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월展 / LEEGYEWEOL / 李桂月 / painting   2017_0913 ▶ 2017_0918

이계월_성산동(새벽)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7

초대일시 / 2017_09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 스페이스 INS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2층 (구)가나아트 스페이스 Tel. +82.(0)2.734.1333 www.insaartspace.com

풍경, 재현 너머의 시간에 서성이다 ● '깊은 어둠'이 인상적인 작가 이계월의 작품에서 빛은 주요 요소로 자리한다. 어둠 속에서 발하는 스산한 형상을 비추는 것도 빛이요, 일상에서 걷어 올린 자연을 드러내는 데도 빛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린 묘사된 자연 형상과 그림자를 먼저 보지만 그건 모두 빛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 이계월의 그림에서 빛은 색이 되고 색은 다시 이미지를 끌어낸다. 이미지는 간혹 진한 침묵 아래 스며들거나 밤하늘 흩뿌려진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안착한 듯 소소한 자연물(꽃, 나뭇잎, 바람 등)로 피어난다. 그리고 이 자연물들은 지극히 평범함에도 사물과 현상, 시선에 대한 새로운 감정과 메시지를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이계월_적막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7

이계월의 그림은 분명 구상이나, 함축한 시간의 흐름과 응축된 감성의 일부를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상에 가깝다. 사실주의적 경향과 추상성을 가시화하는 미적 알고리즘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눈앞에 비춰진(또는 비춰지는) 외상을 포함해 다분히 서사적인 이미지의 저편을 포박한다는 사실은 실제의 반영이면서도 극도의 재현이 아닌, 작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덧입힌 것이랄 수 있다. ● 이계월의 작품은 일반적 인지로써 사실주의에 가깝지만 기록의 우월성이나 재현성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는 게 옳다. 그 보다는 작가 자신의 내면성의 투사, 일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연의 본질과 자신 내부에 들어서 있는 실체를 교차-이해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달리 말해, 의식으로 수용해 감각으로 탈바꿈시킨 사물을 통해 나름의 미적체계와 작가 자신의 존재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라 해도 무리는 없다.1) 그리고 그 표상엔 보이거나 혹은 감춰진 여러 특징들이 함유되어 있다. 

이계월_서호공원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7

우선은, 검은색과 푸른색이 지배하는 작품들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대체로 그의 그림들은 청녹색과 검녹색이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에푸수수한 형상과 더불어 매우 불안정하면서도 차분하다는 잔기를 동시에 심어준다. 한편으론 이 불안정함과 침착한 여운이 덩어리진 어둠을 조각하는 빛과 색의 존재성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빛과 색은 시간의 찰나마저 불러온다. ● 이 조용한 울림과 시간의 찰나를 잉태한 작품은 빛이라는 무형의 실체를 역으로 가시화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의미부여가 가능하지만, 변모하는 시간을 낚아채 정지시켜 놓고 있다는 데 방점이 있다. 그리고 그 정지된 시간 사이엔 작가가 서 있고 자연이 응답한다. 자연이 말하고 작가는 그림으로 적는다.

이계월_봄 밤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6

무엇보다 그림들은 흡사 바람에 몸을 맡겨 이리저리 흐느적거리는 듯한 이미지들처럼 작가 자신의 흔들리는 삶을 투사한 느낌이 물씬하다. 즉, 모르긴 해도(작가조차 말해준 적 없지만) 원형을 갖춘 고유의 자연물을 묘사함으로써 삶 속에서 느끼는 혼돈과 질서, 시작과 끝을 모른 채 살아가야하는 지난한 삶의 구조를 대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풍경, 재현 너머의 시간에서 서성이는 것"으로 이해한다. ● 또 하나의 특징은 익숙한 것의 낯섦에 있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여러 풍경 중 하나에마저 특유의 예민한 감각으로 정밀하게 고찰한 후 자신만의 어법으로 화면에 옮긴다.(이는 아마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거주환경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그리는 대상들은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것이기에 식상하지만 그의 그림 내부에 똬리를 틀면서 전적으로 이계월만의 어법으로 변화한다. 2)

이계월_기도의 형식_캔버스에 유채_130.3×194cm_2017

마지막 특징은 서정성이다. 이 서정성은 어스름을 뚫고 일어선 빛이 어두움과 호흡하는 시간, 마치 청명한 공기를 예민한 시선으로 흡수한 듯, 한 순간 사라지는 빛과 긴 여울을 남기는 감성의 조율이 배어나온다. 그것은 빛과 색, 명암, 운율이라는 네 요소 아래 피어나고, 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밤은 밤만의 풍경으로, 자리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작가의 감성이, 일상이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지 알려주는데, 그 사이사이에 작가의 존재가 시선으로 맺혀 있음 역시 발견하게 된다. ● 결국 이계월의 그림들은 일상의 한 단락과 무관하지 않다. 녹색과 검정계열의 한두 가지 색만으로 직조되어 있음은 그만큼 마음 속 고뇌가 옅지 않음을 뜻하며, 빛을 수용하고 있다는 건 무언가의 갈망을 의미한다. 다만 관람자들은 대체로 시각을 사로잡는 디테일한 자연의 외형에만 눈길을 주기 십상이기에 일반적으론 눈치 채기 어렵다. 노골적인 수사에 멈추지 않고 작자와 타자 간 감성의 교류와 시공의 흔적을 열람케 하므로 읽어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존재하는 이유와 실제의 가치를 가리키며, 여러 풍경들은 곧 작가의 대리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계월_달 빛_캔버스에 유채_60.5×72.7cm_2017

빛은 드러냄이지만 빛의 소멸은 어둠의 등장을 예고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를 화면 속에서 공존-교차시키며 자신만의 나침반을 생성해간다. 그가 다루는 소재가 비록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이기에 편안한 여운을 전달하는 반면, 그 본질은 빛과 색을 타고 흐르는 생동감과 생명성, 초로한 것에도 눈길을 두는 삶의 아련함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3) ● 사실 필자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만의 감성에 의해 거둬지는 전개방식에 흥미를 가진다. 현실에서 보고, 마주하는, 마주했던 단편적 사실들을 은유와 표현의 직접성으로 접근하고 있음도 눈에 잡힌다. 그곳에는 스스로의 삶을 텃밭으로 한 작가만의 내레이션이 이입되어 있고, 대상들에 대한 묵상의 시각이 어느 한 언저리에서 피어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다.

이계월_코스모스_캔버스에 유채_45×72.7cm_2017

그러나 여타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그래서 자주 언급하기도 하는) 그 또한 하나의 심상을 지닌 객체의 주관적 접근성과 작자의 의도가 보다 더 원활한 양상으로 전개되려면 외형에서 내면으로-형상에서 인식으로-설명이나 기술이 아닌 감각의 전환을 보다 가중시킬 필요가 있다. 표현에 있어서의 '덜어냄'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미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출구가 열린다. 현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그림 속에서만큼은 나를 옥죄는 세상 많은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잠시라도. ■ 홍경한

* 각주 1) 이계월의 작품들은 빛과 색, 명암법에 의존한 채 마치 실사처럼 정교한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적 표상이라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2) 여기서 언급한 이계월만의 어법이란 어쩌면 하찮을 수 있는 사물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낯익은 것에 대한 특별한 의미 부여, 거창함 대신 소소한 것에서 삶의 미감을 찾으려는 양태를 가리킨다. 3) 마치 깊은 수면 아래 침잠된 채 무한한 빈자리와 채움의 교집합을 드러내는 것처럼 그의 그림들은 그렇게 나지막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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