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심심함

김형석展 / KIMHYUNGSEOK / 金炯奭 / painting   2017_1102 ▶ 2017_1119 / 일,공휴일 휴관

김형석_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97×130.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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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102_목요일_07:30pm

관람시간 / 10:00am~05:00pm / 토요일_10:00am~01: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1707 GALLERY1707 서울 강남구 논현로 841(신사동 583-3번지) 제이비미소빌딩 4층 Tel. +82.(0)2.547.1707 www.gallery1707.com www.instagram.com/gallery1707_official

예술과 철학을 포함한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깊은 사색적 주의와 여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깊은 주의를 가능케 하는 환경은 속도와 과잉주의에 의해 점령당하며 사라져 가고 있다. 대량의 정보와 그것의 동시적 처리, 속도와 재미가 중요한 상황에서 창조적 과정에 필수적인 심심함은 허용되지 않는다.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부른 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김형석_거룩한 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00×100cm_2014

깊은 심심함을 통한 사색적 삶의 회복은 예술행위에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인간은 사색하는 상태에서만 자기 자신의 밖으로 나와서 사물들의 세계 속에 침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기대는 이제 희미해졌지만 그렇다고 사소함과 장식에 머무르는 것을 받아들이긴 여전히 어렵다. 지금, 예술은 결핍으로 허덕이기 보단 과잉 속에서 질식하기 일보직전이다. 그것은 시대의 구조를 지나치게 받아들인 자명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상품세계의 변화속도와 매커니즘이 우리의 세계와 의식을 재편하고 지배하는 이 시대에서 거리를 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모든 관조적 요소가 제거되고 현란한 세계의 굉음에만 의탁한다면 인간 삶은 치명적인 과잉활동으로 끝나고 말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여전히 느린 예술은 유효하다. 그 점이 질주하는 속도의 오늘, 붓을 잡고 있어도 괜찮다는 유일한 위안이다.

김형석_검은 바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10×347cm_2014

현대회화는 존재론적 고투를 담고 있는 인간의 대표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전체는 우리 인식의 지평에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기경험의 축적으로 구성된 잠재성의 한 단면들 속에서만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점차 현상 너머의 차원을 엿보고 싶고, 그것을 그리고 싶어 하는 형이상학적 갈망은 표현행위의 필연적인 종착역인 것 같다. 그건 '세계'에서 '세계들'로 나아가려 하는, '존재'로 고착되지 않고 '존재들'로 확장하려는 설명할 수 없는 의지에 의한 것이다.

김형석_남겨진 시간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5

그러므로 내게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소재나 그것이 지시하는 표상이 아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간혹, 우리 삶에 주어진 장면과 장면 사이의 벌어진 틈 너머로 문득 비치는 세계의 무한한 얼굴을 엿보고 그것을 환상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의 심연과 깊이를 느끼고 맛보는 것, 그리고 공감을 통해 세계가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타인과 나누는 것이다. ■ 김형석

Vol.20171102k | 김형석展 / KIMHYUNGSEOK / 金炯奭 / painting