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의 표류

최민규展 / CHOIMINKYOO / 崔愍圭 / installation   2017_0921 ▶︎ 2017_1028 / 일요일 휴관

최민규_Drift grid-Sogyeok 152_ 스틸, 볼트, 너트, 폴리카보네이트, 거울_35×120×3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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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921_목요일_06:00pm

2017 SHINHAN YOUNG ARTIST FESTA

런치토크 / 2017_1013_금요일_12:00pm 미술체험 / 2017_1014_토요일_02: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광화문 SHINHAN GALLERY GWANGHWAMUN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5-5(태평로 1가 62-12번지) 4층 Tel. +82.(0)2.722.8493 www.shinhangallery.co.kr

그리드의 표류, 최민규 ● 내가 발 딛고 있는 곳. 그곳과 나의 곁에 혹은 나와 함께 땅을 딛고 있는 것. 인간을 포근히 끌어안기도 하지만 다가설 수 없는 이질감을 형성하기도 하는 곳. 무리 짓거나 홀로됨으로 환경을 형성해 인간의 정서에 기인하는 것. 이렇게 '곳'과 '것'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는 단어 중에 건축이 있다. 땅과 땅 사이를 연결해 주는 목조의 이음도 건축이고 첨예하게 솟아있는 콘크리트 덩어리 역시 건축이다. 건축은 인간 삶의 배경과 동시에 건축을 매개하는 매개자의 삶을 드러낸다. 건축의 수용자 역시 수렴과 선택이라는 행위로 삶의 바탕을 드러낸다. 인간의 수요와 충족, 지향이라는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서로에게 관여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온 유기적인 체계가 건축인 것이다. ● 최민규는 건축물을 만든다. 시작은 모듈의 형태인 〈Permeate〉시리즈였다. 작가에게 유년기로부터 이어지는 구축행위의 반복과 모듈로의 구체화는 현재 심화와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의 부분이지만 뚜렷한 하나인 모듈에는 이같은 과정이 담겨있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경험의 축적과 이후의 의지는 한 명의 작가가 지니고 있는 정체성으로 발한다. 최민규는 일반이라 여기기에 조금은 혼재된 자신의 경험 속에서 익숙한 것이 아닌 이질적인 공간을 복기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것만을 위해 특정 건축물의 특징을 찾고 경험과 시야를 확대해 온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거주경험 중 이질적이며 생경한 감각을 더듬어 입체로 바꿔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용적인 감각의 인지방식을 택한 것이 아니라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매개자의 태도로 현재와의 접점을 찾아왔다.

최민규_Drift grid-Sharjah 19989_ 스틸, 볼트, 너트,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나무_60×60×12cm_2017

지나간 거주경험과 그 안을 이루었던 환경은 현재의 작가를 반영하는 정체성의 모듈이다. 최민규는 자신의 거주환경을 되짚어 보는 것으로 스스로에 대한 인지를 높혀가며 정체성의 형성을 이어가고 있다. 모듈은 모여 구성이 되었고 구성은 체계로서 현재의 건축물을 집성하는 표지가 되었다. 작가가 지나온 환경 역시 부분을 넘어 구성으로 작가의 조형언어에 기인하고 있다. 작가가 보이고 있는 「Drift grid」시리즈는 부조이자 건축화 이전의 입체 드로잉이기도 하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고도로 격자화 되고 세분화 된 것이 그리드다. 한 인간에게 주어진 식별코드와 거주하는 행정구역, 그리고 그 안의 그리드를 문자화 한 주소 또다시 그 안에 유사히 지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특징짓는 부분 등이 '사회적 그리드'에 속한다. 이전까지의 건축물이 지나간 시간에서 수집한 이질적 감각의 입체화였다면 최근에 들어 작가는 자신이 현재 딛고 있는 땅을 바탕으로 사회적 그리드를 경험하고 찾아 나서며 감각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 구축과 증축, 개축에 이르는 과정이 혼재된 최민규의 건축물은 사회적 그리드라는 기성의 시공간 속에서도 자신만의 현재를 구축해 낸다. 이로써 구현된 현재의 공간은 조화와 부조화를 넘나들며 무한한 정체성의 오도 역시 허용한다. 그렇기에 기성의 목적을 위해 추구되었거나 다수의 익숙함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의 사이-공간을 형성하며 작가의 다감각적인 건축개성을 담아내기 위한 그리드로서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스스로 사회적 그리드 속에 표류하며 만들어져 있었던 것들의 주름을 찾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어나가고 있다. 이는 추상적으로 남아있는 자신의 건축적 개성을 구체화 시키는 작업이면서 가장 최근이며 현재인 그리드를 구축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민규_Drift grid-Sogyeok 152_ 스틸, 볼트, 너트, 폴리카보네이트, 거울_35×120×30cm_2017_부분

수집된 모듈은 작가의 구성으로 인해 확장된 모듈이 되었고 다른 성격의 건축물로 변모한다. 이들은 모두 나사를 조이는 수공의 방법으로 결합된다. 각각의 질서와 문화를 담고 있는 매개체의 결합 방법으로 작가는 수공을 선택했다. 미세한 차이를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민감하게 느끼고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면밀한 준비와 정교한 실행은 작가의 공정이면서 하나의 문화에서 이종의 문화로 유입되려는 자들이 필수로 지녀야할 태도이기도 하다. 그리드 속 자발적 표류가 아닌 조난의 방지를 위해서라도 지향되어야 할 조타술인 것이다. ● 「Drift grid-scene 867」의 경우 상업·주거·복합시설 등으로 구축물의 정체성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의 면면에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주장하는 구조와 재료, 건축적 개성이 혼재한다. 상하부의 구조는 차이를 보이며 일면의 반복적인 배열은 특수한 용도에 부합하는 건축물을 유추하게 한다. 하지만 이면에서 보여지는 뒤틀림과 다음면의 극적으로 깎아내려지는 듯 한 경사면, 다음의 면에서 보여지는 또 다른 구조의 반복은 앞선 판단을 무색하게 할 만큼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내부에 형성된 공간은 거울로 인해 반사되는 내부구조의 중첩으로 인해 시선의 표류를 유도한다.

최민규_Drift grid-Hongeun 172_스틸, 볼트, 너트, 폴리카보네이트, 거울_60×60×12cm_2017

「Drift grid-scene Sogyeok 153」의 표면에서 읽어낼 수 있는 교차하는 색의 띠, 투과되고 반사되는 구축물의 조형과 빛은 재료의 성격을 확장시켜 얻어낸 결과이다. 표면에 안착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것이 투과이고, 거울과 스틸이라는 이종으로 인해 흡수되지 못하고 다시 되돌려진 것이 반사라면 이는 작가가 복수의 터전을 지나오며 마주했던 사회적 그리드와의 관계와도 조응하는 효과일 것이다. 철판과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볼트와 너트 등으로 대표할 수 있는 작가의 주된 재료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전까지 작가의 주된 재료사용 방법은 인공물인 재료 자체의 성질을 충실하게 부각시키며 촉각적 감각을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재료 위에 이미지를 전사해 구축물에 서사를 더하는 것으로 변주를 주고 있다. 여기에 거울의 반사효과를 이용해 전체적으로 더욱 많은 이미지가 건축물의 표면에 보이게 되었다. 이러한 이미지에서 찾을 수 있는 정체성이 특정한 무엇이 아니라 '동양적인 것' 정도였다면 그것은 작가의 혼성적인 문화경험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민규_Permeate StructureⅠ_ 폴리카보네이트, 스틸, 나무, 블랙 미러, 볼트, 너트_25×100×50cm_2015

최민규에게 이종이었던 '곳'과 '것'은 현재 혼종이 되었다. 현재라는 혼종의 터전이 이질적인 것으로 배척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자신이 자라난 그리드에서 이종의 그리드로 표류를 꾀하는 이들이 매개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정착과는 먼, 잠깐 머물다 떠나고 다시 잠깐 머물다 다음의 곳을 찾아야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이 마주한 현재의 삶이다. 작가 역시 새로운 공간구조물을 제시하는 것으로 문화와 건축의 단편적 수용자가 아닌 매개자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그리드의 맞은편에서 혼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인간적이며 정서적인 그리드일 것이다. 이같은 것들이 혼재되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우리는 꾸준히 문화라고 불러왔다. 혼재된 문화를 떠나온 이들이 새로운 문화를 향해 표류중이다. 어쩌면 최민규의 건축물 위에 혼종으로 전사된 '동양적임'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이주희

최민규_Urban Construction_ 스테인리스 스틸, 스테인리스 볼트, 스테인리스 너트, 아크릴채색 , 거울_80×160×120cm_2013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갑작스레 새로운 환경 속에 놓여지거나, 스스로 선택해서 새로운 환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경험이 적지 않다. 내가 새로운 거주지에 정착하고, 떠나고, 또 다른 곳에 머물다가 다시 떠나는 표류의 과정에 있음을 인지시키는 가장 강렬한 시각매체는 바로 건축물이었다. 중동문화권의 사람, 언어, 음식, 기후가 모두 반영된 건물의 외관과 완벽하고 복잡한 설계를 통해 완성된 내부구조에서 낯선 곳에 표류한 내 모습의 일부를 발견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건축물은 독립된 주체로서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영향을 주었고, 상황에 적응하려던 심리상태와 시각을 통한 사고 또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변화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나에게 불안정한 감정만을 불러일으키던 가치관, 문화, 인식의 차이들은 언제부터인지 내가 존재하는 공간의 모든 요소들이 나에게 스며들고, 나 또한 그 공간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매개체로 그 역할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리드의 표류'는 기존의 장소(site) 안에 있는 건축물을 통해 내가 느꼈던 각 요소들의 이질감과 그것들을 변화시키고 모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는 그리드(사회구조)안에서 불안정함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장소(site) 속의 구조물과 스며든 감정들을 재구성하고 변화를 모색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의 나 자신은 지나온 표류의 결과물임과 동시에 또한 또 다른 표류의 시작이다. ■ 최민규

Vol.20170921j | 최민규展 / CHOIMINKYOO / 崔愍圭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