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의 여정

김언주展 / KIMEONJU / 金彦絑 / painting   2017_0920 ▶ 2017_0925

김언주_노란 축복 yellow blessing_종이에 파스텔, 콘테_108×78.8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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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봄. 여름. 가을. 겨울. 얼어붙은 찬 계절, 말라붙은 나무는 들리지 않는 호흡으로 죽은 듯 서 있다. 마른 가지에서 다시 생명이 움트리라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바람에 온기가 실려 오고 줄기에 물이 차오르면 기적이 일어난다. 그 메마르고 거칠한 가지에서 연약한 연두 싹이 뚫고 나온다. 어린잎들은 어느새 자라고 무성해지어 청년의 여름이 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초록으로 들끓는 숲은 영원히 지지 않을 듯 당당하다. 허나 서늘해진 바람의 숨결이 그들을 스치자,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감 넘치며 자아로 꽉 차있던 초록은 절로 그토록 무성하게 넘쳐났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러자 아름다운 일이 생겨난다. 초록으로 일관했던 그들이 각기 다른 색으로 변화하며 가장 자신다운 색을 찾아가는 것이다. 태양빛으로 노을빛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이제 그들은 채움을 위한 비움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잃어버리고 헐벗는 빈곤함이 아닌 새 생명으로 채우기 위해 비워내는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며 감내한다. 그리하여 생명은 겨울로부터 태동한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김언주_평안의 바다 sea of peace_종이에 혼합재료_57×76cm_2017
김언주_무관심 indifference_종이에 혼합재료_77×111.8cm_2015
김언주_이곳이 천국 here is Heaven_종이에 혼합재료_76.8×111.5cm_2017
김언주_하얀 봄 white spring_종이에 혼합재료_70.5×100cm_2015
김언주_견고한 성 a solid castle_캔버스에 유채_185×135cm_2017
김언주_사로잡힌 자들 captives_캔버스에 유채_135×185.5cm_2017
김언주_생명의 불꽃-성령 the flame of life-Holy Sprit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17
김언주_여정-자아들 a journey-selves_캔버스에 유채_173×185cm_2017

여정-자아들 ● 앙상하게 나뭇가지를 드러낸 겨울 숲은 삶의 본질을 의미한다. 그곳을 영리한 사람, 이기적인 새, 조심성 없는 코끼리, 느린 기린이 각기 다른 속도로 지나고 있다. 코끼리가 미끄러지자 벌써 도착한 사람은 혼자만의 즐거움에 빠져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새는 행여 자신이 다치지 않을까 놀라 퍼덕인다. 느린 기린은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숨지 못할 햇살 아래, 그들은 이 숲을 빠져나가기까지의 긴 여정을 아직 알지 못한다.

김언주_빛을 향해-연대 towards the light-solidarity_캔버스에 유채_162×190cm_2017

빛을 향해-연대 ● 숲에 들어서며 느꼈던 아름다움과 울창함의 감탄을 잃은 지 오래고 높은 나무들이 감옥의 창살같이 다가온다. 이제 숲을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시간 속에서 그들이 깨달은 건, 홀로 숲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길 찾아 헤매는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차차 알아가게 되자 서로를 의지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제일 느린 기린이 선두에 섰다. 거추장스럽던 기다란 목이 전망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의지를 갖고 기린의 허리에 코를 감고서 힘을 낸다. 사람은 온 몸에 무게를 실어 코끼리를 힘껏 밀며 돕는다. 훌쩍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새는 낙오자가 없도록 맨 뒤에서 큰 날개로 보듬으며 격려를 보낸다. 비로소 언덕 너머 여명이 떠오른다. 이제 함께 고개를 넘으면 된다. ■ 김언주

Vol.20170920d | 김언주展 / KIMEONJU / 金彦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