오에 입주 후 청주라는 도시를 조사하며 드러난 지리적 장소에 대한 의미와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낡은 것, 어두운 옛 이야기가 담지된 곳을 버리고 반짝이는 새로움의 추구에 대한 의문과 그 사라지는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다. 도시화라는 표본의 거대한 반짝임 뒤에 감추어져 사라진 장소에 이야기들을 폐기된 건축물 속 철의 이미지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전혜주는 사라져가는 폐허 속에서 발견된 철근 덩어리들을 다시 콘크리트로 마감된 조형물을 제작하고 철근 위 미세하게 반응하는 스피커를 설치하여 철이 진동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도시화라는 욕망 뒤 사라지는 한 페허의 동네를 조사하며 만난 노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적인 시간의 메시지와 묵묵히 흐르는 자연 시간의 경계에서 흔적으로 남겨진 또 다른 이미지를 들춰내는 것이다. 공공 장소의 역사적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의미를 흔적으로 들춰내는 작업들의 맥락에서 이번 청주에서의 작업도 오랜 시간의 다층적인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시멘트, 철근, 진동스피커, 앰프_가변설치_2017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수집된 콘크리트_가변설치_2017

'청주 무심천변에 오두막집을 짓고 다섯살짜리 아들과 함께 사는 여인이 있었는데 집 뒤로 시냇물이 흐르고 그 천을 건너는 통나무다리가 있었다. 어느 날 행자승이 찾아와 여인은 아들을 부탁하고 일보러 나갔고 아이를 돌보던 행자승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행자승이 잠에서 깨었을 때 돌보던 아이가 주검이 되어 그 여인에게 안겨있었고, 행자승이 잠든 사이 아이가 통나무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져 죽었던 것이었다. 여인은 아이를 보내고 삭발한 후 산으로 들어갔다. 이 소식이 인근 사찰에 전해지자 승려들이 크게 부끄러워하며 아이의 행복을 빌기로 하였고, 100일 만에 통나무 다리 대신 돌다리를 세웠다. 이 같은 사연을 알 리 없이 무심히 흐르는 이 냇물을 사람들은 무심천이라 부르게 되었다.' - '무심천' 이름의 유래로 전해지는 설화 ● 청주를 리서치하며 돌아다니던 중 무심천 인근의 아파트건축 공사를 위해 철거된 오래된 주택가의 커다란 폐허를 발견했다. 그 앞을 흐르는 무심천은 상당구에서 발원하여 청주 시내를 동서로 갈라 관통하는 도심하천으로, 청주의 오랜 역사를 함께해온 중요한 자연재이다. 이 물줄기는 미호천과 합류하여 금강을 만나 서해로 흘러간다. 현재 무심천 주변은 오래된 구옥들이 새것이 되기 위해 재개발이라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프린트, 사진시리즈_가변설치_2017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프린트, 사진시리즈_가변설치_2017

'무심'이라는 이름은 그 뜻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설들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묵묵히 지켜보며 무심하게 흘러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누군가의 아픔이 있을 때는 더욱 그 무심(無心)함에 힘이 실어진다고 생각되었다. 위와 같은 설화가 전해지는 무심천 바로 앞에 훤히 드러나 있는 재개발지역의 부서진 잔해들을 바라보며 여기 천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 그러던 중 그 철거현장을 답사하다가 우연히 여기 철거된 곳 한가운데서 태어났다는 한 중년남성을 폐허더미의 언덕 꼭대기에서 마주쳤다. 여기 있던 오래된 집들마저도 듬성듬성하던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 남자는 이 폐허벌판이 오히려 옛날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여 걸어 나왔다고 했다. 청주에서 삶의 희노애락을 모두 맛본 그는 청주가 싫어져서 15년간 부산에 배를 타고 선박을 용접하는 일을 나갔다가 돌아왔다. 여기 무너진 집들 중엔 어릴 적부터 막노동으로 아르바이트할 때 바로 앞 무심천에서 길러온 자갈들을 이긴 시멘트로 그가 직접 지은 집도 있었다. 그런 그의 직업은 본래 철쟁이, 용접공이었다. ● 철이 사회, 정치적 변동에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던 백제시대, 충북의 요충지로서 철 생산지 중 하나였던 청주 - 이 땅이 아주 어릴 때부터 이곳의 사람들은 철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고 나라의 흥망을 꽤 할 수 있는 큰 힘이 철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청주 - 이곳에 남겨진 철들은 단지 철근이라는 형태로 건축물들을 채우고 지탱하다 또 다시 재개발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처참하게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에 묶여 구부러지고 엉켜져 있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프린트, 사진시리즈_가변설치_2017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프린트, 사진시리즈_가변설치_2017

철거지역에서 만난 그의 인생도 이 구부러진 철근 가닥들처럼 많이 휘어져 있었다. 이 땅에서 맺었던 백년가약의 인연도, 천륜도, 행복한 시간이 무색하게 너무 일찍 함께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만난 개인의 극적인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옆을 쉬지 않고 무심히 흐르던 무심천의 시선으로 관망할 수 있을 뿐이었다. 평생을 노동으로 값을 치루며 살아온 그의 인생은 흐르는 하천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 체 흘러가버렸지만 나는 한 사람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기억들을 철이 매개체가 되어 연결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 이번 작업 과정에서 나는 철이 가진 고유의 속성과 쓰임새, 그리고 그 역할이 과거와 현재 도시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대변해왔고 또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삶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찾아보고자 했었다. ● 공사 현장에서 수집되어 전시장으로 옮겨온 철근들은 각자 제각기 구부러진 모양으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나눈다. 관객은 진열된 철근을 직접 손에 쥐고 귀에 가까이할 때 철근이 진동하며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도록 고안 되었다. 철근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우연히 무심천 앞 철거된 주택지에서 만난 57세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된 - 청주의 역사와 장소와 얽힌 개인사이다. 더불어 철이라는 물질을 모티브로 변화하는 문명과 그 속에 묻혀온 노동에 대해 고민한 사유의 흔적들이 텍스트화 되어 소리로 읊어지고 들려진다.

전혜주_무심(無心)_한 물줄기의 이름_프린트, 사진시리즈_가변설치_2017

나는 이 작업에서 작가로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직간접적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의 흔적을 수집하는 이방인이 되려고 하였다. 이 작업은 결론적으로 특정 도시에서 발견하고 모은 단서들을 가지고 그 도시의 이미지를 구현해 보려는 시도였다. 청주라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생소함은 철이라는 동질의 소재를 통해 하나의 구체적 이미지로 변형되고 완성 되었다. ● 인간이 이뤄온 여러 문명 이래 끊임없이 끓고 식으며 생산된 철과 거기서 피어난 녹. 그 뒤에 감춰진 무수한 노동의 역사가 굽어진 철근 뿌리들이 울려내는 진동소리를 통해 관객들의 피부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 비정형적으로 부유하던 이 도시의 이미지를 각자의 상상으로 그려보고,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지만 현재 고물상을 전전하고 있는 철의 살아있는 역사가 청주의 무심천 변 모퉁이에서 태어난 한 사람의 인생과 중첩되어 또 다른 하나의 시공간으로 펼쳐졌으면 한다. ■ 전혜주

Vol.20170903b | 전혜주展 / JUNHYEJOO / 田惠註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