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걷다 A Walk Througe Time

유근택展 / YOOGEUNTAEK / 柳根澤 / painting   2017_0908 ▶ 2017_0929 / 월요일 휴관

유근택_나_종이에 수묵채색_117×91cm_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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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홈페이지_www.geuntaek.com

초대일시 / 2017_0908_금요일_05:00pm

광주화루 작가상 수상기념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주 수요일)_10:00am~08:00pm * 전시종료 30분전 매표 및 입장 마감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신문로 2가 1-101번지) 제1전시관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유근택/ 일상을 해체하고 재구조화하는, 일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 전통적으로 수묵은 관념이 강했다. 산수를 그릴 때도 그랬고, 소위 수묵화운동에서처럼 추상으로 표현된 먹 고유의 물성을 강조할 때도 그랬다. 이처럼 관념에 얽매인 수묵을 지금여기의 현실로 끌어내려 현재를 표현하고 일상을 표현한 것에 유근택 회화의 새로움이 있다. 그 새로움은 일상성 담론을 선취하는 것이었고, 그 담론에 걸 맞는 형식을 예시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보편화된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유근택의 회화가 그 보편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근택의 회화는 일상을 우주와 세계 그리고 존재가 수렴되고 확산되는 장으로 보고, 시종 그 일상을 표현하는 것에 바쳐졌다. 이렇듯 일상에의 오롯한 자기투사는 거대담론에서 미시서사로 그 중심축이 옮아가고 있는 당대 담론의 생태학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유근택_문밖을 나선 풍경_한지에 채색_117×91cm_1994

그러므로 문제는 작가에게 일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작가에게 일상은 그저 현실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중층화된 현실, 현재와 상상력이 상호 간섭하는 현실, 현실과 비현실이 상호 연동되는 현실, 현재의 틈새를 드러내는 현실처럼 다중적이고 다의적인, 유기적이고 가변적인, 상호간 이질적인 지층들이 하나의 층위로 포개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회화는 그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조화해 새삼 일상을 되돌아보게 했고, 다른 눈으로 일상을 보게 만들었다. 작가에게 일상은 일차원적인 평면이 아니다. 시공간도 그런데, 시간도 얽혀있고 공간도 얽혀있다. 일상에는 사회적인, 정치적인 그리고 존재론적인 사건과 장면과 풍경이 낱낱이 등록된다. 그렇게 등록된 일상에 얽혀있는 시공간이 매개되면서 다른 풍경, 다른 장면, 다른 사건이 열린다. 하나의 풍경 위에 같으면서 다른 풍경이 포개지고, 하나의 사건 위에 같으면서 다른 사건이 중첩된다.

유근택_아이_한지에 수묵채색_130×160cm_1991
유근택_유적, 혹은 군중으로 부터_한지에 수묵채색_265.5×638cm_1991

유근택의 회화는 그렇게 포개지고 중첩된, 같으면서 다른 풍경과 장면과 사건의 결을 드러내고, 층간을 드러내고, 사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여하한 경우에도 일상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 때로 일상으로부터 너무 멀리 가거나 너무 가까워서 마치 사각지대가 그런 것처럼 그 실체가 잘 안 보이거나 잘 안 잡힐 수는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때에 마저도 일상은 여전히 확장되고 심화되는 중이다. 이로써 유근택의 회화는 일상의 겹구조를 벗겨내는 것이고, 때론 그 숨겨진 의미를 캐내는 것이란 점에서 발굴에 비유할 수가 있다. 일관되게 일상성 담론을 매개로 뚜렷한 자기형식을 성취한, 그리고 그 성취가 또 다른 성취를 불러오는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유근택_바닦, 혹은 또 다른 정원_한지에 수묵채색_148×547cm_2004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임종을 앞둔 할머니 곁을 지키면서 죽음이 진행되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 도구며 과정을 작가는 모필사생이라고 부르는데, 그저 사물대상의 감각적 닮은꼴을 넘어 사물대상의 본질에 이르게 해주는 수단이며 방편이 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도시의 일상, 사회의 일상, 존재의 일상을 기록하는데, 현실주의 개념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예컨대 도시의 아이콘이랄 수 있는 지하철 정경을 통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잊은 채 망각된 삶을 사는, 그리고 그렇게 하루살이처럼 그저 주어진 오늘을 살아갈 뿐인 보통사람들의 초상을 그려내는데, 소위 도시회화로 범주화되는 회화 경향을 예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제도와 개별주체와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불심검문을 통해, 그리고 기념비적인 동상이 서있는 이질적이고 생뚱맞은 공원정경을 통해 소위 사회적 풍경을 예시해준다.

유근택_영원한, 혹은 영원할 수 없는_한지에 수묵채색_173×137cm_2008

이런 도시회화와 사회적 풍경은 결국 그 도시며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면하고 겪는 존재론적 문제로 수렴된다. 그리고 작가는 이를 일련의 자화상 연구로 풀어냈다. 표현적이고 해체적인 붓질(수묵화)과 칼질(목판화)을 매개로 인간 내면의 존재론적 파토스를 응축해낸 일련의 자화상들이 개별적이면서 보편적이다. 작가 개인을 통해 우리 모두의 얼굴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유근택_봄날의 산책_한지에 수묵채색_210×222cm_2016

그리고 정원연작(여기서 정원은 삶의 장을 의미한다)과 대지연작(여기서 대지는 삶보다는 그 층위가 깊은 존재론적 장을 의미한다), 밤 빛 연작(불 밝힌 아파트를 소재로 하나의 모듈이 반복 재생산되는 모더니즘패러다임을 재해석한), 욕실풍경과 실내풍경(사람들의 꿈이 나무로 자라는 실내연작과, 암중모색과 모종의 도모가 꾀해지는 의심스런 어떤 실내연작으로 구별되는) 그리고 식탁 풍경과 같은 일련의 풍경 시리즈, 세상의 시작연작(세상의 기원과 일상의 기원이 하나의 층위로 오버랩 되는), 어쩔 수 없는 난제연작(장난감으로 그리고 때론 이삿짐으로 어지러운 실내 정경을 통해 개인사를 세상사로 확장시키는), 풍경의 속도와 스치는 풍경 연작(달리는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통해 감각적 기억과 인식론적 기억의 문제를 다룬), 말하는 벽(벽을 보고 말을 하는, 그래서 실제로는 말할 수 없는 역설적인 현실을 풍자한), 끝없는 내일과 산수 시리즈(수면에 반영된 풍경을 통해 풍경을 일상의 그리고 세상살이의 반영이며 거울로 본), 풍덩 연작(수면을 침대 속으로, 밑도 끝도 없는 생각과 사념 속으로 뛰어드는 것에 비유한), 구석연작(누락된, 이탈된, 억압된, 그래서 피상적으로는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삶의 단면을 구석에다 비유한), 도서관 시리즈(그저 지식의 보고로서보다는 알 수 없는 것들, 이질적인 것들과 같은 미지의 영역과 인식론적 바깥에 기생하는 것들의 생리학을 다룬) 등 일상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해체하고 재구조화하는, 그리고 그렇게 일상을 재고하게 만드는 작가의 회화적 형식실험의 스펙트럼은 실로 넓고 깊다. 이런 뚜렷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넓이와 깊이가 여전히 완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란 점에서 작가를 신뢰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 고충환

유근택_분수, 혹은 아침_한지에 수묵채색_147×147cm_2016

기묘한 삶의 세계 ● 유근택은 먹이라는 하나의 물질이 어떻게 세상의 다양한 빛으로 변하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유근택은 현대적 개념의 수묵과 그 정신세계를 새롭게 보여주는 질료로서의 먹이 하나의 낡은 형식이나 관념적 한계로서 작용하게 만드는 선입견과 대립해 왔다. ● 유근택은 인간의 내면문제가 어떻게 회화가 될 수 있는가를 고심하면서 '일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주변의 것들을 작업속으로 끌어들이는 하나의 장치를 통해 일상이 삶의 공간이자 그림의 공간이 되는 세계를 그려 왔다. 그러나 사실 유근택은 일상이라는 말 보다는 자신의 '호흡'이라던가 '죽음'이라던가 '시간,' 인간의 '유한성' 등에 훨신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유근택_석류_한지에 수묵채색_72×100cm_2017

유근택은 기묘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에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한다. 소파와 장난감, 책상이 하나 있는 방에 있다는 것은 그런 사물들도 기묘한 세계속에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한다. ● 이 '기묘'하고 '낫설은' 사물들을 환기시켜 삶의 문제와 조건에 질문을 하게 하는 장치, 이것이 유근택이 '낫섦'을 중시하는 이유이다. 예술가란 "결국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반응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유근택)"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하여 유근택에게 있어 '본다' 라는 것은 '발견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자 벙법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다시보게 하는 것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유근택_어떤 장엄한 풍경_한지에 수묵채색_148×164cm_2016

확실히 유근택은 사물의 겹과 진동, 그리고 그것의 회화적 장치와 구조를 그의 독특한 회화적 결로 완성시킨다. 그리하여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다시 보게 함으로써 회화적 존재로서의 나를 확인하게 한다. 일상과 삶에서 극대화 시킨 삶의 빛은 하나의 리얼리티가 되어 사물속에 빛난다. 그리하여 자연의 진지한 숨소리처럼 끊없는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세계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소멸되고 있는 물질과 정물들, 사물과 결합되어 부유하는 집, 시간이 지쳐있는 공간을 산책하는 인물들, 촘촘하고 비좁은 선상위에 서 있는 세계의 정치인, 온갖 의식의 가상적이고 허구적인 장치가 유근택의 화면에서 전후좌우로 형성된다. 결국 의식의 3.8선에서 만날 것 같은 예민한 감각과 사고의 집적, 어떤 것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사물의 부풀어진 피부와 근육이 유근택의 화면에 형성된다. 그것은 기묘하고도 또 기묘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끄는 힘을 가지고 있고 유근택은 그러한 사물들의 기묘하고 낫선 표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어찌할 수 없는' 비평의 난제처럼 다가온다. ■ 류철하

Vol.20170913h | 유근택展 / YOOGEUNTAEK / 柳根澤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