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료들의 재배치

민병길展 / MINBYUNGKIL / 閔丙吉 / photography   2017_0920 ▶ 2017_0930

민병길_제비꽃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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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920_수요일_05:00pm

후원 / 충북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0)2.725.2930 www.gallery-now.com

민병길의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안개가 뒤덮인 산천의 풍광은 기계복제시대에 동양의 수묵화를 해석한듯하다. 수묵화에서 보이는 여백의 미 가 흑백필름을 통해 잔잔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독특한 인화과정을 통해 제작한 실험적인 사진작품은 복제품으로서 사진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서 아우라(Aura)를 함유한다. ● 수묵화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은 대체로 안개로 쌓인 신비하고도 애매한 빈 공간이 하늘로 혹은 바다로 존재한다. 그는 실제 사물들(나무나 제방, 새 등)을 화면에 아주 미세하게 부분적으로 배치시켜 놓는다. 텅 빈 공간, 그것은 민병길의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는 감성과 이성의 틈새를 가로 지르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유희의 공간이다. 하늘과 바다로 이루어진 텅 빈 공간은 수평만을 명시적으로 열어내는 공간이 이니라, ‘물’ 과 ‘안개’ 라는 대상을 앞세워 그것의 지평에 대한 탐색을 지속하게 하며 되가져오게 한다. 일시적 시간의 얼개구조속에 과거의 수평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 시각이 열린채 유지됨 으로서 기존의 수평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난 수평선이 재생산 된다.

민병길_진달래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민병길_낙엽송_피그먼트 프린트_90×60cm_2017

더구나 안개로 뒤덮인 아스라한 빈 공간은 이성으로 파악하고 분석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 시원성(始原性)조차 가늠하기 어렵고 끝을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그가 담아내는 흔적(안개, 물, 하늘, 대지)들은 현전(現前)하는 공간이 아니다. 민병길의 작품에 드러나는 이 빈 공간은 존재자가 관계를 맺고있는 세계에 대해 열려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창조를 위한 유희의 이 빈 공간은 존재자를 열어 개방 시킨다. 안개로 쌓인 하늘과 대지, 물로 그려진 이 빈 공간은 분해되고 이전되고, 또한 다른 것을 지속적으로 지시한다. 민병길이 채집한 흔적들은 운명적으로 처 할 수밖에 없는 고정된 소멸의 공간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형성하는 불멸의 공간이다.

민병길_넝굴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현 존재가 존재의 의미를 만날 수 있는 본래적 공간, 주어진 의미나 이해에 머물지 않고 창조의 존재성을 위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강과 은닉에 자신을 기꺼이 열어두는 공간, 굳어진 것과 고정된 것에 그 경계를 허무는 유희의 공간, 기존의 존재에 대한 이해를 벗어던지고 체험하게 되는 경이로운 공간, 이것이 민병길이 텅 빈 공간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 김형숙

민병길_진달래-2_피그먼트 프린트_90×60cm_2017
민병길_제비꽃2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아름다움 이란 이미 만들어져있는 모습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러한 행위를 통해서 그제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 신혼 초 에 아내에게서 들었던 말귀가 아직도 생생하다. "애 낳은 어멈은 임금님도 뒤를 돌아 본 다" 애를 낳았다고 세상 모든 엄마들이 모두 다 아름답기만 할까. 하지만 사랑으로 충만한 그 어멈의 자애로움이 그 모습 을 더없이 아름답게 만들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 이란 아름다워 질 수 있는 행위를 통해서 완성 되는 것 같다. 아주 조그만 아기 같은 아이가 자기보다 더 작은 어린동생을 업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더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비단 사람에서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연물 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계곡을 흐르는 물 도 계절에 맞추어 철철이 모습을 바꾸며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전한다,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계곡에서는 흐르는 물조차 하얗게 얼어붙어 아름다움을 보이고 늘 봐오던 풍광에서 지루함을 느낄 만하면 아스라한 안개로 뒤덮어 뽀얗게 화장을 하고 나타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가 하면 어느 날은 거센 바람으로 흔들리며 다가와 괜히 가슴을 뛰게 만들기 도 하고...

민병길_안개-1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민병길_안개-2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비단 사람에서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자연물 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계곡을 흐르는 물 도 계절에 맞추어 철철이 모습을 바꾸며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전한다,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계곡에서는 흐르는 물조차 하얗게 얼어붙어 아름다움을 보이고 늘 봐오던 풍광에서 지루함을 느낄 만하면 아스라한 안개로 뒤덮어 뽀얗게 화장을 하고 나타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가 하면 어느 날은 거센 바람으로 흔들리며 다가와 괜히 가슴을 뛰게 만들기 도 하고... ●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들은 이미 자연에 다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필요이상의 무엇인가를 원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욕망이라 부른다. 이 욕망이 자연에 존재 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예술 또한 그러한 욕망의 표현 중의 하나는 아니었을까? ● 이미 그 존재 자체로써 완전체인 꽃, 나무. 등등의 자연물을 책갈피에 넣어 누른 압화 나 어릴적 과제로 받았던 식물채집 등 의 행위들이 학습이나 탐구뿐이 아닌 사물에게 영속성을 주기위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박제화(化) 는 아니었을까?

민병길_물1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민병길_물2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7

자연적 혹은 인공적인 물체는 질료(hyle) 와 형상(eidos), 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념에 의하면 질료는 재료이며 이것에 형상이 가해짐에 따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 된다 한다. 결국 모든 '생겨남' 은 어떤 질료를 전제로 한다는 말이 된다. ● 사진으로 표현된 이미지는 오브제로서의 역할 일 뿐 그것이 실체 일수는 없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사물들을 질료로 하고 아름다운 행위들을 인식적 경험의 질료로 하여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예술인의 역할이 아닐는지. ■ 민병길

Vol.20170920a | 민병길展 / MINBYUNGKIL / 閔丙吉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